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95] 총선 앞 ‘인적쇄신’에 흔들리는 리더십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내년 총선은 문재인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정권 수성이냐, 탈환이냐를 놓고 벌이는 여야 각축전의 결과는 문재인 정권 후반기 국정을 좌우할 바로미터이기도 하지요.

총선의 총책임자는 당대표입니다. 당 대표의 리더십에 성적표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당대표들은 총선을 앞두고 고인 물을 내보내고, 새 물을 갖다 대는 ‘인적 쇄신’을 합니다. 더구나 20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니, 이번 물갈이는 당의 명운을 걸어야 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4년 농사를 짓는 물갈이는 순탄치 않습니다. 고인 물은 떠내려가지 않으려 하고, 새로운 물을 끌어오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국민들에게 ‘건강한 정치’를 맛보이려면 물갈이부터 잘해야 합니다. 국민들의 정치적 입맛이 대단히 까다로워졌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모두 ‘인적 쇄신’이라는 물꼬를 트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일단 민주당은 향후 당을 이끌어갈 재목으로 평가받는 두 명의 초선(표창원‧이철희)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표창원 의원은 “책임을 느끼는 분들이 각자 형태로 그 책임감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했습니다. 이철희 의원도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당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무기력하게 가고 있는 것은 상당 부분 이 대표 책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그제야 기자간담회를 통해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당 안팎의 쇄신 요구에는 침묵하면서 사과의 진정성에 물음표가 붙었습니다.

한국당이라고 다를까요. 한국당은 어제(31일) 내년 총선을 겨냥한 첫 인재영입 인사를 발표하고 환영식을 했는데요. 공식 발표가 있기도 전에 명단이 돌면서 조짐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급기야 황교안 대표가 공을 들일대로 들여온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하루 만에 명단에서 제외됐습니다. 당 최고위원들은 박 전 대장이 ‘공관병 갑질 사건’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라 부적절하다며 반기를 들었습니다. 당의 인재 영입 계획이 공식 발표 이전 최고위원들에 제지당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황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더 심각한건, 황 대표가 박 전 대장을 영입하려고 대전까지 내려갔는데, 당 지도부와는 정보공유가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조간신문을 보고 영입 사실을 알았다고 할 정도이고요. 인재영입위원장인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갑)도 자신의 해외 순방 중에 벌어진 일에 연신 “아쉽다”고 했습니다.

박 전 대장은 공관병들에게 24시간 호출벨 착용하기, 골프공 줍기, 텃밭농사 등이 불거지며 불명예 전역했는데요. 부인 역시 공관병 폭행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조국 사태’땐 그렇게 ‘공정’을 외치던 공당의 대표가 바로 황 대표입니다.

패스트트랙 수사 의원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에 앞장선 의원들에는 표창장을 주고, 당 공식 유튜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조롱하는 당과 당 대표. 여러분은 지지하시겠습니까.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이해찬 대표나 대망론에 사로잡힌 황교안 대표 모두에게 총선 성적표는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우리는 누가 누가 더 못하나 ‘무능경쟁’을 펼치는 양 당 대표를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내년 총선 때 후보들 평가에 앞서 이해찬과 황교안 대표 중 누가 ‘덜’ 무능한지 고민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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