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제1형사부, A씨 항소 기각 징역 3년 실형 유지
재판부, 발기인총회 회의록 허위 및 혈액투석환자 모집 등 유죄

대전에서 속칭 사무장 병원을 운영한 혐의로 1심에서 법정구속된 의료법인 이사장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및 업무상 횡령,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료법인 이사장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의료법인 관계자 B씨에 대해서도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2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는 한편, 의료법인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A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크게 3가지인데 무엇보다 의료법에 따라 의사 등이 아닌 자는 의료기관을 개설해서는 안됨에도 허위로 서류를 꾸며 대전시로부터 의료법인 설립 허가를 받은 뒤 병원을 운영해 왔다는 점을 무겁게 봤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병원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법인을 설립해야 하는데 법인 설립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A씨는 B씨와 의료법인을 설립키로 공모한 뒤 지난 2007년 각각 15억원과 4억원을 출연해 대전 중구 모처에 건물과 부지를 사들였다. 또 친인척들을 법인 이사 및 감사로 선임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의료법인 설립을 위한 발기인 총회를 개최한 사실이 없음에도 이사로 선임된 친인척들 명의를 빌려 발기인총회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한 뒤 대전시에 제출해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마친 것이다. A씨 등은 대전시에서 법인 설립허가를 나온 뒤부터 의료진을 갖추고 병원 운영을 시작했다.

A씨는 또 B씨와 함께 병원을 운영하면서 2007년부터 2017년 6월까지 122회에 걸쳐 요양급여비 명목으로 247억 7500여만원을 지급받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외에도 혈액투석환자 160명에게 1273회에 걸쳐 3억 5772만여원 상당을 지급한 뒤 혈액투석을 받게 한 것과 자신의 모친을 병원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등재한 뒤 월급 명목으로 1000만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도 포함됐다.

A씨는 법원 공판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법인을 설립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한 사실이 없다면서 적법하게 운영하고 있는 만큼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며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료법인 설립허가 신청 당시 제출된 발기인총회 회의록을 비롯해 병원 이사회 회의록들도 개최되지 않고 형식적으로 회의록만을 작성한 다음 이사들의 도장을 받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혈액투석환자 모집 브로커를 직원으로 고용, 환자들에게 통원 차량을 제공하고 현금으로 지원금을 주거나 본인부담금을 면제해 주는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환자들을 유치해 왔다는 점도 유죄 증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혈액투석환자를 대량으로 유치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백억원의 요양급여비를 지급받아 수익을 올리려고 했다는 점을 들어 이른바 사무장 병원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 재단이 적법하게 설립됐고 의료법이 허용하는 바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한 다음 공동 이사장으로서 병원을 운영한 것이라는 주장만을 앞세워 이를 전제로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에 따른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또 "피고인들은 재단 자금을 불투명하게 관리한 것을 비롯해 재단 및 병원의 운영을 전횡할 수 있는 상황을 악용해 지속적으로 피고인 재단의 자금을 횡령했다"면서 "자금 중 일부를 혈액투석환자에 대한 유치비용 및 병원 의사 급여로 사용했더라도 지속적인 횡령 행위는 피고인들이 재단 및 병원을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않았으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상 권고형 범위의 하한보다 낮은 형을 선고한 점 등을 더해보면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밝혔다.

A씨는 판결 직후 재판부에 상고장을 제출함에 따라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한편 A씨가 이사장으로 운영하던 병원은 A씨 구속 이후 휴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