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내부 FA 잔류와 외부 영입, 명확한 방향성 필요한 엔트리 운영

2020 시즌을 위한 한화이글스의 투수진 운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2020 시즌을 위한 한화이글스의 투수진 운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한화이글스가 스토브 리그에서 이슈의 중심에 있다. 정민철 단장의 선임 이후 전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면서 이번 스토브 리그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올타임 넘버원 2루수로 평가 받는 정근우의 2차 드래프트 이적, 팀 전력의 빈자리를 긁을 수 있었던 2차 드래프트에서의 알찬 지명, 포수 유망주 지성준을 내주고 즉시 전력인 선발 장시환을 데려 오는 트레이드, 불협화음 없이 두 번째 FA 계약에 성공한 끝판왕 정우람까지, 한화이글스의 스토브 리그가 시끌시끌한 이유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는 선발 장시환의 영입과 마무리 정우람과의 FA 계약이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역대급 성적을 내고도 팀 성적이 9위에 그친 이유는 명확하다. 토종 투수들의 활약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토종 선발의 활약은 10개 구단 중 가장 암담한 모습이었다.

FA 정우람의 잔류와 선발 투수 장시환의 영입 그리고 이현호의 합류

한화이글스의 끝판왕 정우람이 다시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한화이글스는 FA 자격을 재취득한 정우람과 4년 총액 39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4년 동안 특급 마무리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한화이글스를 가을야구로도 이끌었던 정우람은 향후 4년 동안 다시 한화이글스의 뒷문을 책임지게 되었다.

정우람은 첫 번째 FA로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을 때 계약한 84억원과 비교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39억원의 좋은 대우를 받으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주목할 점은 계약 기간이 4년이고 옵션이 없는 보장 금액이 39억원이기 때문에 최근의 추세로 보면 적지 않은 금액임에는 틀림없다. 36살의 베테랑에게 4년의 계약 기간을 보장한 것으로도 충분히 정우람을 예우했다고 볼 수 있겠다. 

정우람의 계약은 크게 두 가지를 가능하게 한다. 첫 번째는 말 그대로 정우람이 한화이글스의 뒷문을 지켜주면서 팀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정우람의 뒤를 잇는 마무리를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한화이글스가 다시 가을야구에 갈 수 있는, 두 번째는 향후 한화이글스가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한편, 한화이글스 포수 유망주 지성준과 트레이드를 통해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장시환의 합류는 선발 투수 한 자리를 책임져 줄 것이다. 장시환은 올시즌 롯데에서도 노경은, 박세웅의 빈자리를 채우며 준수한 선발 투수의 역할을 해줬다. 주로 불펜으로 뛰다가 선발로 전환해 임팩트를 남긴 시즌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올시즌 보여준 피칭은 한화이글스의 어떤 토종 선발보다 뛰어난 모습이었다.

또한, 장시환은 한화에서는 보기 드문 “파이어볼러”이다. 직구의 최고 구속이 아니라 평균 구속이 140대 중반을 유지한다. 이는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하는 한화이글스의 선발 투수들에 비해 또 다른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중견수 이용규, 유격수 하주석의 복귀로 탄탄해질 수비진과 최악의 성적을 낸 롯데의 포수진과는 다른 최재훈이라는 걸출한 포수가 안방을 지키고 있는 것도 장시환이 올시즌 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시환은 한화이글스의 연고 지역 출신이다. 즉,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이글스의 유니폼 그리고 대전구장이 낯설지 않고 팀을 이적했음에도 오히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빠르게 찾을 가능성이 크다. 장시환의 부모님도 아직 연고 지역에 거주하고 팀에 지역의 선 후배들도 많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한편,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 좌완 이현호는 의외로 한화이글스에서 반등의 계기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두산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지만 좌완 투수로 갖는 장점을 십분 발휘한다면 한화에서 충분히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선발과 불펜 모두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용덕 감독이 활용하기에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호는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2011년 2라운드 전체 11번으로 두산에 지명된 좌완 유망주이다. 지명 순위에서 알 수 있듯이 큰 기대를 안고 두산이 지명했던 선수이다. 두산에서도 나름 기회를 받았지만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투수진이 리빌딩 상황인 한화에서는 더 좋은 그리고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두산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한용덕 감독이 이현호 선수를 잘 알고 있는 것도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2020 한화이글스 투수진의 '윤곽'은 드러나고 있다

장시환의 영입 그리고 정우람의 잔류로 2020시즌 한화이글스 투수진의 윤곽은 드러나고 있다. 또한,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외국인 투수 서폴드와 채드벨과의 계약을 서둘러 마무리했기 때문에 내년 시즌을 위한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서폴드와 채드벨 그리고 장시환이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많은 선발 후보들이 있었지만 그 어떤 누구도 자신의 입지를 굳힌 선수는 없었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치열한 선발 경쟁이 벌어질 것이 자명하다.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우완 유망주 김성훈의 빈자리가 너무 아쉽지만 김성훈 선수를 위해서라도 남은 선수들이 최선의 노력으로 선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이어갈 것이다.

올시즌 막바지에 좋은 모습을 보였던 고졸 신인 김이환과 전반기에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던 장민재 그리고 해와파 김진영, 유일한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 등이 후보군 중에 앞서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질롱코리아에 합류해 담금질을 하고 있는 좌완 박주홍 그리고 대졸 신인 박윤철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두산에서 영입한 좌완 이현호와 임준섭도 후보군이 될 수 있겠다. 이 두 선수는 선발에서 기회를 받지 못하더라도 좌완 불펜으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여기에 만년 유망주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는 김민우와 송은범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사이드암 신정락에게도 기회가 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선수만 하더라도 10명에 이른다. 두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이탈한 선수가 불펜으로 이동을 하더라도 자리가 많지 않고 경쟁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안영명, 이태양, 박상원의 우완 필승 트리오 그리고 마무리 정우람은 거의 고정이라고 본다면 1군에 살아 남을 선수는 불과 3-4명에 지나지 않는다. 불펜의 다양성을 본다면 좌완과 옆구리 계열의 선수들도 필요하다. 좌완 자리는 선발 경쟁을 벌이는 이현호, 임준섭, 박주홍에 송창현, 이충호, 황영국이 도전하는 모양새이다. 옆구리 계열에서는 신정락에 서균이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이 양적으로 풍부해졌다. 이제는 내실을 다질 시기이고 주전급으로 성장할 젊은 선수들을 육성해서 안정적으로 엔트리를 운영해야 될 시점이다. 이번 스프링캠프와 내년 시즌이 중요한 이유이다. 한용덕 감독이 투수 출신이기 때문에 충분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2020시즌의 비상을 위해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할 한화이글스 선수단. 이번 겨울이 선수 개개인을 떠나 팀 전체에게 얼마나 중요한 시간인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강팀으로 가는 기로에 선 2020시즌을 멋지게 장식하기 위해서 바로 지금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