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수급 어려움 K2리그 각 구단 경쟁력 상승 추세
연간 150억원 이상 투자 방침 속 1부 승격 난항 전망
축구계 인사들 "시스템 갖추는 게 우선..대전 출신 선수 등도 영입해야"

허정무 이사장(왼쪽)과 황선홍 감독(오른쪽).
허정무 이사장(왼쪽)과 황선홍 감독(오른쪽).

대전시민프로축구단이었던 대전시티즌이 하나금융그룹에 매각된 뒤 새롭게 탄생한 대전하나시티즌이 2020 시즌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우리나라 축구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두명의 레전드 축구인이 있다. 바로 허정무와 황선홍. 허정무는 대전하나시티즌 운영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재단법인 하나금융축구단 이사장을, 황선홍은 현장에서 하나시티즌 선수단을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으로 각각 맡았다.

사실 허정무 이사장과 황선홍 감독과의 인연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허 이사장이 각급 대표팀을 이끌 당시 황 감독은 선수로서 그라운드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허 이사장이 키운 대표적인 공격수로 황 감독이 꼽히는 이유다. 황 감독이 현역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 무렵에는 전남에서 허 이사장은 감독으로, 황 감독은 코치로 호흡을 맞췄었다.

대전하나시티즌 창단을 앞두고 황 감독은 하나금융그룹으로 부터 영입 제의를 받을 당시 허 이사장의 존재가 감독직을 수락하는 데 적잖은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축구계의 대체적인 예상들이다. 허 이사장과 황 감독의 이런 인연은 대전하나시티즌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레전드 축구인들이 이끌어도 창단 첫해인 2020 시즌 전망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는 게 축구계 안팎의 예상이다. 선수 이적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데다 이름있는 선수들이 2부팀으로 이동하길 꺼려하면서 선수 수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일 창단과 함께 영입된 9명 중에서 국가대표급 선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 K1리그 하위권이나 K2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이다. 

지역 축구계 한 인사는 "구단 인수 작업이 늦어지면서 선수 스카웃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팀을 대표할 만한 국가대표급 선수를 영입해 경기력 뿐 아니라 관중들을 위한 서비스가 필요함에도 현재 상태로서는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1부 리그 승격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명진 대전시축구협회장은 "2020 시즌 K2리그 팀들을 고려할 때 어느 팀이든 쉬운 상대는 없다"면서 "구단 입장에서는 당연히 1부 리그로 승격하고 싶고 팬들도 그럴 바라지만 쉽지 않은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이같은 우려는 황 감독이나 구단 내부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것. 황 감독은 지난 4일 창단식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는 빠른 시일내에 1부 리그 진입이 첫번째 과제인데 선수 수급이 원활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1부보다 2부가 치열해 1부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힘든 여정이 될 것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기업구단으로 전환된 만큼 올 시즌에 대한 성적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한 투자와 구단 운영 시스템을 마련한 뒤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창섭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조급하게 생각하기보다는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한 제대로 된 시스템 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구단은 구단대로, 감독은 감독대로 구단이나 팀을 어떻게 운영할지 로드맵을 세운 뒤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돼야 하고, 그때까지 시민들이나 팬들은 여유를 갖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귀띔했다.

정문현 충남대 교수도 "스카웃 시기가 늦어져 좋은 선수를 데려오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연간 200억원 가량 투자한다면 멀지 않은 시기에 1부로 승격해 옛 축구도시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면서도 "국가대표급 선수 수급 뿐 아니라 대전 출신 선수를 영입하고 유소년에 대한 지원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돈 들여 남의 자식을 벌여 살리기 보다는 지역색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창단사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대전하나시티즌이 축구특별시 명성을 되찾고 강팀으로 시민과 선수단이 하나될 수 있도록 하나금융그룹이 최대한 노력하겠다"면서 "앞으로 대전축구가 발전할 것이다. 대전시가 축구 명문 특별시가 되도록 하나금융그룹이 앞장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나금융에서 최소 연간 150~2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전하나시티즌의 미래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만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체계적인 구단 운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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