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2차 드래프트 이후 엇갈린 행보, 공격적인 트레이드로 전격 보강

내년 시즌을 대비한 한화이글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내년 시즌을 대비한 한화이글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화이글스의 스토브 리그가 예상과는 다르게 파격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정민철 단장의 영입으로 어느 정도의 움직임은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예상은 내부 FA와의 안정적인 재계약 그리고 취약 포지션에 대한 외부 FA 검토 그리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한 전력 강화였다.

하지만 FA 관련 소식들은 들리지 않는 가운데 외국인 투수 서폴드와 채드벨의 계약은 10개 구단 중 제일 먼저 마무리 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의외의 선택을 하면서 의문을 나타냈지만 곧바로 파격적 트레이드로 그 의문을 지워내고 전력 보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한 이별과 만남 그리고 전력 보강

지난 20일 다섯 번째 한국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가 개최됐다. 2차 드래프트는 지난 2011년 처음 시행되어 2년에 한 번씩 열리는데 미국 메이저리그의 ‘룰 5 드래프트’를 본 떠 우리 상황에 맞게 만들어진 제도이다.

최근 그 취지와는 다르게 약팀의 전력 보강의 도구로만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여론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화이글스와 같이 팀 전력이 약하고 뎁스 자체가 얇은 팀 입장에서는 현재로서는 전력 보강을 위한 굉장히 매력적인 제도일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누누이 강조했듯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팀의 부족한 전력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은 한화이글스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인 것도 분명하다. 그동안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큰 재미를 본 적 없는 한화이글스, 하지만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나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1라운드에서 kt의 포수 이해창을 깜짝 지명했고 2라운드에서는 두산의 외야수 정진호를, 3라운드에서는 두산의 좌완 투수 이현호를 지명하면서 2차 드래프트를 마무리했다. 이름값만으로는 한화이글스가 2차 드래프트 최고의 픽에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알찬 지명이었다. 하지만 베테랑 정근우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하게 되면서 많은 팬들이 아쉬움을 나타내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6년 동안 암흑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쳐주면서 모범을 보였던 정근우의 이적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정은원의 급성장으로 본인의 주 포지션이었던 2루수를 포기하고 팀의 전력 상승을 위해 외야와 1루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팀을 위해 희생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다음 시즌 이용규가 복귀하고 젊은 선수들(장진혁, 이동훈 등)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되는 외야. 그리고 아직 FA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베테랑 김태균과 이성열 그리고 유망주 변우혁 등에게 기회가 주어질 1루와 지명 자리도 정근우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면서 정근우가 40인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G의 선택은 정근우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고 충분히 2루로의 복귀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근우의 이적은 아쉽지만 한화이글스는 이번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최고의 영입을 할 수 있었다. 포수 이해창은 최재훈과 지성준의 백업으로 차고 넘치는 선수로 이글스의 안방을 더욱 두텁게 만들 수 있는 자원이고 정진호는 그야말로 한화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가 되는 외야 자원이다. 한화이글스의 취약 포지션인 외야 한 자리를 과연 메워줄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볼 선수이다. 마지막으로 좌완 이현호는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한 자원으로 두산에서 피우지 못한 꽃을 한화이글스에서 피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정민철 단장의 공격적인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보강

의문을 나타냈던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포수 이해창의 지명은 바로 정민철 단장의 속내를 숨긴 전략이었음이 드러났다. 정민철 단장은 2차 드래프트 후 한화이글스 포수 유망주 지성준을 롯데에 내주며 선발 투수 장시환을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양 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트레이드였다. 

물론, 현재 한화이글스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20대 중반의 군필 포수 자원 그것도 한화이글스의 최대 유망주를 30대 중반을 향하고 있는 선발 장시환과 바꾸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직 많은 기회를 주지도 않았던 1차 지명 군필 내야수 김주현까지 롯데로 가기 때문이다(물론 한화도 고졸 신인 포수 김현우를 받았다). 트레이드의 성과는 현재 전략과 미래 전략에 달려 있다. 한화는 현재를 선택했고 롯데는 미래를 선택한 것이다.

한화이글스는 포수 포지션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신경현의 은퇴 이후 이글스의 안방은 무주공산이었다. 유망주 정범모의 성장이 더뎌지면서 조인성, 차일목, 허도환 등 외부에서 베테랑들을 영입하면서 그 빈자리를 채우곤 했었지만 이내 부족함이 드러났고 결국 트레이드를 통해 최재훈을 영입하면서 비로소 안방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최재훈의 건실한 리드 아래 지성준이라는 유망주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신경현 이후 10여년 만의 프랜차이즈 포수의 등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화이글스 팬들의 지성준 사랑은 대단했고 이번 트레이드의 반응도 구단에 대한 성토가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정민철 단장은 최재훈이 건강하다는 전제 아래 지성준의 활용이 제한될 것으로 판단하고 즉시 전력감인 선발 투수를 영입하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포수가 부족한 롯데와의 협상 끝에 올시즌 선발 투수로 제 몫을 다한 장시환을 점찍고 지성준과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한화이글스는 서폴드와 채드벨의 이글스 역대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토종 선발의 부진으로 시즌 성적 9위에 그치고 말았다. 15명의 선발진이 투입될 정도로 어려움을 겪은 선발진이기 때문에 정민철 단장은 확실한 토종 선발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장시환은 87년생으로 지성준 보다는 분명 7살 많지만 류현진과 같은 나이로 노장으로 불리기에는 이르고 충분히 한화에서 경쟁력 있는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자원임에는 분명하다. 올시즌 성적도 한화이글스의 그 어떤 토종 선발보다 비교 우위에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 센터 라인(이용규, 하주석의 복귀)의 보강과 한화이글스의 불펜진을 감안하면 롯데에서의 성적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지성준이 롯데에서 양의지와 같은 선수로, 또는 강민호와 같은 선수로 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재훈이 건재한 상황에서 지성준에게 주어질 기회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도 사실이다. 장시환이 30대 중반을 향하는 나이인 것도 사실이지만 선발 투수로서 준수한 모습을 보였고 아직 4-5년 이상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수로 피칭을 이어갈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 

한화이글스에서 6년 동안 베테랑의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줬던 정근우 선수의 선수 생활 마지막 불꽃을 기대한다. 또한 짧은 기간 많은 명장면을 만들며 이글스 팬들을 즐겁게 해줬던 지성준 선수의 대성을 기원한다. 아울러,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온 장시환 선수가 지성준 선수 못지 않게 이글스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멋진 활약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마지막으로, 필자가 이번 글을 마무리 할 때 즈음 들려온 비보에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한화이글스 투수진의 최대 유망주로 평가 받았던 김성훈 선수의 사고사 소식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직 영글지 않은 기량이지만 만개했을 때 어느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줄지 모를 정도의 어마어마한 잠재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던 김성훈 선수. 이제 고졸 3년 차에 불과한 젊은 선수의 비보에 마음이 저려옵니다.

하늘나라에서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끝내 펼치지 못한, 못다한 야구 선수로서의 꿈을 이어가길 기도합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성훈 선수가 보여준 노력과 자신감 있는 피칭에 고마웠습니다. 당신은 한화이글스의 멋진 투수였습니다. 많은 팬들이 기억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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