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청년 전태일이 90년생이었다면
[칼럼]청년 전태일이 90년생이었다면
  • 류재민 기자
  • 승인 2019.11.15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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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의 정치레이더 97] 국민들이 ‘일자리 정부’ 체감 못하는 이유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에 자리잡고 있는 전태일 기념관 입구. 전태일 기념관은 지난 3월 개관했다.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에 자리잡고 있는 전태일 기념관 입구. 전태일 기념관은 지난 3월 개관했다.

“전태일은 지금도 있다.” 전태일 열사 49주기 하루 뒤인 지난 14일, 서울 청계천로에 자리 잡은 ‘전태일 기념관’에서 만난 오동진 부관장이 한 말입니다.

그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을 넘었다. 전태일이 살았던 50년 전보다 많이 발전하고 풍부해졌는데, 왜 국민들이 힘들어하고, 청년들은 왜 더 어려워할까. 사회 전체의 부는 엄청나게 늘었지만, 일부에 편중됐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피라미드형 구조에서 최상단을 차지한 부유층과 엘리트 계층은 더 위로 올라간 반면, 중산층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사다리형 구조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일자리 부분이 좀 아프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 반환점을 맞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 말입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다음 날(1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노 실장의 이 말을 “체감 부분인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리고 “청년층의 고용률이나 실업률은 굉장히 의미 있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일자리 대통령’을 약속했습니다. 취임하자마자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했지요. 문 대통령은 또 청년 일자리를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는데요. 임기 2년 반을 넘어선 지금, 일자리는 얼마나 늘었을까요?

지난달 취업자가 석 달 연속 30만명 넘게 늘어나긴 했는데요. 고용의 질 악화에 우려는 여전합니다. 이런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더 낮췄습니다. 30대와 40대 취업자 수는 2017년 이후 25개월째 동반 감소 중입니다.

이와 달리 지난달 취업자 증가세는 60세 이상과 50대에 집중됐는데요. 60대 이상 취업자가 41만7000명이나 늘어나면서 전체 일자리 증가에 기여했습니다. 취업 시간 등과 함께 살펴봤을 때,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노인 단기 일자리였다는 점은 뼈아픕니다.

고용상황뿐만 아니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마저 어둡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는 2%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고, 실질적인 청년 실업률은 20%를 넘을 만큼 위기라고 합니다.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 2.0%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면서, 내년 성장률이 2.2~2.3% 이상 달성되도록 하겠답니다. 경제성장률이 오르면 청년들과 국민들의 체감도가 높아질까요?

오동진 부관장 말처럼 90년생 전태일이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48년생 전태일이 살았던 시대에 비해 사회‧경제적으로 놀랄 만큼 발전하고 성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한민국 청년들은 노량진(공무원시험) 학원가를 전전하고 있습니다.

‘절대적 빈곤’의 시대를 살았던 전태일이 이런 청년들의 모습을 본다면 “풍요 속 빈곤에 살고 있다”고 탄식했을지 모릅니다.

경제정책의 방향을 세우는 정부나 이를 법 제도로 만드는 정치권은 이 시대 청년들이 왜 공무원 시험에 집착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대통령 역시 장관이나 참모진 보고만 받을 게 아닙니다. 현장에서 청년들과 자주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지금은 엄혹한 시대에 살면서 대통령에게 편지 한통 부치지 못했던 전태일의 시대와는 다르니까요.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 49주기에 부쳐 “아직도 우리가 일군 성장의 크기만큼 차별과 격차를 줄이지 못해 아쉽다”면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모두가 공정한 사회로 열사의 뜻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다짐이 공염불(空念佛)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청년들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한민국의 미래에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90년생들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반세기 전 청년 전태일이 꿈꾸던 ‘함께 잘 사는 나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적극적인 소통과 정책을 더는 미뤄선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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