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본회의 열고 전체 의원 표결부쳐 찬성 3 반대 8로 처리 무산
자생단체들 집회 열고 "재개정 촉구"..구의원들, 박용갑 청장 비판

대전 중구의회가 재정안정화기금 수정 조례에 대한 집행부의 재의요구에 조례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또 다시 수정된 조례가 통과됐다. 사진은 재의 표결을 앞둔 중구의회 본회의장 모습.
대전 중구의회가 재정안정화기금 수정 조례에 대한 집행부의 재의요구에 조례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또 다시 수정된 조례가 통과됐다. 사진은 재의 표결을 앞둔 중구의회 본회의장 모습.

대전 중구청과 중구의회간 첨예한 갈등을 야기했던 재정안정화기금 조례와 관련해 구청이 재의결을 요구했지만 의회가 거부함에 따라 긴장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7일 중구의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의회는 제22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중구청의 '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에 대한 재의결 요청을 표결에 부친 결과 전체 의원 11명 중 찬성 8표, 반대 3표가 나왔다.

중구가 재의를 요구한 조례안은 지난 1일 중구의회에서 통과된 조례다. 당시 중구의회는 지난 1일 제22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안선영 의원이 발의한 '대전시 중구 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표결을 통해 통과시켰다.

안 의원이 발의한 개정 조례안에는 재정안정화기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시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재정안정화기금은 자치단체가 세입이 증가해 재정적 여유가 있을 때 일부를 적립하고 불경기에 세수가 감소해 주민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을 때 집행하는 저축성 제도로, 중구는 2017년과 2018년 총 90억 9000만원을 기금으로 조성해 놓은 상태다. 행정안전부가 명시한 재정안정화기금의 용처는 세입감소나 대규모 재난재해 등 긴급성이 요구될 때 그리고 채무 상환 등이다.

안 의원의 개정 조례안이 통과되자 재정안정화기금 90억원을 사용하려던 중구청은 난감한 상태가 됐다. 결국 중구는 고민끝에 의회에 다시한번 의결을 요청하게 된다. 중구가 재의를 요구한 이유는 지난 14일 기준 자치법규정보시스템을 근거로 80개 지방자치단체중 91%인 7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기금의 사용 용도에 △대규모 사업을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시장·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을 반영한 조항을 제정했거나 제정을 추진 중에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최상훈 중구청 기획공보실장은 25일 본회의장에서 제안설명을 통해 "중구 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는 중구의회의 적극적인 협조로 제정된 조례로 기금은 구청장이 임의대로 사용할 수도 없다"며 "대규모사업을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와 시장․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 자치단체의 여건을 반영한 조항은 조례를 운영중이거나 제정추진중인 대부분의 자치 단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기금 사용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회와 집행부가 한마음으로 국비와 특별교부세 등 재원확보에 힘써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임에도 현안사업 및 주민숙원사업 추진을 위해 적립한 약 91억원의 재정안정화기금 조차 사용할 수 없게 된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차곡차곡 적립한 약 91억원의 소중한 재정안정화기금을 이제는 우리 중구 구민들을 위한 많은 현안사업 및 주민숙원사업 등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재의요구안을 의결해 주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도 의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 조례안을 발의한 안선영 의원은 "중구의회가 노후된 주민센터와 보건소 건립을 막기 위해 재정안정화기금을 붙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주민분들께 설명을 하고 있다"며 "중구의회는 주민센터와 보건소 건립을 막은 적이 없고, 오히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회기 때마다 집행부에 노후된 주민센터와 보건소에 대한 재건축을 요구했으나 집행부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고민해보겠다', '논의해 보겠다'는 답변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또 "중구청은 재정안정화기금이 문제가 되자 각 동 행정복지센터로 예상 예산 및 부지확보에 대한 공문을 보냈다"면서 "관련 예산도 아닌 재정안정화기금 조례 개정을 통해 주민센터 신축을 못하게 집행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은 명백한 집행부의 구민기망 행위"라고 박용갑 중구청장을 겨냥했다.

중구지역 자생단체는 중구의회 앞에서 수정 조례를 발의한 안 의원을 규탄했다.
중구지역 자생단체는 중구의회 앞에서 수정 조례를 발의한 안 의원을 규탄했다. 사진은 의회 규탄하는 집회를 뒤로하고 서명석 의장(노란색 원)이 의회로 들어서는 모습.

자유한국당 소속 김연수 의원도 발언대로 나와 "중구의회는 불안전한 노후 주민센터와 중구보건소 신축 등을 강력히 권고하며 집행부가 신축 예산을 요구해 온다면 즉각 찬성할 것을 약속한다"며 "집행부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재정안정화기금 조례 개정과 불안전한 주민센터의 신축 재원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며 아무런 영향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대사동 주민센터 신축 예산은 재정안정화기금이 아닌 일반회계에서 편성하고 있으며, 이를 보면 재정안정화기금 조례 개정과 주민센터 건립재원과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집행부에서는 선량한 구민을 선동하여 혼란스럽게 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고 구민들께 사죄해야 하며 불안전한 주민센터와 중구보건소 신축 계획을 즉시 세우고 재원확보에 나서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결국 재의 요구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따라 91억원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중구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기존 조례가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음에도 기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조례가 개정된 것에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면서도 "할일이 많음에도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해시키는 것은 아쉽지만 앞으로도 현안 사업 추진에 의회와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구의회는 당초 윤원옥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안도 상정할 계획이었지만 8대 의회 개원 이후 무려 12건에 달할 정도로 징계 남발에 대한 지역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의식해서인지 상정을 보류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 앞서 중구발전협의회와 중구주민자치협의회 등 자생단체 회원들은 중구의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재정안정화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례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구민의 요구를 의회가 무시하고 독선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구의회와 불사항쟁으로 싸워 나갈 것"이라며 "주민들의 대의를 무시한 채 집행부가 하는 일을 사사건건 발목잡는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고 외쳤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중구 자생단체 회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중구 자생단체 회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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