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교통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출·퇴근 러시아워 때 일부 구간은 주차장처럼 변하고 있다. 신호등은 4번이나 받아야 통과하는 교차로도 생길 만큼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세종시 주민들은 “행복도시의 교통은 천국이 아닌 지옥으로 가고 있다”고 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세종시는 50만 목표 인구로 설계됐는 데도 35만도 채 안 된 상황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세종시의 도로 비율은 24%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심각한 교통난을 겪는 이유로 버스전용차로제(BRT)가 꼽히고 있다. 극심한 교통 정체 속에서도 버스전용차로는 한산하기만 하다. “교통지옥에서 벗어나려면 당신도 어서 승용차를 버리고 버스를 타세요!”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종시의 교통 시스템은 사실상 주민들에게 이런 요청을 하겠다는 목표로 만들었다.

세종시는 도로 폭이 다른 도시에 비해 아주 좁다. 외곽의 우회 노선이 아니면 4차선을 벗어나는 도로가 거의 없다. 처음엔 10차선으로 추진하다가 차량이 붐비지 않는 전원도시로 만들자며 도로 폭을 일부러 좁게 만들었다고 한다. 세종시 도시설계자의 입장에서 보면 세종시 교통난의 책임은 시민들 자신들에게 있는 셈이다. “차를 가지고 다니지 말도록 설계된 도시인데 왜 승용차를 끌고 나와 그 고생을 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세종시의 심각한 교통난은 기본적으로 도로는 비좁은데 많은 차량이 통행하면서 생기는 문제다. 신호주기나 교통체계를 조정해서 체증을 다소 완화할 수는 있어도 근본 대책은 되기 어렵다. 도로를 다시 넓히지 않는 한, 시민들이 자가용 이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세종시는 시민들에게 “세종시에 살려면 차를 버려!”라며 무언의 강요를 하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다. 세종시민들은 실질적으로 교통수단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다. ‘쾌적한 도시 세종’을 위해 교통수단 선택권 포기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승용차를 버릴 수 없는 세종시민들은 억울할 것이다.  "나는 차 없는 도시를 원하지 않았다"고 외쳐도 소용없다. 이런 도시에 들어와 사는 것이 죄라면 죄다. 

트램 놓는 대전시도 남의 일 아니다.. 대책 강구해야

우리나라에선 ‘차량 없는 전원 도시’는 아직 이상이고 미래의 꿈이다. 현실은 교통지옥일 뿐이다. 그 꿈이 몇 십년이 걸리더라도 집착해야 하는 목표인지는 의문이다. 과연 그런지 세종시는 답해야 한다. 세종시 교통난은 세종시민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교통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세종시 교통지옥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의 교통문화가 언제 그렇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

세종의 이웃 도시 대전은 인구가 줄고 있는 데도 승용차는 늘어나고 있다. 아마 전국적 현상일 것이다. ‘자동차 버리기 문화’는 아직 요원하다는 뜻이다. 교통난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 없이 트램을 놓고 있는 대전시로서도 세종시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출퇴근 때마다 지옥으로 변하는 오정동과 도안동의 버스전용차로제는 세종시 상황과 다르지 않다. 대전시는 지금이라도 트램으로 인한 교통 문제를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전시가 시민들의 걱정할 얘기를 먼저 꺼낼 줄 아는 기관이 못 된다면, 야당이라도 나서 트램이 가져올 교통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여도 야도 멍하니 있다가 시민들이 교통지옥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가 되도록 방치하는 게 정치라면 선거는 왜 있고, 국회의원 출마는 해서 뭐하나? 세종시든 대전시든 시민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억울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해주는 게 지역 정치인의 역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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