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초청 인터뷰는 안되고, 방문 인터뷰는 된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정치신인들이 저마다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기성 정치인에 비해 언론노출 빈도가 부족했던 신인들의 경우,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정치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데 미디어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공직선거법’이 정치신인들의 ‘얼굴 알리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이는 드물다. 정치 분야에 강점이 있는 <디트뉴스>도 최근에서야 이 같은 불공정한 게임의 룰을 알게 됐다. ‘공직선거법 82조’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착화시키고 있는 주인공이다. 

<디트뉴스>는 내년 총선에 도전하고자 하는 정치신인들을 발 빠르게 인터뷰해 유권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총선예비주자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는 등 출마를 공식화한 정치신인들을 본사 ‘인터뷰 룸’으로 불러 약 30여분 동안 인터뷰를 진행하고, 전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편집한 뒤 기사와 함께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이해하기 힘든 통보를 받았다. ‘공직선거법 82조’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비후보자를 ‘언론사 인터뷰 룸’으로 초청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직접 후보자 사무실로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라는 취지였다.   

결국 영상뉴스를 제공하기 위해 조명과 카메라 등 장비를 설치해 놓은 언론사 내부 공간에서의 인터뷰는 안되고, 번거롭게 조명과 카메라 등을 예비후보자 사무실로 이동시켜 진행하는 인터뷰는 허용한다는 뜻이다. 지역 선관위와 중앙 선관위에서 공통적으로 들은 권고 내용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82조’는 언론사가 선거 후보자를 상대로 진행하는 대담·토론의 형식과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언론기관이 후보자 등을 초청해 소속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그 밖의 사항을 알아보기 위한 대담·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보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범주를 제한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선거일 1년 전, 국회의원선거 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60일 전부터 대담·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 법을 근거로 “내년 총선까지 아직 60일 이상이 남았기 때문에 후보자를 언론사로 초청해 대담·토론을 진행하는 것은 불법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담·토론과 통상적 인터뷰의 차이는 무엇인지, 언론이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과 후보자가 인터뷰를 자청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지, ‘후보자의 정견’에 어떤 것은 포함되고, 어떤 것은 포함되지 않는지. 선관위 관계자는 <디트뉴스>의 질문에 뚜렷한 답을 하지 못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82조’의 입법 취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만, 현행법이 그렇기 때문에 이를 준수해 달라는 요청만 거듭했다. 물론, 선관위 요청대로 조명과 카메라 등 취재장비를 싣고 후보자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언론이 감수해야 할 불편을 넘어, 동의하기 어려운 법·제도에 대한 의문을 벗어 던지기 어렵다.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 선거관련 법률의 핵심은 ‘선거 과정의 공정성을 유지해 그 결과를 모두 승복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82조’는 총선에 임하는 정치신인들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현역 국회의원 또는 정당의 후보자로 확정된 유력 정치인들에게만 유리한 조항이다. 

‘선거일 전 60일’은 이미 정당 내부에서 경선을 거쳐 후보자가 확정된 시점이다. 언론사 초청 인터뷰를 이 시점 이후부터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당내 경선’이라는 선거과정의 중요한 정치행위를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하고, 특히 얼굴 알리기를 위해 미디어 노출을 간절히 원하는 정치신인들에 대한 제약을 의미한다.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언론자유’와 이를 뒷받침하는 언론기관의 취재·보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에 해당된다. 때문에 공익보도가 전제된다면, 언론의 자유를 다른 공적 행위나 사적 권리보다 우위에 두고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82조’의 입법 취지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정치신인들의 미디어 노출을 제약하고, 취재공간의 설정 등 언론의 자유까지 침해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언론사 인터뷰 룸은 안되고, 후보자 사무실은 된다’는 법 해석은 결국, 이 법률이 제약하고자 하는 것이 인터뷰의 내용 그 자체가 아니고 ‘공간’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공간적 제약은 후보자들에게 ‘공정함’보다는 ‘불공정’을 안겨 줄 수 있는 악법적 요소까지 담고 있다.

다소의 비약일지 모르겠으나, 후보자가 ‘재력(財力)을 자신의 이미지에 활용하는 불공정도 우려할 수 있다. 재력이 있는 후보자가 좀 더 세련된 공간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재력이 없는 후보는 남루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게 만드는 것이 ‘공직선거법 82조’의 구멍이다. 

언론이 이 같은 불공정을 우려한다면, 선거일 60일 전까지 예비후보 인터뷰를 진행해서는 안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수많은 정치신인과 예비후보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공직선거법 82조’ 자체가 문제인지, 아니면 이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문제인지 공론(公論)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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