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규 교수의 과학으로 읽는 한의학]

2천 년 전에 저술된 “황제내경“ 이라는 한의학 서적에 사람의 성숙과 노화되는 나이를 남성은 8년 여성은 7년을 기준으로 설명하였다. 여성은 7세(1x7)에 남녀의 차이가 나타나고, 14세(2x7)에 본격적으로 월경이 일어나며, 21세(3x7)에 가장 왕성한 여성호르몬의 작동이 일어나다가 ........... 49세 (7x7)에 폐경이 되며 노화가 본격화 된다고 적혀져다. 그러한 관찰과 서술은 2천 년이 지난 현대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전 세계의 여성의 평균 폐경나이는 49세이다. 여성은 100~200만개의 원시난포를 가지고 태어나서 초경이후에 이를 매달 성숙시켜 난자를 배란한다. 이렇게 약 35년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월경은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 축’에 의해 조절되는 호르몬들의 주기적 흐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폐경이 가까워지면, 난소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감소하고 여성의 호르몬 체계에 격동이 생긴다.

폐경전후에는 이러한 호르몬들의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기 때문에 안면홍조와 열감, 과도한 땀의 발생, 수면장애 및 우울감과 같은 감정의 조절이상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우울한 감정의 발생은 폐경전후기(소위 갱년기)에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이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분석된 2019년 논문에 따르면 갱년기여성의 36.3%에서 우울증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전체 연령대에 비하여 월등히 높았다. 서양의학적으로 갱년기증후군의 치료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공급하는 호르몬 요법과 우울증의 원인 중의 하나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활성저하를 증가시켜주기 위한 약물 등이 가장 다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두통, 발한, 불안, 위장장애, 피로, 수면장애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의학적 치료법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편, 한의학의 대표 치료법인 침 치료는 이제 전 세계에서 다양한 질병치료의 확실한 선택법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매년 국내외에서 침의 효과와 기전에 대한 국제논문이 1,000편 이상 발표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침치료는 국소적으로는 근막발통점을 비활성화시켜 국부통증을 완화하는 작용을 할 뿐만 아리라, 침자극으로 발생되는 활동전위는 신경을 따라 척수와 뇌까지 전해져 여러 반응을 야기하며, 자율신경계에도 조절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대에는 전통적 침 치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응용한 기법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전침이다. 전침은 침에 미량의 전류를 흘려보냄으로써 지속적으로 침 자극을 유지시키고, 효과를 증대시키는 응용 침치료 기술이다. 이 전침치료가 폐경기 여성의 우울증을 개선하는 데에 우수한 효과가 있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국제논문에 발표되었다.  

중국의 6개 병원에서 함께 진행된 이 연구는 폐경기 우울증을 앓고 있는 242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연구 참여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손발, 복부, 두부에 위치한 8개의 혈자리에 12주간 전침 치료를 행하였고, 다른 한 그룹은 대표적 항우울제인 Escitalopram을 12주간 매일 투여하였다. 두 그룹 모두 12주간의 치료 후, 12주 동안 더 경과를 지켜보았으며, 주기적으로 우울증의 변화와 삶의 질 변화를 평가하였다. 그 결과 전침 치료를 받은 그룹은 치료기간동안 항우울제를 투여받은 그룹과 유사한 정도의 우울증 개선효과를 보였으나, 치료를 마친 후 12주간의 관찰기간 동안은 항우울제에 비해 우세한 효과를 보였다. 본 연구에서는 또한 우울증뿐만 아니라 삶의 질 개선을 평가한 항목에서도 전침이 더 우수한 개선효과를 보였다,  

폐경 평균 연령이 49.7세라는 것을 고려할 때, 여성은 일생의 1/3은 폐경 이후의 삶을 살게 된다. 폐경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 할 경우, 이후 더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거나 골다공증, 동맥경화증 같은 만성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사실 다른 많은 연구에서 전침이 뇌의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고 조절하는 효과가 있음을 규명하기도 하였다. 또한, 침 치료가 폐경전후의 우울증뿐만 아니라 안면홍조와 열감, 발한, 수면장애 등의 증상 또한 경감시킨다는 선행연구도 존재한다. 이러한 과학적 근거들은 한방치료가 폐경전후에 갱년기증후군에 시달리는 여성에게 건강과 활력을 찾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선택지임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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