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희망고문' 지친 도민들에 '당론채택' 진정성 보여야

지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충남도와 더불어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충남도와 더불어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희망고문인가. 더불어민주당이 충남 혁신도시(내포) 지정에 미적거리고 있다. 한마디로 “애 쓰고 있으니 기다려 보라”는 식이다. 충남도민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것 같아 불쾌할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충남 방문에서 충남 혁신도시 지정에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 말 한마디에 충남도와 지역 여권은 반색했다. 혁신도시가 금방이라도 지정될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충남도와 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도 연출됐다. 양승조 지사는 “대통령께서도 충남 방문 때 혁신도시 지정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고, 긍정적 답변을 주셨다”며 “민주당이 당론 결집을 통해 더 큰 힘을 모아 줄 것”을 ‘간청’했다.

당 지도부도 문 대통령처럼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해찬 대표는 “당에서도 최선을 다해 노력 하겠다”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양 지사가 의원 시절이던 지난해 1월 발의한 혁신도시법을 언급하며 "법안 통과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공감, 그 이상의 단계인 ‘당론 채택’까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남도와 지역구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워딩'을 보기 좋게 포장만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9월 17일 인천시를 시작으로 하반기 예산정책협의회를 진행 중이다. 각 시‧도는 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예산 확보 협조와 지역 현안을 전달하고 있다. 여기서 당 지도부 공통적인 답변은 “적극 지원”과 “최선을 다 하겠다”이다. 다음 달 1일 대전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도 대전은 혁신도시 지정을 건의할 것이고, 당 지도부 답변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대통령이 약속했으면, 정부 여당은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순리 아닌가. ‘실제적 행동’이 없는 당 지도부 답변은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당론’은 의원총회(의총)에서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채택한다. 민주당이 대전이나 충남 혁신도시를 섣불리 의총에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수도권 의원들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이인영 원내대표의 “법 개정이 우선 필요하다”는 말에도 이런 함의가 담겨져 있다고 본다. “중앙에서 볼 때 세종시도 충청권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이낙연 총리)”, “사회적 합의와 절차가 필요하다(김현미 국토부장관)” 등의 답변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충남 혁신도시 지정이 도민들에게 ‘그림의 떡’이나 ‘희망고문’이 되지 않으려면 구체성과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내년 초 총선을 한두 달 앞두고 충남 혁신도시 지정에 결과물을 내놓지 않겠냐고 한다. 그래야 민주당이 혁신도시를 지역 이슈로 내세워 총선에서 승리할 거라는 계산법이다.

하지만 그건 충청도 민심을 모르고 하는 대단한 ‘착각’이다. “현 상태에서 충남 바닥 민심을 달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있다”는 유병국 충남도의회 의장 ‘직언’을 민주당은 무겁고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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