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참매. 출처 : EBS
참매. 출처 : EBS

충남도가 도의 상징물을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도조(道鳥)인 원앙새는 참매로, 도 나무(道木)는 능수버들에서 소나무로 바꾸고 도화(道花)인 국화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교체 이유는 그동안 도 상징물이 지정시기와 기원이 불분명한데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한 점을 고려하였으며, ‘충청남도 상징물 개선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도민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선호도 조사를 실시하여 3910명의 응답자 가운데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을 골랐다는 것이다.

1997년 충남도에서 발행한 ‘충남 개도 100년사’에는 충남의 표상으로 원앙새, 능수버들, 국화 3가지가 나온다. 1979년에 편찬된 ‘충청남도지(忠淸南道誌)’에는 충남의 표상으로 인물은 충무공 이순신, 하천은 금강, 산은 계룡산, 유적으로는 정림사지 오층석탑, 꽃은 국화로 나와 있다.

1983년 충남도에서 펴낸 ‘충남의 맥락’에는 인물로 충무공 이순신, 금강과 계룡산이 수록되어 있다. 이런 것으로 보면, 상징물 중에서 새와 나무는 1983년 이전에는 없거나 1984년 이후에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충절의 고장 충남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참매’

도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시대에 맞지 않거나 도민의 정서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바꾸는 것은 타당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왠지 개운치가 않다. 도조로 선정된 참매가 적정한지에 대하여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수진이, 보라매 등으로도 불리는 참매는 예전에 주로 꿩 사냥에 사용되었다. 이번 선정 이유 가운데는 일본의 국조인 꿩을 사냥하는 새로 충절의 고장 충남 이미지에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혔다고 한다. 

가기천 전 서산시부시장, 수필가
가기천 전 서산시부시장, 수필가

그러나 도조(道鳥) 선정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첫째, 참매라는 새가 낯설다는 점이다. 요즘 참매는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나 보아야 할 만큼 우리 주변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새가 아니다. 따라서 도민과 친숙함도 적다.

둘째, 현대에 들어 참매를 이용한 사냥모습을 보기 힘들 뿐 아니라 ‘새가 새를 사냥’하는 상황을 좋게 볼 수 없다. 즉 맹금류인 참매가 순후한 심성의 도민 정서와는 부합되는가에 관하여 미심쩍다는 점이다.

셋째, ‘일본의 국조인 꿩을 사냥하는 새로 충절의 고장 충남 이미지에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았다는 사실에 의아할 뿐이다. 비록 한일관계가 순탄치 않은 역사와 핍박을 받아왔고, 특히 요즘 관계가 아무리 나쁘다고 하더라도 이런 사항이 선정의 이유로 포함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미 도민 다수의 의견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심의 등 여러 절차를 거쳐 무겁게 추진하는 일에 뒤늦게 다른 의견을 내는 일이 부질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앞으로 관련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하여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한다. 도의회의 심의과정에서 보다 깊은 검토를 기대한다. 아울러 도 상징물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다면 새, 나무, 꽃 뿐 만아니라, 충청남도지에 나와 있는 인물, 강, 산, 유적에 관하여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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