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외국인 투수 계약과 정우람, 토종 선발진과 젊은 영건 그리고 불펜

한화이글스의 내년 시즌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한화이글스의 내년 시즌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마운드의 정비는 필수 중 필수가 됐다.

한화이글스는 한용덕 감독의 취임 첫 시즌이었던 2018년, 무려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가장 큰 이유는 마운드였다. 물론 “우주의 기운”이 모인 듯 역대급 클러치 경기가 많이 치러지면서 행운도 따랐지만 그 이면에는 마운드가 버텨준 이유가 가장 컸다.

외국인 선발 샘슨이 13승을 거두면서 탈삼진 타이틀을 따냈고 좌완 휠러와 대체 선수 헤일은 나름의 활약을 펼쳐줬다. 여기에 한용덕 감독 특유의 불펜 운영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특히, 송은범, 안영명, 이태양, 장민재, 박상원 등으로 구성된 불펜진들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면서 가을야구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마무리 정우람이 뒷문을 굳게 잠그면서 마침표를 제대로 찍었다.

하지만 기대를 갖고 맞이한 2019 시즌에는 계획대로 된 것이 없었다. 물론 서폴드와 채드벨이라는 두 외국인 투수가 팀 내 외국인 투수 역대급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대활약을 해줬지만 기대했던 토종 선발들과 믿었던 불펜들이 동시에 무너지면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정우람만이 뒷문을 지키며 고군분투 했을 뿐이다. 결과는 9위였다.

빠르게 진행되는 외국인 투수 재계약과 FA 정우람과 윤규진의 계약

지난 시즌 대활약을 펼친 외국인 투수 서폴드와 채드벨. 한화이글스는 이 두 선수와의 재계약을 천명하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민철 단장은 10개 구단 중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와의 계약을 성사시켰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한화이글스의 서폴드였다. 

현재 펼쳐지고 있는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 12에서 호주 대표팀에 선발됐던 서폴드는 국가대표 합류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곤 이내 한화이글스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결론적으로 내년 시즌 한화이글스에서의 활약을 위해 국가대표 합류를 포기하고 휴식을 택한 것이다.  

올시즌 새로운 외국인 선수에게 최대로 지급할 수 있는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던 서폴드. 후반기에 승수를 쌓고 더욱 안정된 피칭을 선보이면서 팀이 바랐던 이닝이터로서의 역할(최다 이닝 2위)을 다 했기 때문에 한화에서는 재계약에 긍정적이었고 결국 총액 130만 달러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총액 13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90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는 지난 시즌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에서 총액 기준 30% 인상, 옵션 제외 20%의 상승률을 기록한 금액이다. 이는 깜짝 활약을 보였던 로저스 이후 외국인 투수 첫 재계약 사례로 기록되었다.

서폴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거둔 좋은 성적으로 인해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있다. 내년 시즌 한화의 수비진 특히 센터 라인(이용규, 하주석의 합류 시)이 강해지면 내년 시즌 충분히 15승 이상(올시즌 12승)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평균 자책점도 올시즌 기록한 수치(3.51)보다 훨씬 더 낮은 3점대 초반 유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반기와 특정팀 상대 부진(삼성 상대 전적 최악)은 반드시 개선해야 될 것이다.

한편, FA를 선언한 정우람과 윤규진. 이 두 선수에 대한 계약을 반드시 체결해야 된다. 정우람의 첫 FA 계약 시, 4년 84억원이라는 규모는 불펜 투수로서 오버 페이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정우람은 지난 4년 동안 한화이글스의 뒷문을 튼튼하게 잠그는데 성공했고 앞으로도 한화이글스의 뒷문을 책임질 것이다.

협상 중 계약 기간이나 총액에서 분명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화이글스는 첫 계약 때 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오버 페이(84억 보다 더 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형성된 시장의 금액 보다...)”라는 이야기가 나와도 무방할 정도로 정우람과의 계약을 반드시 이끌어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우람의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토종 선발진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불펜의 핵심인 정우람이 팀을 떠난다면 불펜에 연쇄적인 붕괴가 올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 또한, 베테랑 윤규진과의 계약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정우람과는 다른 이유로 접근해야 한다. 당장 올시즌 윤규진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팀을 위해 헌신한 점과 팀 내에서 베테랑들의 예우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토종 선발진과 젊은 투수들의 성장 그리고 불펜의 안정

서폴드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한숨 돌린 한화이글스. 채드벨과의 계약도 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한용덕 감독은 3년 차 시즌에 접어들면서 반드시 토종 선발진 구성을 마무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어려운 시즌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시즌 많은 선수들이 선발로서의 기회를 얻고 자신들의 기량을 뽐냈지만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한 선수는 없었다. 만약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토종 선발을 발굴하지 못한다면 내년 시즌도 올시즌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후보군은 이미 올시즌을 통해서 모두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제 그 후보군 중에 집중적으로 키워야 할 핵심 선수들을 추려내야 한다.

가장 선두 있는 선수는 2년 차를 맞는 우완 김이환이다. 시즌 막판 선발로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고 직구 스피드는 아직 부족하나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제구가 강점인 선수이다. 여기에 올시즌 쏠쏠한 활약을 펼쳐준 장민재 그리고 해외파 김진영, 좌완 김범수 등이 후보군 중 선두 그룹에 있다. 

구색을 갖추기 위해 시즌 중 송은범과 트레이드로 넘어온 사이드암 신정락이 선발 기회를 받을 수도 있으나 그렇게 되면 중간에 옆구리 계열의 투수가 없어진다. 서균이 다시 살아난다면 신정락도 후보군에 합류가 가능할 것이다. 

후보군은 분명 많아졌다. 좀처럼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김민우, 이제 4년 차가 되는 김성훈, 전폭적인 기회를 받았던 좌완 박주홍에 문동욱, 박윤철 등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여기에 내년 시즌 신인으로 합류하는 1차 지명 신지후에 2라운드 1순위 청소년대표 남지민, 2순위 한승주 등도 얼마든지 한용덕 감독의 눈에 들 수 있는 자원들이다.

이렇게 젊은 선수들이 선발 로테이션에 들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면 불펜 쪽은 더 견고해져야 한다. 올시즌 초반 불펜을 홀로 이끌었던 안영명과 부침을 겪었던 이태양 그리고 박상원이 핵심적 역할을 해줘야 한다. 여기에 사이드암 신정락과 좌완 임준섭 등이 그 뒤를 받쳐줘야 한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 했지만 경쟁력 있는 선수들은 불펜으로 전환해서 베테랑들의 뒤를 받치며 경험을 쌓게 하는 전략도 반드시 필요하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확실한 미래 선발 전력에 대해서는 퓨처스에서 경기 감각을 조율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된다. 분명 한용덕 감독 취임 이후 투수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은 많이 확보된 것만은 사실이다. 이젠 이들을 잘 성장시켜서 팀의 주축으로 키워내는 일만 남았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했다.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이 질적으로 양적으로 다른 팀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한화이글스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이번 스프링 캠프를 지나 2020 시즌에 달려 있다. 

그동안 이루어져 왔던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동계훈련을 이어갈 한화이글스. 이번 겨울이 선수 개개인을 떠나 팀 전체에게 얼마나 중요한 시간인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기로에 선 2020 시즌을 멋지게 장식하기 위해서 바로 지금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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