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대전시의 현안인 혁신도시 지정 문제에 대해 용역 결과를 지켜 본 뒤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전시와 민주당 정책협의회에서다. 내포를 혁신도시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충남도 역시 확답을 못 듣고 있다. 정부 여당은 용역을 진행 중이라거나 당론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변명만 내놓고 있다. 대통령도 여당도 같은 입장이다.

어떤 정책이든 결정은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혁신도시 문제를 놓고 미적대고 있는 것은 대전과 충남에 혁신도시를 지정해주는 데 대해 다른 시도에서 반대하는 기류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혁신도시라는 선물의 전체 분량은 일정한데 배분할 곳이 늘어나면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전 충남의 혁신도시 지정 문제는 기본적으로 경제성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대전 충남도 균형발전정책의 혜택을 주는 게 타당한 지 여부만 검토하면 되는 순수한 정책적 사안으로 용역을 통해 결정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대전 충남도 혁신도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결정하면 된다. 

정부는 정작 용역이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과감한 ‘정치적 결정’을 내려왔다. 전남 무안공항에 호남선 KTX를 연결하기 위해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이렇다 할 용역 결과도 없이 선뜻 결정한 바 있다. 경남도에는 예타면제사업 명목으로 5조원이 넘는 철도(남부내륙철도) 건설비를 선물로 안겼다. 그러나 5조의 10분1인 5000억 원 정도 소요된다는 서대전역 직선화 사업은 하느니 마느니 하면서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대전 충남, 남들 다 받는 선물 요구하면서 시도민 내세워 '구걸'

대통령을 적극 밀어주고 있는 지역과 대통령의 고향만 챙기는 게 이 정부의 정책인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전 충남의 혁신도시 요구는 다른 곳은 안 해준 혜택을 대전 충남만 달라는 것도 아니고 대전 충남도 균형발전의 혜택을 함께 받아야하는 ‘지방’이 분명한 만큼 우리에게도 나눠달라는 요청인데, 정부 여당은 “글쎄~”하면서 다른 지역 눈치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대전시와 충남도는 정부가 혁신도시 지정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자, 시도민들을 앞세워 현 정부 여당에 간청하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각각 혁신도시 지정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다른 지방 다 받는 혜택을 우리에게도 달라는 것이고, 남들이 못 받는 혜택을 달라는 특별 요구도 아닌데 시민들까지 구걸 행렬에 나서야 하는지 의문이다.

혁신도시 지정 정도의 사안은 시민 서명운동까지 갈 필요가 없는 문제다. 지역 정치권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문제다. 지금 대전 충남에서 벌어지는 ‘웃픈 서명운동’은 대전 충남 정치권의 무능을 말해주는 또 하나의 증표다. 있으나마나한 이런 정치인들에게 운명의 시간이 다시 다가오고 있다. 효과도 없는 서명운동보다 투표 한번 잘하는 게 낫다는 사실을 보여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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