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102] 나라가 새로워지려면 정치부터 젊어져야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와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출처=마린 총리 홈페이지, 정세균 후보자 페이스북)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와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출처=마린 총리 홈페이지, 정세균 후보자 페이스북)

“내 나이와 성별을 생각해본 적이 결코 없습니다. 정치에 입문했던 이유와 유권자의 신뢰를 얻었던 것들만 생각합니다.”

지난 10일 세계 최연소 총리로 선출된 산나 마린(34) 핀란드 총리가 한 말입니다. 여성과 청년이 정치에 발들이기 어려운 우리나라 정치 구조에서는 30대 여성 총리를 신기하게 볼 일입니다. 하지만 핀란드에서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핀란드 정치의 과거와 현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핀란드는 1906년 유럽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을 준 최초의 나라였습니다. 또 만 15세부터 원하는 정당에 가입할 수 있고, 18세부터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갖습니다. 현재 핀란드 국회의원 200명 중 절반 가까운 93명이 여성이고요. 마린 총리가 발표한 내각에 장관은 19명 중 12명이 여성입니다. 또 경제부와 교육부, 내무부 같은 주요 부처 장관은 모두 30대로 임명했습니다.

그만큼 핀란드에서는 여성과 청년 정치인을 쉽게 볼 수 있고, 여성이 총리가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핀란드에는 이미 마린 총리 전 2명(2003년 안넬리예텐매키, 2010년 마리 키비니에미)의 여성 총리가 있었습니다. 현재 두 살 아이를 둔 엄마인 마린 총리는 출산에서 육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인스타그램 등으로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2주 전 정치레이더에서 핀란드 청소년의회를 잠깐 소개했는데요. 이처럼 핀란드는 어릴 때부터 정치 참여의 기회를 주고, 그 중요성을 교육하는 ‘정치 선진국’입니다. 그렇다보니 40세 이하 국회의원이 36%를 차지하고, 청년 정책 입법도 활발하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20대 총선 당선자 가운데 여성은 195명(13.3%)이었습니다. 이마저도 비례대표가 64%(125명)입니다. 20대 청년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30대도 3.2%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50~60대입니다.

이는 그동안 우리 정치가 청년 정치인 육성과 발굴에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아울러 국회에서 이들 세대의 대변자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핀란드는 전국을 13개 권역으로 나누는 완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한 선거구에서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최대 화두인데요. 각 정파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면서 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아예 비례대표를 없애고 지역구만 뽑자는 당도 있습니다.

여야 모두 ‘개혁 공천’을 외치며 여성‧청년들에 가산점을 몇 프로씩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선거 때만 정치신인들에게 할당(쿼터)을 내걸기보다, 아직 정치에 참여할 준비가 부족한 계층을 위해 대문을 더 활짝 열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획기적인 선거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여성과 청년들의 제도권 진입은 여전히 ‘좁은 문’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총리 후임에 6선인 정세균 민주당 의원을 지명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가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는데요. 일부에서는 정 후보자가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이력을 문제 삼습니다. 입법부 수장 출신이 행정부 ‘넘버2’로 이동하는 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정치 공학적 찬반은 차치하더라도 정 후보자의 나이는 올해 만 69세입니다. 물론 오랜 정치 경험과 관료 생활을 통해 다져진 내공은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몇 달 뒤면 70대가 되는 정 후보자가 일인지하 만인지상 자리에서 이 나라 청년과 여성에 얼마나 과단성 있는 정책을 펼 수 있을지는 곱씹어 볼 일입니다. 나라가 새로워지려면 정치부터 젊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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