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조례 거부하는 대전 버스업계, 염치 있나?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운영 중인 대전시가 버스업계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운송사업자의 책무 등을 명문화하고 ‘준공영제 운영위원회’를 통해 수입금 관리나 광고수입 사용, 경영평가 등을 심의·의결토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조례의 핵심은 운송사업자에 대한 조사·감사를 제도화하겠다는데 있다. 대전시 공무원이 준공영제 재정지원 전반에 대해 정례적인 감사를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특정감사까지 실시할 계획이다. 

이 같은 감사를 통해 반칙이 확인될 경우 해당 버스업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거나, 아예 준공영제 운영을 중지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까지 마련키로 했다. 시의원 대표발의로 추진 중인 조례 제정에 버스업계는 물론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이번 조례 제정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버스업계는 자신들을 잠재적 비위집단으로 인식시키는 조례라며 ‘조사·감사를 지도·점검으로 수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대전시가 준공영제 운영을 위해 강력한 통제장치를 만드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반면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은 더욱 강력한 통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 또는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규정을 “조사 또는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과 공무원의 의무를 명문화해서 시내버스 준공영제 감사제도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기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양측 이견을 수렴한 대전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내릴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통제를 받아야 할 대상인 버스업계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어선 안된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대다수 시민들은 대전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을 위해 매년 수백억 원 이상의 천문학적 혈세를 쏟아 붇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잘 알지 못한다. 

준공영제 도입시기인 지난 2005년 약100억 원 수준이었던 시내버스 적자보전금은 해마다 기하급수 증가해 2016년 350억 원, 2017년 485억 원을 거쳐 지난해 500억 원을 넘겼고, 올해 약 630여억 원이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엔 700억 원, 얼마 지나지 않아 1000억 원대에 이를 수도 있는 막대한 자금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버스업계는 시내버스가 사실상 ‘공공재’라는 점을 부정해 왔다. 이미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밝혀진 것처럼, 특정인이 버스회사의 절반 가까이를 독점 소유하거나 가족을 회사 임원으로 채용해 배를 불리는가하면, 운수노동자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등 비위가 끊이질 않았다. 

대전시도 공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시내버스 운영과 관련한 비위가 밝혀질 때마다 관리·감독 권한의 한계를 주장하며 버스업계를 감싸기에 급급했다. 대전시 담당 공무원이 퇴직 후 버스업계로 재취업하는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특정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살 정도였다.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시내버스업계에 대한 공적 통제를 강화하고 대전시 공무원의 감독의무를 명문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는 셈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공적인 통제 강화는 비단 대전에서만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준공영제를 운영 중인 광주에서도 준공영제가 버스업체들의 이익만 챙겨주고 있다는 여론이 일면서 ‘대수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감사 조례에 노선입찰제 도입, 표준운송원가제 폐지, 가족경영 폐해 방지, 원스트라이크 아웃 벌칙강화 등까지 포함하는 대전보다 강력한 통제장치 마련을 준비 중이다. 

한해 600억 원 이상의 재정지원을 받는 시내버스 업계가 감사가 아닌 지도·점검을 받겠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과연 몇이나 되는 시민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 한해 100만 원 안팎의 보조금을 받는 마을사업 활동가들도 자금사용을 투명하게 증빙하기 위해 온갖 서류를 제출하고 투명성을 감시받는 것이 보편화된 시대다. 

대전시의회는 내달 열리는 회기에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 조례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번 조례안이 버스업계 이해를 수용한 ‘누더기 조례’가 된다면, 버스업계는 물론 대전시나 시의회까지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방법이 없다. 준공영제 도입 이후 15년 동안 이어져 온 ‘반칙’을 더 이상 용인해 줄 세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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