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2022년 세계지방정부연합(UCLG)총회를 유치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2019 UCLG 총회에 참석, 차기 총회 유치활동을 벌였다. 대전시는 지난 2월부터 외교부 등 관련 기관을 통해 총회 유치 활동을 벌여왔다. 

UCLG는 세계 각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을 대표하는 국제기구로, 2004년 창립되었으며 총회는 3년마다 열린다. 세계 140여 개국의 1000개 도시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대전시는 서울 부산 대구 등과 함께 창립 멤버로 가입했다. 지난 2007년에는 제주도가 2회 총회를 유치한 바 있다.

UCLG는 국제사회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모임이다. 총회에선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전략 개발과 지방재정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된다. 그러나 ‘지방 차원’의 범위에 그치지 않다. 이번 총회 선언에도 지역 민주주의 보호와 육성, 빈곤 종식과 불평등 해결, 특권층만이 아닌 지역사회를 위한 4차산업혁명 노력의 필요성 등이 담겼다. 세계지방정부연합은 단순히 세계의 지방 연합을 넘어 지방이 세계의 변화와 발전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중앙정부가 외교를 전담하는 시대는 아니다. 국제화 무대에서 지방정부는 또 하나의 외교 주체다. 국방이나 외교적 쟁점 현안이 아닌 분야에선 지방자치단체가 국제 교류의 주역으로 활동하는 시대다. 특히 경제와 문화 분야에선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틀을 벗어나 독자적인 지방외교를 펼치는 시대다. 외국 자본 유치나 문화행사 교류 등은 중앙정부보다 지방이 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다.

지방외교, 자매결연 행사 수준 벗어나는 계기 돼야

아직도 우리의 지방외교는 외국 지방자치단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시도지사 지방의원과 지방공무원들끼리만 오가며 우호 증진 행사를 벌이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진정으로 우리 지역을 세계무대에 알리고 지방외교의 주역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UCLG 유치는 대전시의 지방외교를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대전시는 WTA(세계과학도시연합)라는, 과학을 주제로 한 국제기구 창설을 주도하고 조직을 운영해오고 있다. 지방외교에 남들보다 한발 앞서 간 게 사실이나 성과는 변변치 않은 편이다. 국내적으로 과학도시 대전의 위상은 오히려 흔들려 왔고, 대전의 국제적 명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도 의문이다. 시는 지방외교의 허와 실을 면밀해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3년 뒤 열릴 대전 UCLG에선 140국 도시 대표들이 모여 세계무대에서 지방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놓고 토론하게 될 것이다. 총회를 주재하게 된 이상, 대전시는 대회 자체를 잘 치르도록 준비해 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느 대회보다 내용이 알찬 총회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제주도를 포함해 이 행사를 치러본 적이 있는 도시들의 경험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UCLG는 93년 대전엑스포나 국제스포츠 대회처럼 일반시민들이 크게 관심을 가질 만한 행사는 아니다. 자칫하면 지방정부 대표들만 참석하는 ‘그들만의 행사’에 그칠 수도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메시지가 꼭 스위스 다보스포럼 같은 행사에서만 나오란 법은 없다. 그만한 메시지가 나오는 알찬 대회로 준비해야 한다. UCLG 유치를 계기로 대전이 지방외교의 주역으로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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