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아쉬운 베테랑의 품격과 되찾아야 하는 자존심

2020 시즌 한화이글스 베테랑들의 자존심 회복을 기대한다.
2020 시즌 한화이글스 베테랑들의 자존심 회복을 기대한다.

한화이글스는 2018시즌을 맞아 한용덕 감독의 영입과 프랜차이즈 지도자들의 복귀로 그라운드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그렇게 시작된 바람은 태풍으로 바뀌면서 11년 만의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푸른 꿈을 그리며 한 단계 도약을 이루리라 의심하지 않았던 2019시즌,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는 그대로였다. 3위에서 9위로의 추락과 함께 암흑기 시절로 돌아간 성적을 받아 들었다. 하지만 이 결과는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기에는 용납하기 쉽지 않은 의외의 결과였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시즌이었다.

한 팀의 성적이 곤두박질할 때는 한 가지 이유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매우 다양한 변수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팀을 어렵게 만들곤 한다. 한화이글스의 2019시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른 팀들에 비해 전력이나 팀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부족했기 때문에 하위권에 처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한화이글스가 지난 2년간 내세웠던 가장 큰 화두는 세대교체를 통한 팀의 리빌딩이었다. 내면을 살펴보면, 이글스의 주전은 노쇠했고 젊은 선수들이 부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필요했고 그동안 베테랑들의 충분한 활약이 뒷받침돼야만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베테랑 선수들은 제 몫을 해주지 못했고 기대했던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더뎠다.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암흑기의 성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2020시즌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베테랑들의 선전이 필요하고 반드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2019년을 마무리하는 이번 글에서 “2019시즌의 아쉬움을 반드시 털어내고 자존심을 회복해야 하는 베테랑들”을 조명하고 2020년을 시작하는 다음 글에서 “2020시즌 반드시 성장해야 하는 젊은 선수들”에 대한 주제로 글을 기고하고자 한다.

2019시즌의 아쉬움을 털고 반등으로 자존심 회복해야 하는 베테랑 선수들

한화이글스는 베테랑들의 팀이다. 아직까지는 현재 진행형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더디면서 베테랑들이 그 자리를 무겁게 차지하고 있다. 경쟁에서 선배들을 밀어내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글스의 중심은 아직까지는 베테랑들이다. 

특히 야수진에서 베테랑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김태균, 송광민, 이성열, 이용규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특히, 2019시즌 개막 직전에 물의를 일으키며 팀에서 이탈됐던 이용규의 존재감은 2020시즌에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팀의 주장으로 선출되었을 뿐 아니라 2019시즌의 불미스러움을 갚아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용규의 이탈로 습자지 같은 한화이글스의 외야는 더욱 얇아져 구멍이 커졌고 테이블 세터진은 힘을 내지 못했다(물론 시즌 전 한용덕 감독의 구상은 이용규의 9번 배치였다). 연이은 정근우의 부상 이탈로 한화이글스의 외야와 테이블 세터진은 그야말로 주인 없는 무주공산에 초토화가 되었다.

어쩌면 이용규의 이탈이 외야 수비의 전력 약화와 공격에서의 아쉬움 뿐만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에 벌어진 “물의로 인한 베테랑의 이탈”은 팀 분위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2020시즌 주장 이용규의 분전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이글스의 심장, 이글스의 중심, 이글스의 4번 타자 김태균의 부진은 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김태균은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통산 0.323의 타율, 2161개의 안타, 309개의 홈런, 1329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이글스의 아니 KBO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1982년생으로 2001년 입단한 38살의 노장이기도 하다. 2020시즌에는 입단 20년 차(일본 2년 포함)로 39살의 나이가 된다. 분명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2019시즌에 0.305의 타율과 132개의 안타 그리고 0.382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물론 14년 연속 두 자리 홈런 기록이 깨지면서 단 6개의 홈런과 4할이 되지 않는 0.395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힘이 떨어진 모습도 보여줬다. 이 부분에 많은 팬들이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김태균은 현재 FA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과연 김태균이 어떤 모습으로 2020시즌을 맞이할 수 있을지 아직 장담하기 이르지만, 이글스의 처한 상황에서 김태균이 해줄 수 있는 그에 맞는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난 2년 간 부상과 부진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김태균이기에 불혹을 앞둔 39살을 맞는 시즌이지만 분명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드러낼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한화이글스의 “아픈 손가락” 투수 송창식.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나이지만 송창식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젊은 투수들의 발견과 성장에 밀려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송창식 특유의 피칭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 이면에서는 김성근 체제에서 무리한 피칭으로 쌓인 피로와 이로 인한 부상이 발목을 잡고 있다.

영광의 2018시즌 그리고 아쉬움의 2019시즌. 2년 동안 송창식은 거의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이유였을 것이다. 3년 연속 60경기 이상의 경기에 나서며 전천후로 마운드에 섰던 여파가 지난 2년을 앗아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다시 몸을 온전하게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송창식이 처한 상황은 결코 본인에게 유리하지 않다. 하지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송창식이 가지고 있는 경험은 젊은 선수들에게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예전의 몸 상태만 회복할 수 있다면 투수진에서 굉장히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LG로 이적한 송은범 그리고 현재 2019시즌 안영명이 해줬던 베테랑의 역할 말이다. 불치병을 이기고 다시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공을 던졌던 불사조 송창식의 부활에 다시 한번 기대를 가져본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미국에서의 스프링 캠프를 앞두고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 충분한 휴식과 재활로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를 철저하게 해주기를 바란다. 이번 겨울이 선수 개개인을 떠나 팀 전체에게 얼마나 중요한 시간인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기로에 선 2020시즌을 멋지게 장식하기 위해서 바로 지금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2019년 한 해 동안 부족한 글이지만 관심과 응원으로 많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많은 독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새해에는 더욱 좋은 글로 찾아뵙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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