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특법 통과해도 보장 못해..“범 충청권 공조 노력 필요”

허태정 대전시장과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혁신도시 시민 서명부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지난해 11월 양승조 충남지사와 관계자들이 문희상 의장에게 충남 혁신도시 1도민 서명부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
허태정 대전시장과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혁신도시 시민 서명부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지난해 11월 양승조 충남지사와 관계자들이 문희상 의장에게 충남 혁신도시 1도민 서명부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14일)에서 한 대전‧충남 혁신도시 발언이 지역 정치권의 공방을 불러온 가운데 두 지역이 동시에 혁신도시로 지정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와 두 지역 광역지자체는 정부에 ‘동시 지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두 곳 중 한곳 또는 두 곳 모두 불발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존재한다. 이 경우 혁신도시 지정에서 제외된 지역은 상대적 박탈감과 정치권 책임론은 물론, 지역간 갈등으로 번질 소지도 안고 있다.

허태정 “한 곳만 지정이나 안 되는 건 있을 수 없어”
국회 계류 균특법, 상임위→법사위→본회의 거쳐야
20대 국회 내 처리 가능성 ‘희박’ 대체적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15일 혁신도시 유치를 바라는 시민 서명부 전달을 위해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 ‘대전‧충남이 혁신도시로 지정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려고 열심히 뛰는 것 아니겠나. 대전‧충남이 같이 돼야지, 둘 중 한곳만 되고, (아예)안 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대전과 충남이 동반 혁신도시 지정을 위해서는 정치권과 자치단체간의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균형발전특별법(균특법) 개정안은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 시·도에 한 곳씩 혁신도시를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률개정안은 현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최종 통과된다.

하지만 21대 총선이 9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당이 공천과 경선 등 선거 준비에 착수하면서 상임위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균특법 통과=대전‧충남 혁신도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서 20대 국회 내에 혁신도시 지정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은권 한국당 의원(대전 중구)은 16일 <디트뉴스>와 한 통화에서 “균특법은 대전과 충남이 혁신도시로 지정을 받기 위한 여건을 만드는 것이지,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두 지역 모두 혁신도시가 되는 건 아니다. 대전‧충남 외에 소외된 지역이 있다면 그쪽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두 곳 중 한곳만 지정시 ‘충남 > 대전’ 전망
“세종시 출범에 충남은 땅 덩어리째 내줘”

대전과 충남은 혁신도시 지정에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단일대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어 세종시까지 포함한 범 충청권 차원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대전과 충남은 혁신도시 지정에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단일대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어 세종시까지 포함한 범 충청권 차원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일부에서는 정부가 두 지역 가운데 한 곳만 혁신도시로 지정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전보다 충남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충남의 경우 내포신도시가 도청 이전 10여년이 지났음에도 정주 여건이 갖추어지지 못했고, 공공기관은 2개에 불과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대전은 지난해 10월 박병석 민주당 의원(대전 서구갑)과 이은권 의원이 발의한 혁신도시법 통과로 올해 5월부터 대전 소재 17개 공공기관에 지역인재 채용이 의무화된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 대학원 교수는 <디트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전‧충남이 모두 혁신도시로 지정되길 바라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대전보다 충남에 무게감이 간다”며 “대전은 세종시 출범으로 인구 유출을 강조하지만, 충남은 공간(땅)을 덩어리째 내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전과 충남, 세종이 같이 힘을 모아야 하는데, 한 지붕 두 가족처럼 보인다. 공조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균특법 통과를 위한 정치력과 별개로 대전시와 충남도를 비롯한 범 충청권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이 교수 주장이다.

‘한 지붕 두 가족’ 충청권, 단일대오 만들어야
“말뿐인 공조 아닌, 행동으로 보이는 공조 필요”

실제 대전과 충남은 혁신도시 지정에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단일대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대전시와 충남도가 진행한 혁신도시 유치를 기원하는 시‧도민 서명부를 충남은 지난해 11월, 대전은 지난 15일 국회에 각각 전달했다.

양승조 지사는 지난해 11월 18일 국회를 찾아 문희상 의장과 여야 4당 대표에 충남 혁신도시 유치를 희망하는 도민 100만인 서명부를 전달한 뒤 “도민이나 국회, 청와대가 삼위일체가 되어 잘 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는데, 대전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당 지도부 면담뿐만 아니라 지역 국회의원 초청 간담회도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대전시와 충남도가 국회 도서관에서 공동 주관한 혁신도시 지정 토론회에는 양승조 지사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지역 일정을 이유로 대거 불참하며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대전시와 충남도 모두 올해 최대 시‧도정 과제를 혁신도시 지정으로 잡았다면, 말뿐인 공조가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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