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공주 아트고마센터에서 개원 20주년 기념식
행사목적 관계 없는 군 출신 인사 초청 등으로 '구설'

사진=16일 충남여성정책개발원 2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양승숙 원장
사진=16일 충남여성정책개발원 2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양승숙 원장

양성평등 비전을 제시해야 할 충남여성정책개발원 개원 20주년 기념식이 퇴역군인을 위한 행사로 변질됐다는 구설에 올랐다. 군 출신인 양승숙 원장이 자신의 지인들을 대거 초청해 축사까지 맡기면서 행사 본연의 목적이 퇴색됐다는 것. 

지난 16일 충남여성정책개발원은 공주 아트센터고마 컨벤션홀에서  ‘개원 20주년 기념세미나 및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변화와 도전 Change & Challenge'를 슬로건으로 기념세미나, 마당극, 난타공연 등 다양한 식전 행사가 펼쳐졌으며 본행사인 20주년 기념식도 진행됐다.

오전에 진행된 기념세미나는 지역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 '더 행복한 충남을 위한 양성평등정책 20년 성과와 전망'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오후에 이뤄진 본행사 기념식.

이 기념식에는 나소열 문화체육부지사, 김연 충남도의회문화복지위원장,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김진호 세계군문화엑스포조직위원장, 정진석 국회의원, 김정섭 공주시장, 최홍묵 계룡시장, 임춘숙 충남여성단체협의회장, 권명옥 국군간호사관학교장 등 각계 내빈을 비롯해 도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군 출신 또는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해 축사 등 발언에 나선 것에 대해 다른 참석자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축사 발언에 나선 김진호 세계군문화엑스포조직원장은 "제가 왜 축사를 하냐 싶은 분들도 있을텐데 양승숙 원장과 각별한 인연 때문에 이 자리게 서게 됐다. 제가 재향군인회 회장이고 양 원장이 여성 부회장이다. (우리는) 전우"라며 "오늘 권명옥 국군간호사관학교장 등 군 후배들도 만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 군 생활하고 예편해 양성평등 등의 용어조차 모르는데 양 원장이 (축사)초안을 만들어줬다. 군의 양성평등확산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충남여성정책개발원 20주년 축하 자리인지, 군 출신 인사들의 친목 모임인지 기념식의 정체성이 애매해진 순간이었다.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일부 여성들은 기념식 중간에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도의원은 "지역에서 여성정책 관련 축사를 할 사람이 많은데 왜 굳이 전혀 관계없는 인사가 축사에 나섰는지... 민망했다. 차라리 그동안 열심히 한 활동가들이나 시·군의회 여성 의장 등을 초청했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양 원장이 수 십년을 군에 몸 담다 보니 여성정책이나 행정보다는 (군에 대한) 존중이 더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내부 불만도 크다. 군인 출신 인사의 축사에 일부 직원들이 강하게 반대했지만 양 원장이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직원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였다. 여성정책개발원의 20주년 기념식은 양 원장의 칠순잔치가 아니다"라며 "충남의 여성운동을 그동안 발전시켜 온 여성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여성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 축사에 나서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양 원장은 여성정책개발원장 자리를 앞으로 자신의 정치 활동을 위한 이력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분이 어떻게 개발원의 앞으로의 20년 비전을 제시하고 끌고 나갈 수 있겠냐"며  "정말 지역 여성들한테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 없는 기념식이었다"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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