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거부할 수도, 피할 수도, 알 수도 없는 불가사의한 운명, 그래서 아모르파티‘운명을 사랑하라.’했다. 
좋든 싫든 사랑해야만 하는 운명의 의미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 누구나‘얼마만큼 살아라.’하는 命을 부여 받았다.
운명(運命)에서 명(命)의 뜻을 살펴보기로 한다. 
命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하겠다. 
하나는‘얼마만큼 살아라.’하는 목숨의 뜻이요. 
또 하나는‘어떻게 살아라.’하는 인생 스케줄의 뜻이 담겨있다 하겠다. 

먼저‘얼마만큼 살아라.’하는 목숨의 命을 살펴보기로 한다. 
조물주는 인간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할 때‘얼마만큼 살아라.’하는 각자의 목숨을 부여해 주셨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일간신문에‘20대 초급 경찰 간부가 우울증 때문에 15층에서 투신하였지만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처럼 목숨은 하늘이 내려준 命이기 때문에 죽으려 해도 인간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노인병원에 가면 90세가 훨씬 넘으신 노인 환자분들이 병상에 미라처럼 누워계시는 것을 보게 된다. 
이는 하늘이 내려준 자기의 命을 채우고 가려하기 때문이라 하겠다. 
이와 같이 누구나 하늘로부터 부여 받은 命 즉 목숨은 자기의 뜻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선종하실 때 의료진들에게 절대 인공호흡기로 내 명을 연장하려 하지마라 하시고 의연하게 하늘의 命을 따르셨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 이것은 하늘의 命에 의함인가? 
아니면 인간이 하늘의 命을 거역함인가? 
교통사고 같은 비명횡사(非命橫死), 이것은 하늘의 命에 의함인가? 
아니면 인간의 잘못으로 인해서 하늘의 命을 따르지 못함인가?

▴ 누구나‘어떻게 살아라’는 命을 부여 받았다.
命의 또 하나의 뜻은‘어떻게 살아라.’는 인생 스케줄의 뜻이 담겨있다 하겠다. 
조물주는 인간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할 때 각자마다‘일생을 어떻게 살아가라’는 인생스케줄, 즉 사주팔자(四柱八字)를 주셨다는 것이다. 
열자(列子)는‘부귀와 빈천의 운명은 그 사람의 사주팔자(四柱八字)에 있는 것이지 그 사람의 의지나 노력에 의해 정해짐이 아니다.’(年月日時該載定 算來由命不由人)하였다. 

공자께서도‘태어나고 죽는 것은 하늘에 命에 달려 있고 부유해지거나 귀하게 되는 것도 하늘의 命에 달려 있다.’(死生有命 富貴在天)라 하셨다. 
동양의 운명철학에서는 인간의 태어남이나 죽음, 삶의 모습은 자신의 의지나 노력 밖에 있는 그 어떤 불가항력(不可抗力) 즉 命의 작용에 의함이라 하였다.

▴ 누가 오라고 손짓하여 이승에 왔나.
누가 오라고 손짓하여 이승에 왔나, 
누가 가라고 보채어 이승을 떠나나, 
못나고 싶은 이 어디 있나, 
못살고 싶은 이 어디 있나, 
가난하고 싶은 이 어디 있나, 
누가 불행을 선택하랴, 
그게 모두 명(命)의 움직임이라네, 
命따라 오고 命따라 살다 命따라 간다네
(어느 스님의 業이라는 글을 필자가 임의로 고친 것임) 

내가 이 시대, 이 땅에서, 내 부모에 의해 태어난 것은 나와 부모의 뜻이나 선택에 의함이 아니라 命에 의함이라하겠다. 
누구나 오래 오래 부귀하게 살려고 한다. 
그러나 건강관리 잘해도 요절하는 사람이 있고 노력해도 빈천을 면치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 모두가 인간의 의지나 노력과 관계없는 命에 의함이라는 것이다.

▴ 나는 신이 만들어 놓은 올가미에 걸려들었을 뿐
‘오이디푸스’라는 신화에 보면, 왕자인‘오이디푸스’는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자기 어미를 범한다는 신탁(神託)을 받고 태어났다. 
그는 신의 뜻대로 왕을 자기 아버지인줄 모르고 죽이고 왕비가 자기 어머니인줄 모르고 결혼하니 결국 자기 어머니를 범하게 된 셈이다. 
이 모두가 오이디푸스의 뜻과는 관계없는 전적으로 신의 뜻 이였던 것이다. 

훗날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자신의 눈알을 뽑아내고 마지막 절규를 한다.
“죄란 무엇인가? 나는 신이 만들어 놓은 올가미에 걸려들었을 뿐, 나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오이디푸스의 이 마지막 절규는 바로 인간은 누구나 신이 만들어 준 命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메시지라 하겠다. 
누가 죄를 짓고 싶어 짓겠는가. 
단지 신(운명)의 장난에 걸려들어 신(운명)의 의지대로 짓게 되는 죄, 그래서 죄가 미운 것이지 인간이 미운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가. 

▴ 그렇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듯이 피할 수 없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맞이하는 지혜의 답은 운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그 운명에 최선을 다하여 대처하라. 
그러면 지성감천(至誠感天)이리라. 
그래서 아모르파티‘운명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김충남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김충남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堂)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 대전 KBS 1TV 아침마당 "스타 강사 3인방"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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