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제2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던 대전시가 또 물을 먹었다. 이 경쟁의 우승자는 세종시였다. 세종시엔 축하할 일이다. 대전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둔곡지구 일원을 가지고 경쟁에 임했으나 탈락했다. 국제과학비즈니벨트조차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으나 공공시설이든 민간시설이든 타 지역과 유치 경쟁만 붙으면 패하는 탈락행진을 거듭 이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정부의 정책 사업이든 민간 시설이든 대전시가 경쟁에서 얻어 낸 사업은 전무하다 시피하다. 4차산업혁명특별 도시를 자임하면서도 관련 분야 사업조차 부산 대구 광주 타 도시에게 빼앗겼다. 얼마 전에는 창업자 투자자 대학 연구소 기업 등이 협력 교류할 수 있는 ‘스타트업 파크’를 인천에 빼앗겼다. 이 사업의 아이디어는 대전에서 나왔는데 정부가 가져가 시도 경쟁을 붙이자 정작 대전시는 떨어지고 말았다.

경쟁을 주관했던 부처의 장관이 했다는 사후 평가담이 대전시까지 회자됐었다. “인천은 관련 서류가 한 박스였다면 대전은 파일 하나가 전부였다. 서류 분량부터 워낙 차이가 나서 인천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평가담이 어느 정도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대전시가 각종 사업에서 물을 먹을 때마다 심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로부터 이와 유사한 평가가 나온 점에 비추어 보면 스타트업 탈락 평가담도 근거 없는 얘기로 보긴 어렵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유치 실패에도 근본적 이유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으나 그동안 탈락 행진에 비추어 보면 탈락의 진짜 원인이 어디 있는지 의문이다. 애초부터 경쟁이 어려운 사안이면 괜히 신청서를 낼 이유가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서류 한 장 들이미는 것이라면 애초부터 잘못된 방식이다. 경쟁이 가능한 사업에 시장과 공무원들이 똘똘 뭉쳐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는 방식이어야 한다. 대전시의 탈락 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은 뭔가 근본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이 부분부터 점검하고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 

대전시장이 바꿔야 할 대전시의 경쟁 방식

대전시가 요즘 공을 들이는 혁신도시 지정 문제도 이런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혁신도시는 중앙에 대한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된 정책이다. 광주 대구는 물론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까지 혁신지구(혁신도시) 지정을 받았다. 비수도권을 제외하곤 대전시와 충남도에만 혁신도시가 없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우리도 혁신도시 하나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매달리고 있으나 정부는 선뜻 답하지 않고 있다. 대전은 정부3청사 등 이미 받은 혜택 때문에 혁신도시 선물까지 주긴 어렵지 않느냐는 게 정부 분위기 같다. 

그러자 대전시는 시민들의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25만 명 정도 서명했다. 서명이 얼마나 큰 효과를 볼 지는 미지수다. 재작년에는 철도박물관을 유치하자며 50만 명의 서명을 받았으나 물거품이 됐다. 서명에 앞서 해당 사업의 필요성과 논리를 개발하고 이것을 시민들에게 충분히 인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서명은 별다른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혹시나 해서 경쟁 사업에 한번 신청서 내보고, 혹시나 해서 서명이라도 한번 받아보는 식의 방법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런 문제에 가장 앞장서야 할 사람은 허태정 대전시장이다. 취임 1년 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동안 대전시가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사례를 통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철저하게 분석해보았으면 한다. 혁신도시 문제도 그 필요성과 명분의 여부부터 명확하게 파악한 뒤 전략을 짜야 한다고 본다. 대전에는 혁신도시를 줄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면 기존 대덕특구나 코레일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여 정부에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명분 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홍보하면서 정부를 상대하면 정부도 무조건 퇴짜를 놓지는 못할 것이다. 정부가 대전만 억울하게 차별한다면 시장은 선거 때 그 사실을 시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되든 말든 그냥 한번 해보고 안 되면 물러나는 식의 경쟁이나 요구는 그만 둘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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