[김학용 칼럼]

지난해 10월 대전시가 개최한 지역 국회의원 초청 시정현안 간담회.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대전시가 개최한 지역 국회의원 초청 시정현안 간담회. 자료사진.

‘지역 홀대’는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써먹는 구호다. 이른바 패권지역에서조차 자주 사용된다. 부산에선 부산 홀대라는 말이 나오고, 대구에서 대구 홀대, 호남에선 호남 홀대라는 말이 나오곤 한다. 이들 지역에서 홀대를 외치면 중앙에서 화들짝 놀라거나 관심을 보이지만 충청 홀대론엔 미동도 안 한다는 점이 차이다.

작년엔 장차관 인사 때마다 ‘충청 0명’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잇따라 올라오곤 했다. 지역 균형과 배분을 항상 지키는 건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충청 0명 현상’이 거듭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권력이 충청을 대놓고 무시하면서 생기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었지만 현 정부 들어 더 심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때부터 충청은 안중에 없었다. 

인사 정책 발표마다 나오는 '충청 홀대론'

정확히 말하면 지금은 ‘충청’이 아니라 ‘대전·충남’이 문제다. 충북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같은 ‘충북의 대표선수’들이 정권과 코드를 맞추면서 챙길 것은 다 챙기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도 예타면제 사업이 발표되자 “충북은 대박을 터트렸다”며 기뻐할 정도다. 대전과 충남은 완전 반대 문제다. 대전·충남 대표선수들 가운데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없고, 누가 나서지도 않는다.

대전과 충남은 혁신도시 지정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혁신도시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대전·충남만 빠져 있다. 충북은 들어가 있다. 대전·충남은 우리는 수도권이 아닌 만큼 ‘지역균형 발전의 빵’을 좀 나눠달라며 정부와 대통령에게 호소하고 있으나 반응은 부정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말 충남 방문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회피하더니, 신년기자회견에선 “앞으로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해 나가겠다”며 모호한 답변을 했다.

대전·충남은 혁신도시 지정을 위해 각각 인구의 절반이 넘는 서명을 받아 중앙에 전달했다. 지역으로선 그만큼 간절한 사안이다. 누군가 간절하게 부탁해올 때 “앞으로 상황을 봐가며 검토해보자”는 답이 나왔다면 일단 거절로 보는 게 맞다. 청을 들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데도 그런 답변을 하면 거절의 뜻이다. 대전·충남이 혁신도시 지정이 위헌이거나 불법이 아닌 이상 지정하고 안하고는 대통령과 정부의 뜻과 의지에 달린 문제다.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 통과에서 보듯 맘만 먹으면 가능한 일인데 문재인 정부는 대전 충남 혁신도시 지정 문제엔 그럴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대전·충남의 혁신도시 요구에 대한 대통령의 모호한 답변은 ‘NO’의 의미로 보인다. 대통령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지역 현안에 대해 “그건 안됩니다” “그건 어렵습니다”라고 답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4월 총선 때문에라도 그렇게 답하기는 곤란했을 것이다. 

‘사람 10명 - 빵 10개 경쟁’에서도 빵 못먹는 선수라면

광주, 대구는 물론 부산에도 있는 혁신도시가 대전에만 없고, 충북에는 있는 혁신도시가 충남엔 없다. 이것을 바로잡아달라는데 대통령은 선거가 코앞인 데도 “봐가며 검토해보자”며 말을 돌린다. 아무도 받지 못한 비싼 선물을 나한테만 달라는 게 아니고 남들 다 나눠주는 선물을 우리에게도 나눠달라는 부탁인데 대통령한테 이런 대답을 듣고 있는 게 대전 충남이다. 

정부와 대통령이 걱정하는 이유는 있다. 대전 충청은 행정도시(세종시) 덕을 봤지 않느냐는 얘기가 다른 지역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세종시는 대전·충남만을 위해 만든 지방도시가 아닌 국가의 신도시이며, 더구나 대전과 충남은 세종시 때문에 인구 감소 등 도리어 피해를 보고 있다. 당연히 대전·충남도 지역균형발전의 빵을 함께 분배받아야 한다. 여기에 반대하는 쪽은 빵을 나누는 게 싫다는 뜻인데, 정부는 그쪽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정부와 대통령만 탓할 수는 없다. 지역 정치인들의 무능이 더 문제다. 대전시민·충남도민이 시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을 선출할 때는 우리 지역이 정부로부터 이런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당부의 의미도 있다. 지역 대표선수들은 지역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남들보다 더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남들 다 가져가는 것조차 가져오지 못할 정도면 다른 선수에게 그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

1등으로 뽑혀야 빵을 타는 게임에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10명이고 빵이 10개 걸린 경쟁에서 빵을 한 개도 차지하지 못하는 선수라면 더 이상 선수로 보기 어렵다. 지금 대전·충남 국회의원들의 무능력은 이런 수준까지 추락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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