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와 중구가 부구청장 인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올해 퇴임하는 중구 부구청장의 후임에 누구를 앉힐 것이냐를 놓고 두 기관이 충돌하고 있다. 중구는 중구 인사를 승진시키려는 반면, 대전시는 시 인사를 부구청장으로 내려 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거의 갈래는 따진 듯한데 대전시는 연말 고위직 인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체로 시도(市道) 국장급과 시군구 부단체장은 직급이 같은 경우가 많고,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간의 인사교류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시도 국장급과 부단체장을 한데 묶어 인사를 하는 게 관행이다. 이런 방법은 고위직 승진의 기회를 공평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기초단체도 기꺼이 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기초단체장이 자체 승진시키면서 인사교류 관행이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사교류는 인사의 공정성에 관한 문제로 볼 수 있고, 나아가 공무원들의 사기를 좌우하는 문제인 만큼 공무원들만의 문제로만 보아 넘길 수 없다. 대전시와 중구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풀어야 할 문제다.

이번 일은 무엇보다 기관 간의 인사교류 문제라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인사교류는 조직의 침체를 막을 뿐 아니라 기관 간 소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민선 자치시대 이후로는 인사교류가 크게 줄었다. 관선 시대와 비교하면 중앙정부와 시도 간의 교류도 줄고, 시도와 시군구 간의 교류도 줄어든 게 사실이다.

인사교류 준수 여부 공무원들 예의 주시

인사교류가 활발하지 못하면 조직이 폐쇄적으로 운영되기 십상이다. 조직 활력화 측면이나 구성원의 발전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중구가 확실한 명분과 이유를 갖고 자체 승진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면 지금 빚어지고 있는 인사 갈등은 중구청장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부구청장에 대한 인사권은 중구청장에게 있는 만큼 법적으론 중구청장 맘대로 할 수는 있다. 인사권자라면 자신이 총애하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승진시키고 싶어 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중구청장이 보기에는 승진시키고자 하는 인사가 누구보다 적임이라는 판단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체 승진이 그동안 이뤄져온 인사교류 관행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게 무엇인지 의문이다. 단순히 ‘측근 챙기기’라면 설득력이 없다.

대전시 공무원노조는 중구가 부구청장 인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인사교류 중단 등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사교류가 중단될 경우 장기적으로 중구 공무원들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이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지만 공무원들이 이 문제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중구 부구청장 문제는 부구청장 인사를 앞두고 있는 동구나 대덕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대전시와 5개 구청 공무원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만 넘기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중구 부구청장 인사는 인사교류 관행이 헝클어지느냐 마느냐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대전시와 각 구의 조직은 물론 조직원의 역량에도 영향을 주는 문제다. 단순한 공무원인사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중구 부구청장 문제는 대전시장과 중구청장이 얼마든지 풀 수 있는 문제다.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면 인사교류 원칙을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답을 찾을 수 있는 사안이다. 골치아픈 민원이 걸린 문제도 아닌데 중구청장은 고집을 부리고, 시장은 무기력하게 끌려가기만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런 수준이 정치력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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