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가을야구 진출과 세대교체의 두 마리 토끼 잡기

2020 시즌은 한화이글스에게나, 임기 마지막해인 한용덕 감독에게나 중요한 시즌이 될 전망이다.
2020 시즌은 한화이글스에게나, 임기 마지막해인 한용덕 감독에게나 중요한 시즌이 될 전망이다.

다사다난 했던 2019 시즌이 막을 내렸다. 주인공은 “미라클” 두산이었다. 파죽의 3연승으로 SK를 무너뜨리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젊음의 팀” 키움을 상대로 4연승을 거두며 스윕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 2년 연속 준우승의 한을 풀 듯 두산은 거침없는 승리를 이어가며 기어이 3년 만에 우승을 되찾는 영광을 안았다.

시즌 막판 무서운 상승세로 최강 선두 SK를 잡고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하더니 한국시리즈에서는 매 경기 역대급 경기를 펼치면서도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며 다시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그야말로 “미라클” 두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시즌이었다.

두산은 2010년대 들어서 두산 왕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밑바탕에는 소위 “화수분” 야구라고 일컬어지는 두산만의 팀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었다. 모기업의 큰 투자 없이도 팀 내의 육성과 경쟁 속에서 선수들이 끊임없이 발굴되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그 핵심이다.

김현수가 미국에서 돌아와서 LG로 떠날 때도, 공, 수의 핵심 민병헌이 롯데의 유니폼을 입을 때도, 팀 전력의 반이라고 하던 양의지가 NC로 팀을 갈아탈 때도 두산에게는 항상 위기였고 불안감이 따라 붙었다. 하지만 두산은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견고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김현수의 자리는 김재환과 정수빈이, 민병헌의 자리는 박건우가, 심지어 메우지 못할 것이라 봤던 양의지의 빈자리는 박세혁이 채워내며 떠난 선수들의 허전함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세 번의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최강 두산의 모습을 과시했다. 

한화이글스의 미래를 위해 기로에 선 한용덕 감독, 가을야구 진출이 답

한화이글스는 앞서 언급한 두산과 같은 시스템이 없다. 현재로서는 가진 자원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한화이글스는 주전 대부분이 베테랑들이고 중견급이나 젊은 선수들이 주전 라인업에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이루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분명한 사실은 프로스포츠에서 성적을 포기하고 리빌딩이나 세대교체를 외치고 그 과정을 감내할 수 있는 구단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마리 토끼를 과연 잡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한화이글스에겐 2019 시즌이 너무 아쉬움으로 남는다. 2018시즌의 성적을 발판으로 강팀으로 갈 수 있었던 그 원년이 될 수 있었지만 팀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용덕 감독과 한화이글스에게는 2020년이 매우 중요하다.

한용덕 감독은 감독 계약 마지막 해이기도 하고 한화이글스는 베테랑들이 마지막 힘을 함께 쏟을 수 있는 시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약 2020 시즌에 한화이글스가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다면 당연히 한용덕 감독의 선택지는 넓어질 것이고 아울러 팀과 함께 한화이글스의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 구의 조화를 어떠한 방식으로 조화롭게 이루게 할 것이며 베테랑들의 노하우와 젊은 선수들의 혈기를 어떠한 방식으로 조합할 것인가에 있을 것이다. 여기서 명심해야 될 것은 베테랑들의 가지고 있는 경험을 중시하고 젊은 선수들이 그 경험을 마음껏 받이들이고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코치들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부분들을 지도하고 감독은 전체적인 팀 운영을 좋은 흐름과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가야만 한화이글스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신임 정민철 단장은 이를 위해 현장에서 원하는 지원을 최대한 해줘야 하는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만약 2020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거나 팀 분위기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한화이글스는 상당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한용덕 감독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것이고 베테랑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걱정하게 될 것이며 젊은 선수들은 소위 멘탈이 붕괴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지금의 계획대로 2020 시즌 초반 좋은 분위기를 탈 수 있다면 한용덕 감독은 조금 더 여유 있게 팀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지도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고 베태랑들은 팀을 이끌고 젊은 선수들은 폭풍 성장을 하면서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동안 이루어져왔던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동계훈련을 이어갈 한화이글스. 이번 겨울이 선수 개개인을 떠나 팀 전체에게 얼마나 중요한 시간들인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기로에 선 2020 시즌을 멋지게 장식하기 위해서 바로 지금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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