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거취 둘러싸고 지역 정치권 ‘이목’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유력 인사들의 ‘험지출마론’이 고개를 들면서 이완구(69) 전 국무총리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월 일찌감치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내 인적쇄신과 혁신 공천 방침과 맞물려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이 전 총리 스스로도 총선 출마 지역과 관련해 확실한 입장 표명하지 않으면서 지역 정가에서는 그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전 총리가 충청권 출마를 결심한다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움츠러든 지역 보수층을 규합하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당내 혁신 기류가 확산할 경우 출마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특히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순순히 이 전 총리에게 충청권 공천이나 경선 기회를 줄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당 지도부에 ‘무언의 메시지’, 결과는?

앞서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지난 17일 당 지도자급 인사들에게 전략적 거점지역(험지) 출마를 권고했다. 이는 곧 영남지역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충청권에서는 당 원내대표와 총리를 지낸 이 전 총리가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복귀가 확실시되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내년 총선에 세종시에 출마할 경우 대항마로 이 전 총리가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세종시는 충청권에서 상대적으로 민주당 세(勢)가 가장 두터운 지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 역시 이 부분을 의식한 듯 당에 전권을 위임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7일 충청권 국회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 스펙이나 커리어로 볼 때 나 스스로 어디에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그렇다고 꽃가마를 태워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충청권 전역이 사실상 ‘험지’라고 주장하며 세종시 보다 충남 지역구 출마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그는 실제 “충남도당이나 중앙당에서 전략적 차원에서 제가 필요하다고 하면 (출마)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억지로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충남’을 언급했다.

다만 그는 “황교안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해 당의 험지 출마론에 반발한 홍준표 전 대표나 김태호 전 지사와는 다른 스탠스를 취했다.

“보수재건‧지지층 결집 효과” vs “변화‧혁신 흐름에 역행”

지역 정가에서는 “이 전 총리가 표면적으로는 총선 출마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성완종 리스트’로 실추한 명예회복 차원에라도 출마에 강한 의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충청권 관계자는 “이 전 총리의 총선 출마는 구심점이 사라진 지역 정치권에 보수 재건과 지지층 결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과 변화와 혁신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찬반론이 분분하다”고 귀띔했다.

한편 이 전 총리는 지난 주 미국으로 출국해 다음 달 초 귀국해 출마 여부와 출마시 지역구까지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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