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중구의회 본회의장 구정질문 답변 통해 서로간 입장차 확인
김 "구민과 공무원 선동 유감", 박 "결산검사 권한 밖 행위 사과해야"

최근 대전 중구의회가 재정안정화기금 조례를 수정한 뒤 집행부와 의회간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박용갑 중구청장과 김연수 중구의원이 재정안정화 기금과 관련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대전 중구의회는 2일 오전 11시부터 제223회 제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구정질문과 답변을 진행했다. 이정수 중구의원이 지난 29일 회의에서 구정질문한 것에 대한 박 청장의 답변이 진행됐고 이어 김연수 의원이 단상에 올라 박 청장을 향해 구정 질문이 예정돼 있었다. 김 의원의 박 청장에 대한 구정질문은 일괄질의에 따른 일괄답변이 아닌 일문일답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지역사회의 이목을 끌었다.

때문에 언론사의 취재 경쟁도 치열한 상황에서 진행된 이날 구정질문은 오전 11시에 시작해 낮 12시를 훌쩍 넘길 정도로 김 의원과 박 청장간 신경전 양상을 보였다.

첫 번째 충돌은 첫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김 의원은 "대사동 생태하천복원사업은 전 구청장이 국책사업 450억원을 확보한 사업으로 복개도로를 철거해 생태하천을 조성하고 왕복4차선의 도로와 교량, 주차장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라며 "박 청장이 취임한 뒤 기본설계 용역비 3억 9천만원을 집행한 후 시비 잔액 1억 5천만원을 반납하고 사업을 철회했는데 자구노력 개선사항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박 청장은 대사동 생태하천복원사업의 시작부터 진행상황, 그리고 사업 철회까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박 청장의 답변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김 의원은 "답변을 간결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고, 박 청장은 "사업 진행 과정을 설명하는 거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보다못한 서명석 의장이 "이렇게 하면 구정 질문 진행을 못한다. 간결하게 답변해 달라"며 중재했고, 박 청장이 "이 사업은 애초부터 무리하게 추진해 왔던 사업"이라는 발언을 마지막으로 답변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들의 충돌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김 의원의 질문에 박 청장이 답변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 이날 구정질문의 하이라이트는 예상대로 재정안정화기금 조례 개정 과정에서 나왔다.

김 의원은 중구가 작성한 재정안정화기금 설치 검토보고 서류를 제시하며 "구청장께서 서명하신 이 자료를 보면 재정안정화기금은 2018년부터 효문화뿌리마을 조성사업비로 우선 투자함이라고 적혀 있다"며 "그럼에도 구청장께서는 그동안 주민들에게 재정안정화기금은 동사무소 건립 자금으로 사용하려고 한다고 말씀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동사무소를 지을 계획이었다면 재정안정화기금에 적립할 일이 아니라 청사 건립기금 조례를 만들어 거기에 담아 놓았으면 될 일"이라며 "재정안정화기금과 청사건립기금은 전혀 다른 기금이고, 청사건립조례를 제정한다면 의회가 반대했겠는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박 청장이)재정안정화기금 조례 내용을 삭제함으로 마치 동사무소 건립 재원을 의회가 못쓰게 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주민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조례 개정에 따라 동사무소를 못짓는 것처럼 구청장이 얘기하시고 공무원들 교육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거듭 박 청장을 지적했다.

2일 열린 대전 중구의회 본회의에서 박용갑 중구청장과 김연수 중구의원이 구정질문 과정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보였다.
2일 열린 대전 중구의회 본회의에서 박용갑 중구청장과 김연수 중구의원이 구정질문 과정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보였다.

그러자 박 청장이 반격했다. 그는 "재정안정화기금 조례가 개정된 것은 2018년 결산검사에서 조례 개정을 권고했기 때문인데 결산검사위원의 범위는 당해년도 지출한 것을 결산하는 것까지 임에도 조례를 잘했다 잘못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권한 밖의 일"이라며 "김 의원이 당시 대표결산검사위원이었다. 중구의원들은 결산검사위원이 권고한 사항으로 이행해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조례를 삭제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박 청장은 "김 의원이 분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의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즉각 "2018 회계년도 결산검사에서 재정안정화기금 조례 개정을 권고했는데 행정안전부 원안에는 대규모 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고 중구 조례에만 있는 것으로 확인돼 대규모 사업을 염두에 두고 무리하게 일반 재원에서 30억원과 60억원을 적립한다고 보고 개정을 권고한 것"이라며 "재정안정화 기금에 90억원을 적립하지 않았다면 동사무소는 벌써 건립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박 청장은 "재정안정화기금 조례는 결산검사위원이 자기 권한 밖의 일을 한 것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거듭 김 의원을 겨냥한 뒤 "이런 문제를 가지고 의회와 집행부, 주민들이 걱정한다. 제발 이제는 의회가 집행부에게 폭넓은 비전을 제시해달라. 그래야 중구 발전에 도움된다"고 끝맺음했다.

이날 김 의원과 박 청장간 구정질문 일문일답은 예정된 40분을 넘겨 초과 시간까지 초과되면서 치열하게 진행된 채 마무리됐다. 이들은 회의가 끝난 뒤 서로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형식적인 악수만을 주고 받아 신경전이 끝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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