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세계속으로] 파묵칼레
[정승열의 세계속으로] 파묵칼레
  • 박길수 기자
  • 승인 2019.11.10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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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에라폴리스 전경
히에라폴리스 전경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걸쳐 있는 터키는 북쪽에 흑해, 남쪽으로 아나톨리아와 동트라키아 사이로 마르마라해에 둘러싸인 반도 국가이다.

에게해 연안에 있는 도시 데니즐리(Denizli)는 터키 남서부에서 가장 큰 도시로서 데니즐리주의 주도(州都)이다. 데니즐리에는 약 60만 명이 살고 있으며, 셀주크튀르크 시대의 옛 사원과 분묘들이 있는 고대도시이다.

데니즐리는 북쪽으로 약 20㎞쯤 떨어진 멘데레스 계곡에 석회성분의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 파묵칼레(Pamukkale)가 있어서 더욱 유명한데, 터키어로 파묵(pamuk)은 목화(木花), 칼레(kale)는 성(城)이니, 파묵칼레는 곧 ‘목화의 성’인데, 파묵칼레는 일대의 멘데레스 단층이 함몰되면서 분출된 석회성분의 온천수가 수천 년 동안 흘러내리면서 하얀 결정체가 거대한 산을 형성했다.

고대 유적
고대 유적

이것을 멀리서 보면 마치 하얀 목화꽃이 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으로서 석회암 표면에는 지금도 석회수 온천이 흘러내리고 있다. 층층이 쌓인 석회층에 흐르는 에메랄드빛 온천수가 어우러진 풍경은 신비한 느낌마저 자아내는데,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유적을 가진 파묵칼레는 1988년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데니즐리는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10~12시간, 고대 에페소와 셀주크에서는 3시간 정도 걸리지만, 에페소를 거쳐 데니즐리에 도착한 우리는 버스터미널에서 돌무쉬를 타고 파묵칼레로 향했다. 파묵칼레까지 요금은 1인당 4.5터키리라(한화 약 900원)이고, 약 25분 정도 걸린다.

도미티니아누스 문
도미티니아누스 문

산비탈에 있는 히에라 폴리스 유적의 주차장에서 내리면 매표소인데, 해발 200m의 고대도시 유적 히에라 폴리스(Hiera Polis)로 입장하면 유적과 함께 ‘목화의 성’을 구경할 수 있다.

히에라폴리스는 BC 2세기에 페르가몬(Pergamon) 왕조가 세운 도시로서 ‘성스러운 도시’라는 의미인데, 그것은 이곳에서 용출되는 온천수가 노약자와 병자들에게 큰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페르가몬의 시조인 텔레포스의 아내 히에라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도 한다.

원형경기장
원형경기장

페르가몬은 BC 323년 마게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후 그의 부하였던 리시마쿠스가 세운 왕국으로서 수준 높은 문화를 이루었지만, BC 133년 마지막 왕 아탈로스 3세가 죽은 후 로마 공화국에 정복되었다.

로마 제국에게 점령되었다가 비잔틴 제국의 지배를 받는 동안 원형 극장을 만들고 성 필립보 성당 등을 짓는 등 로마 문화가 크게 발달했으나, 11세기 후반 소아시아를 점령한 셀주크튀르크의 지배를 받으면서 ‘파묵칼레’로 지명이 바뀌었다.

1354년 대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었으나, 1887년 독일 고고학자 카를프만에 의하여 발굴 및 복원작업이 진행되었다.

고대온천장
고대온천장

히에라 폴리스 유적의 입장료는 60터키리라(한화 약 12,000원)인데, 완만한 산기슭에 펼쳐진 히에라폴리스에도 에페소 유적이나 이탈리아 고대도시 폼페이처럼 유적지 중간에 히에라폴리스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에는 이곳에서 출토된 건축자재와 석고상들을 유형별로 진열해 놓았는데, 별도로 입장료 5리라를 내야 한다.

