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 엄마아빠는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
민식이 엄마아빠는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
  • 류재민 기자
  • 승인 2019.12.06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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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의 정치레이더 100] 어린애만도 못한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민식 군 부모가 지난 달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첫 질문자로 나서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국회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민식 군 부모가 지난 달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첫 질문자로 나서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국회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TV로 보는 민식이 엄마와 아빠 얼굴은 항상 슬픕니다. 금쪽같은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그 이름을 단 법안이 정쟁의 도구로 이리저리 치이면서 민식이 부모 눈가에 눈물은 마를 날이 없습니다. 하준이, 한음이, 해인이, 태호‧유찬이 부모의 심정도 다를 바 없을 겁니다.

이들 엄마아빠 바람은 단 하나입니다. 자기 아이들은 이제 돌아올 수 없지만, 더는 저들과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회는 숨진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부모들 바람대로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회는 아이들을 볼모로 삼고 네 탓 공방만 하고 있습니다.

민식이법 본질 왜곡에 희화화까지
상처 받은 부모들 가슴에 왜 소금 뿌리나

어떤 정치인은 민식이가 살던 충남 아산에서 열린 정치 행사 도중 민식이 이름을 “만식이”라고 부르고, 제1야당 의총장에서는 “민식인지, 삼식인지”라고 희화화하며 부모를 두 번 세 번 울리고 있습니다. 민식이 아빠와 어제(5일) 통화를 했는데요. “민식이법을 악법이라며 본질을 흐리고, 악성 댓글과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프랑스는 ‘어린이의회’가 활성화된 나라입니다. 프랑스 어린이의회는 1994년 처음 열렸는데요.의원들은 12세 어린이(초등학교 5학년) 522명입니다. 매년 열리는 어린이의회의 가장 큰 특징은 모의국회가 아닌, ‘진짜 법’을 만든다는데 있습니다.

프랑스의회는 어린이들이 요청하는 자료를 제공해야 하며, 각 지역구 의원들은 직접 어린이들을 만나 법안 제출을 도울 의무가 있습니다. 어린이 노동으로 생산된 학용품 구매를 금지하는 법률이나 아동학대 발견과 예방에 학교의 역할을 강조한 법률 등이 어린이의회를 통해 만들어진 대표적 사례입니다.

핀란드 역시 1998년부터 2년에 한번 씩 청소년 의회를 열고 있습니다. 청소년 의원은 핀란드 의원 숫자와 같은 199명입니다. TV로도 생중계되는 청소년의회 모델은 바로 프랑스 어린이의회라는데요. 프랑스와 핀란드 모두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국가의 입법 기회를 부여했다는 점은 우리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프랑스와 핀란드 의회에서 배울 교훈
어린이와 청소년에 입법 기회 부여

고대 그리스 아테네 민주정치는 성인 남성만 정치에 참여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성과 노예, 외국인, 어린이는 참정권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유교 신분사회를 겪은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역사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노예제가 폐지된 오늘날 여성과 외국인도 투표권이 있습니다. 어린이(청소년)만 없는 셈이죠.

그래서 이런 생각도 듭니다. 민식이법이나 하준이법 같은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이 국회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는 게 어쩌면 어린이들에게 투표권이 없기 때문 아니었을까. 대한민국 정치가 밥그릇 싸움과 어린애만도 못한 떼쓰기를 하는 동안, 내일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은 안전의 사각지대에서 떨고 있습니다.

안전 사각지대 떠밀린 ‘내일의 주인공’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 및 허위사실 유포 중단해야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가면 1973년 5월 5일 개장과 함께 당시 대통령이던 박정희 친필 표석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어린이는 내일의 주인공 착하고 씩씩하며 슬기롭게 자라자’고 쓰여 있는데요.

언제 닥칠지 모를 사고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이 어떻게 착하고 씩씩하며 슬기롭게 자라 내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말고 쳐다보아야 한다’(어린이선언문)고 강조했습니다.

민식이법은 오늘도 굳게 닫힌 국회 본회의장 앞을 서성이고 있는데요. 이제라도 정치권은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법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민식이법의 본질을 왜곡하는 허위사실도 유포해선 안 됩니다.

민식이 아빠는 며칠 전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는 민주당도 아니고 한국당도 아니다”고 울먹였습니다. 민식이 동생은 내년 3월 형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민식이네 가족은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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