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다양한 전력 보강, 코칭스태프 강화, 새로운 변화 시도

정민철 단장의 복귀, 한용덕 감독의 마지막 시즌 한화이글스의 2020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정민철 단장의 복귀, 한용덕 감독의 마지막 시즌 한화이글스의 2020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 

한화이글스를 대표하는 응원가 중의 일부이다. 한화이글스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몇 안 되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활용되는 팀 중 하나이다. 대표적인 것이 “행복 야구”, “마약 야구”, “마리한화” 등이 있고 이글스 팬들은 “보살팬”으로 불릴 정도로 다른 팀에 비해 정형화된 캐릭터가 많다.

한화이글스는 지방 구단으로 빅마켓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에서 나름 이슈의 중심에 있고 다른 구단의 팬들에게도 익숙한 팀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선수단 뿐 아니라 프런트가 많은 역할을 해내면서 팬들과 함께 한화이글스를 하나로 묶어 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이번 스토브 리그에서는 리그에 별다른 큰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한화이글스만의 발빠른 행보로 스토브 리그를 리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정민철 단장이 영입되고 그에 따른 계획이 차례대로 이루어지면서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전력 보강을 위한 다양한 방법 동원으로 경기력 상승 유도

각 팀들이 전력을 보강하기 위한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신인 보강, 외국인 선수 영입, 2차 드래프트와 같이 모든 팀들이 의례적으로 하는 제도적 시스템에 의한 방법들과 각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트레이드, 자유계약 그리고 선수 육성 등이 그 범주에 속한다.

앞서 언급한 제도적 방법에 있어서 한화이글스의 스토브 리그는 어느 팀과 견주어도 알찬 전력 보강을 했다. 신인 지명에 있어서 한화에서 보기 드문 대형 파이어볼러로서의 가능성을 가진 1차 지명 신지후를 비롯해서 청소년대표 출신으로 흙 속의 진주로 평가받는 2차 1라운드 남지민, 부산고의 에이스 출신 2라운드 한승주, 호타준족을 자랑하는 외야 자원 3라운드 임종찬까지 한화이글스가 원하던 그리고 부족한 포지션에 알맞은 신인들을 선발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 시즌 농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외국인 선수 계약도 지난 시즌 함께 했던 세 선수와 모두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10개 구단 중 가장 빠르게 마무리를 지었다. 빠른 재계약은 외국인 선수들의 시즌 준비를 원활하게 해줄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에게도 시즌 전략 구상을 용이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후반기에 좋은 성적을 거뒀던 서폴드와 채드벨은 충분한 휴식을 통해 컨디션 회복을,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다시 신임을 받은 호잉은 반등을 위해 충분한 준비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좋은 몸 상태로 스프링 캠프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여러 차례 언급되었지만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이글스의 부족한 포지션에 대한 전력 보강에 성공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이다. 지성준의 트레이드를 대비한 이해창, 외야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정진호, 좌완 투수의 갈증 해결을 위한 이현호의 지명은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한용덕 감독에게 큰 힘이 되어줄 전망이고 기존의 선수들에게도 경쟁을 통한 동기 부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보수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한국프로야구에서 트레이드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현재와 미래 그리고 “부메랑”이라는 결과론에 치우쳐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민철 단장은 팀 전력 상승을 위한 과감한 트레이드로 선발 투수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내년 시즌 당장 트레이드의 결과를 속단하기엔 이르겠지만 팀 전력 상승을 위해서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는 트레이드였음에는 분명하다.

또한, 팀의 장타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SK에서 유니폼을 벗은 최승준의 영입은 포지션의 중복은 있겠으나 좋은 영입으로 평가된다. 전체적인 커리어는 좋지 않으나 분명 임팩트 있는 성적을 거두었던 최승준이기에 꾸준한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반등할 여지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

코칭스태프 강화를 위한 외부 영입으로 순혈주의 타파 그리고 새로운 변화 시도

한화이글스는 송진우 코치, 장종훈 코치, 구대성, 정민철 단장 그리고 한용덕 감독에 이르기까지 역대급 성적을 거둔 전설들이 많다. 송진우, 장종훈, 정민철 세 선수는 영구결번이라는 영광까지 안은 이글스 뿐 아니라 프로야구의 레전드들이다.

김인식, 김응룡, 김성근의 역대급 감독들이 팀을 거쳐 가는 동안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던 프랜차이즈들이 차례로 팀을 많이 떠났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이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으면서 다시 전설들이 복귀해서 팀을 이끌기 시작했다. 여기에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는 사이에 정민철 단장까지 영입이 되면서 이글스의 순혈주의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하지만 이내 순혈주의에 변화가 감지되었다. 최원호 전 해설위원을 2군 감독으로 영입하면서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최원호 2군 감독은 인천 출신으로 과거 현대와 LG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LG 코치를 거쳐 해설위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한화이글스와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정민철 단장은 최원호 2군 감독의 야구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열정 그리고 지도력에 한화의 미래를 맡기는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정경배 코치를 추가 영입하면서 2군 코칭스태프의 핵심을 외부 영입으로 마무리했다. 정경배 코치는 지난 시즌 우승팀 두산의 2군 타격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했고 특히 SK에서 타격 코치를 하면서 공포의 타선을 완성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런 부분들을 높게 평가하고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최원호, 정경배, 두 지도자는 모두 인천 출신에 인천고 동기생으로 넓게는 정민철 단장과 1992년 입단(고졸 기준), 1996년 입단(대졸 기준) 동기생으로 분류가 된다(아이러니하게도 세 명의 출생 연도는 모두 다르다.).

두 지도자의 영입은 한화이글스의 미래를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해설위원과 대표팀 코치로 나름의 야구 철학을 소유한 최원호 감독 그리고 타격에서 나름의 매커니즘으로 한 획을 그었던 정경배 코치. 이 둘의 지도력에 한화이글스의 미래가 달렸다고 할 수 있겠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마지막으로 1군 타격 코치로 승격한 김성래 코치. 한용덕 감독이 영입된 후 1군 타격은 일본인 거물 코치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2년 동안 큰 변화나 향상은 보이지 않았다. 김성래 코치는 이글스 2군에서 젊은 선수들 성장에 많은 시간을 기울였던 지도자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 보다 연차가 높은 지도자이기 때문에 1군 진입은 정서상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용덕 감독은 변화를 위해 이를 받아들였고 정상을 위해 함께 나가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정민철 단장의 화려한 복귀 그리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 한용덕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 2020년이 중요한 이유이다. 비단 두 사람의 상황 뿐 아니라 강팀으로 가는 길목에서 주저앉느냐 일어서느냐의 한화이글스 미래도 결정될 수 있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루어져 왔던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동계훈련을 이어갈 한화이글스. 이번 겨울이 선수 개개인을 떠나 팀 전체에게 얼마나 중요한 시간인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기로에 선 2020 시즌을 멋지게 장식하기 위해서 바로 지금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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