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아픔을 잊으라는 것,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는 것,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평정심을 찾으라는 등의 언어는 심리적 폭력이다. 정서적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당사자에게는 고통이다. ‘언어’라는 도구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여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언어’는 그 사람의 삶의 방식, 그 사람의 삶의 역사의 결과물일 수 있다. 자신의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하는 우리는 지지를 하고 충고를 해 준다. 특히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그러한 지지와 충고가 자기식대로의 경험임을 훨씬 잘 들어낸다.

상처와 아픔의 경험이 적은 사람일 경우에는 위로와 공감이 아닌 ‘그런 것 가지고 그러느냐’, ‘아직도 그 생각을 하고 있느냐’, ‘잊지 못하는 네가 유별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깟 일로 그러느냐’ 등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한 인간의 영혼을 공유하기 보다는 자존감이 없는 사람처럼 취급해 버린다. 애인하고 헤어지거나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 부모의 죽음, 남편이나 아내의 죽음 등 대상과의 상처와 아픔을 쉽게 표현하거나 자기의 개념으로 해석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하는 마음이 없는 것과 같다.

또는 사업하는데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또한 대상은 사람이다. 단지 그 중간의 ‘사업’이란 매개체가 끼어서 마치 상처를 주는 대상이 사람이 아닌 것으로 착각 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는 사람에게 아픔의 경험을 한다. 이러한 아픔의 과정에는 상황의 결과를 보고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과정을 중요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차이에서도 서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업하는 과정 중에 부도덕한 면이 많아서 계약을 파기했다면 결과중심의 사람은 결론적으로 ‘아무 손해가 가지 않았는데 왜 그러냐’, ‘별일 아닌데 확대해석해서 왜 이리 사람을 피곤하게 하느냐, 그냥 잊어버려’ 라고 오히려 면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은 ‘그 과정이 불순하지 않았느냐’, ‘나를 이용하지 않았느냐’, ‘왜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느냐’ 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은 결국 자신의 사고관념을 좁히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많은 경험을 꼭 해야만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가? 아니다. 사람들이 상대방을 공감하기 위해 많은 상처나 아픔의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한 인간의 따뜻한 영혼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다.

명백한 사실은 그것은 언어폭력이며 심리적 폭력이라는 것이다. 폭력이라고 해서 신체적으로 공격행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말로써 사람을 죽이는 일은 허다하다. 또한 말로써 사람을 살리는 일도 많다. 오죽했으면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말이 생겼을까? 인간이 죽음을 맞이할 때 오감 중에 제일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것이 청각이다. 결국 언어로써, 비언어적인 것들이 귀에 들림으로써 내재되는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통상화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 직전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동안 미안 했어’, ‘사랑해. 왜 이 말을 지금해서 정말 미안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라고 말하면 상대방이 눈물을 흘린 장면은 드라마와 영화, 실제 현장에서도 많이 경험하는 내용이다. 언어 즉 말은 매우 민감하게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는 매체이다. 그러나 그 언어의 전달방법은 자신의 성격, 인품, 교육정도, 지적능력, 가정환경, 문화, 태어난 출신성분, 심리·정서적 등에 따라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아픔을 잊어라’라는 말도 상대방이 너무 안타까워서 하는 언어일 수 있지만, 그 언어 속에서 상대방보다는 자신에 대한 ‘답답함, 귀찮음’이란 감정이 숨어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는 데는 먼저 인간을 따뜻하게 바라 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또한 긍정적인 정서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격려, 칭찬, 기쁨을 주는 말, 지지와 격려의 말, 사랑이 담긴 말 등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아프게 하지 않는 좋은 언어들도 많다. 비언어적인 방법으로는 따뜻한 눈빛, 어깨를 토닥여 주는 가벼운 스킨십, 정성스런 음식이나 차 대접 등 한 번의 정서적 교감이 그 사람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

최근 AI면접이라고 하여 사람이 면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도 목소리를 통한 불안, 자신감, 끈기와 열정 등 심리적인 상태에서부터 문제해결 능력까지도 목소리를 통해 감지하여 평점을 낸다. 그만큼 언어가 나타내 주는 것은 많다. 특히 상처에 대해 ‘아픔을 잊으라’는 것은 그 어떤 누구도 할 수 없는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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