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체육회장에 출마한 손영화 행촌학원 이사장, 양길모 대전체육단체협의회 의장, 이승찬 계룡건설 대표(왼쪽부터).
대전체육회장에 출마한 손영화 행촌학원 이사장, 양길모 대전체육단체협의회 의장, 이승찬 계룡건설 대표(왼쪽부터).

대전시체육회가 초대 회장선거를 뽑고 있다. 체육회장 후보 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3명이다. 손영화(63) 학교법인 행촌학원 이사장, 양길모(60) 대전체육단체협의회 의장, 이승찬(43) 계룡건설 대표 등이 출마를 선언했다. 후보단일화에 실패하면 표대결이 불가피하다. 다행스럽게도 후보자들 사이에서 합의 추대가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사회가 주목해보고 있다. 

후보 단일화에 먼저 운을 뗀 사람은 양 의장이다.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뛰고 체육에 대한 관심과 봉사할 자세가 돼 있다면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이사장도 “후보 단일화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양보하면서 조율하면 된다. 대전 체육을 발전시키자는 생각은 모두 같다”고 했다. 이 대표도 역시 “간접 선거로 치러지는 체육회장선거에서 선거를 치르는 방법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며 단일화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세 후보의 말이 진정이면 합의 추대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단일화가 상대에게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면 성공하기 어렵다. 각 후보들은 스스로가 양보할 수 있는, 여유와 포용력으로 임했으면 한다. 서로 필사적으로 덤비면 단일화는 어렵다. 무엇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안 된다. 

조직 분열시키는 과열선거로 가면 안돼

끝내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선거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거로 가더라도 선거가 과열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과열선거로 가면 혼탁해지고 불법과 불공정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사태가 온다. 체육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같다면 지금 대전 체육계에 누가 조금이라도 더 적합한 인물인지 가릴 수 있는 정도의 선거면 된다.

세 후보는 경력이 서로 다르듯이 체육회 회장으로서의 장점도 같지는 않을 것이다. 전문체육인의 길을 걸어온 양 후보는 체육인들의 사정을 더 잘 안다고 봐야 하고, 교육계에 있으면서도 체육에 관심을 가져온 손 후보는 교육 분야 경력을 체육 쪽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계룡건설을 이끌고 있는 이 후보는 지역기업을 지역사회와 연결시킬 수 있다는 잇점을 갖추고 있다.

대전체육회는 대전시로부터 한 해 2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체육회 산하에는 엘리트 체육뿐 아니라 축구 농구 등산 마라톤 등 57개의 생활체육단체가 들어가 있다. 이들 단체에 가입해 있는 각종 동호회 회원들만 해도 수만 명에 달한다. 예산이나 조직의 규모로 보면 회장 자체가 이권(利權)이 될 수도 있는 자리다. 조직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이 생체협까지 눈독을 들여왔던 게 사실이다. 정치인 스스로 회장이 되거나 측근을 내세워 조직을 관리하기도 했다.

시도지사가 회장을 맡는 방식에선 선거 후유증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민간인 회장 제도는 잘못하면 조직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경제단체 등에서 수장 선출을 놓고 빚어진 갈등 때문에 조직이 양분된 상태로 운영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조직이 회원과 조직원을 위해 제대로 작동되긴 어렵다. 대전시 체육회장 선거가 그런 후유증을 남겨선 안 된다. 표 대결보다 합의 추대가 바람직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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