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든 가능성 열고 재논의 하는 게 가장 빠른 길

대전하수처리장 이전계획 투시도. 자료이미지.
대전하수처리장 이전계획 투시도. 자료이미지.

대전시가 하수도 민영화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반론이 제기되자마자, 대전시는 “민간투자 방식은 민영화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평소와는 좀 다른 반응이다. 보통 사업의 불가피성과 열악한 재정 상태를 호소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더 직접적이고 적극적이다. 2016년 상수도 민영화가  범시민적인 저항으로 좌초된 경험 덕분일 것이다.

그래도, 민영화는 민영화다. 2001년 환경부 상하수도국 수도정책과의 ‘상하수도 민영화 추진 계획’은 민영화를 ‘민간이 시설(정수장, 하수처리장, 관거)의 설치‧운영‧관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담당하는 사업형태’로 규정한다. ‘위탁운영, 시설투자+위탁운영, 완전민영화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고도 적시하고 있다. 

또한, 2008년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 민영화과가 발주하여 한국공기업학회가 제출한 ‘민영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관련법 보완 연구’에도 ‘민간투자법 제4조에 따라 BTO, BOT, BOO, BTL 등 다양한 모델에 의한 재정민영화가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논의해야 할 핵심은 상수도, 하수도, 도시숲 등 공공재를 다루는 원칙과 기준의 문제이다. 공공재는 시민 모두에게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이것이 3년 전 추진했던 상수도 민영화를 시민들이 거부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요금은 오르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은 이윤을 위해 존재한다. 기업은 투자를 하지, 기부를 하지 않는다. 이 사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수익을 2.978%까지 보장해 주고, 30년간 운영권을 준다. 투자비용에 대한 이자도 운영원가에 포함하고, 그 운영원가는 기업이 계산한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 인력을 조정하거나, 처리 과정의 부실이 생길 수도 있다. 기술과 운영의 노하우는 기업에게 쌓이기 때문에, 점점 시간이 갈수록 대전시가 개입할 여지는 줄어드는 것이다.

민영화 후 요금이 오른 인천 사례가 있다. 7개의 하수처리장 중 민영화 한 검단, 만수, 송도는 톤당 처리비용이 680원, 931원, 435원이다. 이에 비해 공공이 운영하는 가좌, 승기, 남항, 공촌은 122원, 148원, 147원, 284원이다. 2배에서 8배까지 차아가 난다. 

광주는 1998년 민영화했다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환수했다. 운영 방식은 다르지만, 버스준공영제를 살펴봐도 대전시의 역할이 매우 작다는 것은 금방 드러난다. 대전시는 지난 15년간 버스회사의 적자를 메워주기 위해 매년 150억원 ~ 675억 원의 지원금을 투입해 왔다. 

그러나 대전시는 지원의 기준인 표준운송원가 산정 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다. 사업자의 비위가 발생해도, 사기업의 일이라 개입할 수 없다고 한다. 대전시는 버스회사들이 달라는대로 돈만 주고, 최소한의 개입조차 못하고 있다. 최근엔 민자사업자인 신분당선주식회사가 정부를 상대로 최종 승소하기도 했다. 대법원이 사회기반시설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인 정부의 보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재논의 해야!

김윤기 정의당 대전시당위원장. 자료사진.
김윤기 정의당 대전시당위원장. 자료사진.

이 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는 2011년, ‘하수처리체계 재정립 연구용역’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시민사회는 ‘단순하게 하수처리장 이전의 당위성만 제시한 연구결과일 뿐’이라고 비판하면서,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대전시 하수처리 시스템 전반적인 현황 검토의 필요성, 비용편익분석에 사용된 데이터 미공개 문제, 민간투자 유치 계획의 부적절성’ 등을 지적하였다. 

2012년 환경부의 이전 승인도 하수 분뇨 처리장과 하수관로 설치비 등 제반 비용뿐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증설 비용까지를 모두 전액 지방비로 추진하도록 못 박았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닌데 굳이 하겠다고 하니, 예산은 알아서 하라는 결정이었다. 

2016년 한화건설의 제안서를 받은 이후에는 KDI의 적격성심사 통과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 애초 사업비로 약 1조1000억 원으로 책정했는데, 3년이나 지난 지금 오히려 7536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러고도 적격성심사 결과는 기준의 1%를 넘겨 억지로 끼워 맞춘 수준이었다. 

시작부터 ‘이전’으로 답을 정해 놓고 계속 해서 밀어붙였던 것이고, 사업을 추진해 온 8년 동안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제대로 열지 않았다. 대전시가 공개하지 않는 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시민사회나 원외 정당에게 ‘그동안 뭐하다가’라고 몰아 붙여서는 안되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토론을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빨리 가는 길이다. 민영화는 중단하고, 인근 주민들의 고통과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우리 대전이 지속적으로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잡으면 된다. 이전, 분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토론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답하라!

지난 10월 2일, 대전시의회는 42초 만에 `대전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민간투자사업 채택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허태정 시장은 9월 정례 브리핑에서 이 사업을 ‘민영화 형태’라고 설명했다가, 실무자들이 나서 정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 복지환경위원은 안건이 상정되기 전 날까지도 ‘민간투자를 받고 기존과 똑같이 시설공단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 정도다.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복지환경위 안건 심의를 아예 11월 정례회로 미루겠다고 했다가, 의사일정도 공개하지 않고 27일 회의를 열어 통과시키기까지 하였다. 명백한 졸속과 편법이다.

이 모두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벌인 일이다. 민주당은 2013년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특별위원회를 설치한 이래 전국 곳곳에서 공공재의 민영화를 반대해 왔다. 그렇지만, 민주당 소속 대전시장이 추진한 상수도 민영화와 하수도 민영화에 대해서는 조용히 있기를 선택했다. 

최근 이상민 국회의원이 “민영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공공의 확고한 통제 보완장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으나, 시의회가 통과된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인은 피할 수 있어도, 시민들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더 큰 책임감이 필요하다. 

끝으로 민주당 정치인 여러분께 “한번 민영화했다가 다시 공영화하려고 해도 민간에서 대규모 보상을 요구해서 공영화가 어려운 해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민영화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하고 공공성이 강한 부문은 민영화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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