그렇지만, 그림이나 조각이 아닌 석재들은 박물관에 입장하지 않더라도 철제울타리 사이로 보는 것으로 충분할 정도로 많다. 그리스의 건축양식은 시대에 따라서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으로 바뀌는데, 대체로 도리아식은 장중하고, 이오니아식은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코린트식은 화려하다(그리스 건축양식의 변화와 특징에 관하여는 2019. 10. 28. 에페소(3) 참조).

실내수영

로마인들은 어느 도시이건 원형 경기장을 만들었는데, 히에라 폴리스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건설된 원형 경기장은 약 1만 50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로마 시대의 원형 경기장을 아시아 지역인 에페소와 히에라폴리스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원형 경기장의 보존상태가 아주 좋고, 원형 경기장의 관객석 위에서 내려다보는 파묵칼레와 히에라 폴리스 전경이 아주 멋지다.

원형 경기장 아래에는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자주 찾아와서 목욕했다는 고대 수영장(Antique Pool) ‘테르메 온천욕장’이 있다. 고대 수영장 앞에 커다란 수탉 한 마리의 동상이 있는데, 수탉은 데니즐리주의 심볼이다. 테르메 온천욕장은 온욕실과 냉욕실은 물론 스팀으로 사우나를 할 수 있는 방, 대규모 운동시설, 호텔과 같은 귀빈실, 완벽한 배수로와 환기장치까지 갖추고 있다.

고대박물관
고대박물관

완만한 들판에 즐비한 유적들은 로마 시대의 어느 도시에건 건설했던 아크로폴리스, 도미티아누스 황제(Domitianus: 81~96)를 기린 도미티아누스 문, 네크로폴리스 등의 유적들이 볼만한데, 로마 제국의 도미티아누스 황제는 악명 높은 폭군으로서 ‘제2의 네로’라고도 한다(자세히는 2019.10.28. 에페소(3) 참조). 그 밖에 약 1,200기의 거대한 공동묘지는 서아시아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 유적 중 하나라고 한다.

이곳에는 수많은 석관이 뚜껑이 열리거나 파손된 채 여기저기 널려 있으며, 그다지 질이 좋지 않은 바위지대에 빛깔이 곱고 아름다운 대리석들은 어디서 어떻게 운반해서 조각했는지 알 수 없다.

발굴 유물
발굴 유물

히에라 폴리스의 가파른 계곡의 낭떠러지에는 우리네 시골의 다랑논처럼 군데군데 수십 군데 자연적으로 형성된 온천 웅덩이들이 있다. 지표면을 하얗게 뒤덮은 석회암지대에 형성된 수많은 웅덩이에 고인 온천수가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모습으로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이곳의 온천수는 섭씨 35도로서 류머티즘, 피부병, 심장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며, 온갖 질병에 탁월한 효험이 있어서 ‘성스러운 도시(히에라폴리스)’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발굴 유물
발굴 유물

여름에는 얼음이 언 것 같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내린 것 같은 야외 온천장은 햇빛에 반사된 빛이 에메랄드 빛깔이 장관을 이룬다. 멀리서 보면 하얀 설원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하얀 목화가 펼쳐진 것 같기도 하다.


종전에는 이곳에서 여행객들이 자유롭게 수영과 온천을 했다고 하지만, 1988년 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후부터 수영을 금지하고 발만 담글 수 있다. 그런데도 비키니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관광객들이 많다. 이 일대는 가파른 경사지인 데다가 석회암 바닥이 미끄러워서 관리인들이 낭떠러지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제지하고 있다.

목화의 성 전경
목화의 성 전경

한편, 목화의 성 아래는 산 위에서 흘러내린 석회수 온천수를 저장해 거대한 수영장을 만들었다. 수영장은 1~2m 정도로 얕고, 수영장의 입장료는 25리라로 약간 비싼 편이다.

석회수 온천으로 아름다운 ‘목화의 성’과 고대도시 유적 히에라 폴리스가 있는 파묵칼레의 수영장 주변은 기념품 판매점 등 관광 촌인데, 우리 가족도 이곳의 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석회수 온천을 즐기는 여행객들
석회수 온천을 즐기는 여행객들

석회수 온천과 관광촌
석회수 온천과 관광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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