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의회, 여야 의원간 사안마다 내부갈등 극심
민주당 의원조차 박 청장에 등져..의원 징계 남발 지적도

제8대 대전 중구의회와 박용갑 중구청간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제8대 대전 중구의회와 박용갑 중구청장간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대전 중구의회의 내부 갈등이 심각하다. 좀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의회와 박용갑 중구청장간 갈등이 첨예하다. 이를 두고 박 청장의 의회경시 때문이라는 의견과 의회의 집행부 발목잡기라는 서로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현재 진행형인 최근 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재정안정화 기금과 관련한 조례 개정 및 수정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졌다.

중구의회는 지난 1일 제22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안선영 의원이 발의한 '대전시 중구 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과 같은 당 윤원옥 의원이 제출한 수정안을 놓고 표결을 벌였다.

안 의원은 재정안정화기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시하는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반면, 윤 의원은 재정안정화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안 의원의 개정 조례안에 대해 수정안을 낸 것이다.

그 결과 안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찬성 8 반대 2로 통과됐지만, 윤 의원의 수정안은 찬성 2 반대 8로 부결됐다. 같은 당 의원이 각각 재정안정화기금을 사용하자는 조례와 사용하지 말자는 조례안을 제출했는데 표결을 통해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

재정안정화기금은 자치단체가 세입이 증가해 재정적 여유가 있을 때 일부를 적립하고 불경기에 세수가 감소해 주민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을 때 집행하는 저축성 제도로, 중구는 2017년과 2018년 총 90억 9000만원을 기금으로 조성해 놓은 상태다. 행정안전부가 명시한 재정안정화기금의 용처는 세입감소나 대규모 재난재해 등 긴급성이 요구될 때 그리고 채무 상환 등이다.

안 의원의 개정 조례안은 통과되고 윤 의원의 수정조례안은 부결되자 재정안정화기금 90억원을 사용하려던 중구청은 난감한 상태가 됐다. 이러면서 중구청과 중구의회는 또다시 갈등 국면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를 두고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재정안정화기금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측은 박 청장의 의회경시를 그 원인으로 삼고 있는 데 반해 사용해야 한다는 측은 의회가 집행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재정안정화기금 사용 반대 입장을 밝힌 측은 자유한국당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다. 이들은 지난 18일 진행된 제22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박 청장을 향해 집중 포화를 쏟아냈다. 개정 조례안을 발의한 안 의원은 "재정안정화기금 원래의 목적과 행안부의 권고 내용과 상이되는 부분이 있어 수정안을 냈고, 동료의원님들의 의견을 얻어 조례가 수정됐다"면서 "그럼에도 박 청장은 주민들에게 '의회와 안 의원의 방해로 주민센터와 편의시설을 못짓게 됐다'고 말씀하신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가 웃을 일이고 어불성설이다. 주민센터들의 건축물 위험에 대해서는 많은 회기때마다 지적했던 사항인데도 장기계획에 관련 기금 계획이 단 한번도 세워진 적 없다"면서 "의회는 집행부의 하부 조직이 아니다. 더 이상 거짓말이 없는 집행부를 고대한다"고 박 청장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구청 집행부의 오만한 행태를 지적한다"고도 했다.

자유한국당 김연수 의원도 5분 발언을 통해 "박 청장이 연일 의원과 의회를 비난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데 의회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했는가"라며 따진 뒤 "설령 잘못이 있더라도 의원은 곧 구민인데 구민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안 의원을 거들었다.

김 의원은 "재정안정화기금 조례 수정안이 부결되자 의도를 갖고 의회를 비난하고 순수한 구민을 선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중구보다 재정자립도가 훨씬 좋은 유성구나 서구는 물론 대덕구 동구도 없는데 재정자립도가 꼴찌수준인 중구가 재정이 여유롭다고 기금을 적립하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 부자연스럽고 기형적인 일"이라고 박 청장의 사죄를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구의원은 "최근 중구의회 사태의 근본원인은 박 청장이 의회를 경시하는 풍조 때문"이라며 "지난해 7월 제8대 의회 출범직후 한차례를 제외하곤 지금까지 1년이 넘도록 의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적이 없을 만큼 박 청장이 의회를 가벼이 여기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사실 박 청장의 의회소통 부족에 대한 지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제8대 의회 전반기 원구성 이후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의회와 박 청장은 부딪쳤고 갈등을 보였다. 독립운동가 홍보관 건립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박 청장이 의회를 설득하지 못하면서 박 청장 공약사업인 독립운동가 홍보관 사업은 제동이 걸렸음에도 박 청장은 끝까지 추진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반면, 박 청장 측에 서서 재정안정화기금 수정안을 발의했던 윤 의원은 "의회가 결정하는 일부 사안들이 정쟁이나 집행부의 발목잡기로 비춰지면 신뢰받고 존경받는 중구의회로 거듭날 수 없다"며 "집행부와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대응하고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의원은 또 "반대를 위한 반대와 특정인의 의사에 따라, 정당의 단합에 따라 의결되는 다수인의 결정이 모두 '참'인냥 정당화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의 모순"이라며 "의원 개개인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의정활동을 방해 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재정안정화기금 조례안과 관련한 갈등은 의회 내부에서 박 청장의 지지세력이 어느정도인지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안 의원이 발의한 개정조례안에 8명이 찬성했지만 윤 의원의 수정조례안은 8명이 반대하면서 중구의회 의원들의 성향이 그대로 노출됐다.

현재 중구의회 의석분포는 총 11석 가운데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5석이며, 1석은 무소속이다. 당시 표결에는 징계 중인 민주당 정옥진 의원이 불참해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는데 안 의원의 개정 조례안에 찬성한 의원은 한국당 의원 5명 전원과 무소속 1명, 그리고 민주당 의원 2명 등 8명이다. 이들은 윤 의원이 발의한 수정조례안에는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읽혀진다. 따라서 민주당 소속으로 조례안을 발의한 안 의원과 또 한명의 민주당 소속 의원이 박 청장과 다른 입장을 견지했다는 얘기가 된다.

반대로 조례안을 수정발의한 윤 의원과 육상래 의원이 재정안정화기금을 사용하자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같은 민주당 소속인 박 청장이지만 일부 구의원들은 박 청장과 등을 지고 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갈등이 의원간 보복성 징계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3년 후에 있을 지방선거까지 현 구도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측면에서 박 청장의 적극적인 대(對) 의회 소통 강화와 함께 의회 내부의 자성 노력도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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