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문재인 대통령.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국민과의 대화에서 조국 사태에 대해 “그분을 지명한 취지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에게 갈등을 주고 분열시켰다”며 사과했다. 조 장관이 사퇴의사를 밝혔을 때도,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라는 수식어는 대통령 본의가 아니었지만 일이 그렇게 되었다는 뜻이다.

일부러 일을 그르치려고 잘못하는 사람은 없다. 결과가 본래 목적과는 다르게 잘못되면서 낭패를 보곤 하지만 처음부터 실패를 목적으로 삼지는 않는다. 잘못은 ‘결과적 잘못’인 경우가 많고, 그 때 실수한 사람은 ‘결과적으로’라는 수식어를 넣어 사과해도 무방하다. ‘결과적으로’라는 말에는 약간의 면피성 의미가 포함되지만 사과의 뜻이 분명하면 시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런 표현조차 함부로 써선 안 된다. ‘결과적인 실수’조차 용납할 수 없는 게 국정 운영이다.

대통령에겐 붙을 수 없는 ‘결과적 잘못’

 ‘조국 임명’은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일’은 아니다. 대통령의 지명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일 정도의 대상이면 누구 봐도 임명 철회가 마땅한 조치였다. 그런 사람을 무슨 이유로 끝내 법무장관에 앉혔는지 국민들은 지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조국 사건의 종말은 결과적으로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대통령의 쓸데없는 아집이 불러온 결과였다.

‘결과적으로 초래되는 잘못’에 대해서는 큰 책임이 없는 것으로 여기면 곤란하다. 고의든 실수든 그 결과는 다르지 않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지거나 국민이 큰 고통을 겪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도 용서받기 어렵다. 대통령의 사과에는 ‘결과적으로’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은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거나, 잘못이나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추진해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그 이유가 표를 얻는 데 유용하거나 내편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에만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 시비를 따질 만한 가치도 없다. 조국 사건도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상당수는,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결과적으로 가져온 문제들’로 보인다. 탈원전, 최저임금 1만원(소주성), 주52시간제, 지소미아 딜레마 등은 정부의 본래의 취지와 달리 어려움에 처해있다.

탈원전은 원전의 위험성을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현실적 대안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확실한 관영 매체’인 KBS조차 탈원전의 어려움을 보도하면서 청와대 압력 시비까지 불러왔다. 최저임금은 자영업자만 죽이면서 하위 계층까지 어렵게 만들었다. 어제 최하위계층 소득이 늘었다는 보도가 나왔고 대통령은 소주성 효과라고 자랑한다. 실상은 다르다. 60점 맞던 학생이 선생의 잘못된 교수법으로 50점까지 쭉 떨어지다 55점으로 회복했다면 아직 자랑할 상황이 아니다. 더구나 학생의 실력 향상(근로소득) 때문이 아니라 기본점수(정부보조)를 높여 올라간 것이다.

주52시간제의 희생자도 서민층이다.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들은 덕을 보고 있으나 서민들은 수입이 줄어 생활고가 심해지니 사람들이 많다. 지소미아 딜레마는 외교를 너무 경시하다 스스로 발목을 잡은 문제다. 일본과는 갈등을 겪더라도 내년 선거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내부 판단 자료까지 여당에 돌았다는 점으로 보면 여권의 정치적 이익에서 시작된 문제다. 전부 ‘결과적으로 생긴 문제’들이다. 

국가와 국민들이 겪지 않아도 될 위기 고초들

조국 사건을 포함해 대부분의 문제는 꼭 이런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다른 대안이 있고, ‘결과적으로 잘못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문제도 아니다. 순전히 대통령의 무책임한 결정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책임도 지지 못할 결정을 해놓고 결과적으로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국정 방식은 중단해야 한다. 

대통령은 무한책임이다. 나라 일을 그르치면 어떤 변명도 불가능한 자리다. 국민과의 대화에선 대통령직 수행하느라 더 늙어 보이는 대통령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패널도 있었다. 대통령은 이런 위로라도 받지만 대통령의 무책임한 결정 때문에 겪는 국민들의 고초는 누가 보상하는가?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들을 생각을 하면 ‘결과적으로 잘못됐다’는 식의 무책임한 말은 나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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