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103] 신년사도 정치의 일부, 진정성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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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출입처마다 어김없이 신년사를 내놓습니다. 각 기관‧단체장 이름으로 나오는 신년사는 늘 거기서 거기입니다. 한마디로 식상하고, 재미없다는 얘기입니다. 시민들은 이런 재미없는 신년사를 매년 봐야 합니다. 어쩌면 거들떠도 안보는 이들이 더 많을지 모릅니다.

신년사는 왜 재미가 없을까요. 대개 신년사에는 지난해를 평가하고, 올 한 해 무슨 일을 어떻게 할 지 방향을 담습니다. 마지막은 시민들의 관심과 협조를 구하고, 댁내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식인데요. 문제는 어느 곳이나 패턴이 한결같고, 또 이런 패턴을 매년 되풀이한다는데 있습니다.

신년사를 손수 쓰는 기관‧단체장도 드뭅니다. 공직사회를 예로 들면, 신년사를 쓰는 공무원이 따로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신년사를 참고삼아 올해 신년사를 씁니다. 신선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이유입니다. 틀에 박힌 문체와 형식으로 시민들의 공감을 구하고, 새해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 선출직 공직자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신년사의 완성 본은 조직의 수장이 최종 결재를 한 뒤 나옵니다. 대통령 신년사도 연설비서관실에서 초안을 만들고 대통령이 손을 본 다음 언론에 전달합니다. 다만, 연설비서관실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본래 업무가 글(연설문)을 쓰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신년사도 정치의 일부입니다. 1년에 한번인데, 어렵더라도 기관‧단체장이 직접 써보면 어떨까요. 명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과 시민의 대표자로서 진솔함과 진정성을 보고 싶은 바람입니다. 담당 직원의 수고도 덜 수 있고요.

음정 박자를 못 맞추더라도, 용기 내 부르는 노래가 실력자보다 더 큰 박수를 받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고 말이죠.

무엇이든 시작이 중요합니다. 2020년 새해 신년사는 시장님, 지사님, 교육감님께서 정성껏 써보길 권합니다. 새해를 맞는 각오가 남다를 겁니다. 이미 초안이 책상에 올라와 있다면 과감히 덮고, 주말 동안 잠시 짬을 내 펜을 들어보시지요. 여러분의 시정‧도정‧교육 철학과 정책 비전이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해질 줄로 믿습니다. 대신 짧고, 재밌게요.

*2018년 1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연재한 <류재민의 정치레이더>가 103회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정치레이더에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경자년(庚子年) 새해부터는 새로운 정치 칼럼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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