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文 충남방문 현장, 언론에 가해진 '차별의 벽'

풀(Pool) 기자: 기자단을 대표해 대통령이 참여하는 공식 행사를 취재하고 취재한 내용을 기자단에게 공유하는 기자

사전에 정의된 '풀기자'의 뜻이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충남 방문이 예고되자 충남도 공보관실은 일주일 전부터 '풀기자단'을 모집했다. 일명 '회원사'와 '비회원사' 구분 없이 지원을 받아 '제비뽑기'나 '사다리타기'로 공정하게 선정한다는 것이었다.

그 동안의 전례에 비춰보면 파격적(?)인 일이었다.

대통령의 경호와 안전을 이유로 모든 언론사가 취재에 참여 하지 못하기 때문에 꾸려지는 풀기자단은 대전충남기자협회 소속 언론사, 흔히 말하는 회원사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문 대통령의 전국경제투어 다섯 번째 방문지인 대전도 회원사들만의 논의로 풀기자단이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충남도의 '회원사' '비회원사' 구분 없는 풀 기자 선정 방침은 호평을 받았다.

언론계의 고질적인 '기득권' 문제와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로 여겨져 "취재의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려는 올바른 방식"이라는 평가는 물론 "전임 지사와는 구별되는 언론관", "역시 충남도가 형님"이라는 칭찬까지 쏟아졌다.

하지만 도의 공평무사는 얼마 못가 '꼼수(?) 또는 '생색내기'임이 드러났다.

풀기자단에 지원한 한 기자는 "지난 4일 회원사 비회원사 구분 없이 지원자 13명이 도의 단톡방에 초대됐고 사다리타기로 3명이 풀기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방송을 포함해 이미 회원사와 중앙지로 풀기자단이 내정됐으며 원래 인원도 3명이 아니라 7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 풀기자단을 정해 놓고 청와대에서 인원 추가를 배려하자 도가 이를 차별없는 공정한 풀기자 선정으로 포장한 것이다.

이 기자는 "그럼 이런 저런 상황을 설명하고 풀 기자를 더 모집한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며 "다른 시도보다 풀기자를 많이 확보했다는 도의 생색내기, 구색 맞추기에 동원 된 셈이어서 기분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취재 과정도 공정하지 않았다.

이미 정해져 있던 회원사 위주의 풀 기자들은 문 대통령의 삼성 디스플레이 아산공장 방문 등 다른 일정도 동행했지만 나머지는 이날 오후 2시 충남도청 1층 로비에서 열린 '해양신산업 발전 전략 보고회' 본행사만 참석이 허용됐다.

본 행사에만 풀기자로 들어간 A씨는 "도가 풀기자단의 의미는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자리 배정도 안 돼 우왕좌왕한 것은 물론 이날 해양신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한 해양수산부나 청와대로부터 자료를 받지 못하는 등 업무 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장에서는 "(도를 향해)뭐 하자는 거냐"는 분통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A 기자는 "대통령의 공식행사를 취재하고 그 내용을 기자단과 공유하는 것이 풀기자로 알고 있는데 도에서 보도자료가 먼저 나오는 등 풀기자 운영 목적이 무색해졌다"며 "한마디로 X판이었다"고 혹평했다.

사실 도의 불공정한 언론관과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7년 1월 열린 '충남도청 기자단 초청 안희정 도지사 타운홀 미팅'은 회원사 위주로만 배정된 질문 기회와 횟수 등으로 나머지 도청 출입기자들은 들러리만 섰다는 뒷말이 무성했으며 '짜고 치는 고스톱' '홍보비를 지불한 대가성 이벤트' 같은 의혹까지 받았다.

더 거슬러 올라가 충남도청 기자실에서는 지난 2013년 회원사와 비회원사간의 멱살잡이가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충남도가 이 같은 불공정한 취재지원 관행을 해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역언론계 내부의 불만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취임 초부터 소통을 강조해 왔다. 실제 매주 실국원장 회의 공개, 매월 정례기자회견, 사안별 수시 기자간담회 등으로 전임 지사보다 지역 언론과 더 많은 소통노력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런 양 지사의 소통 행보가 '보여주기식'으로 평가절하받지 않으려면 민선 7기 충남도정은 취재지원에 대한 최소한의 공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최근 조국 장관 임용을 둘러싸고 '외눈박이' 언론에 대한 국민적 질책이 따갑다. 언론 상당수가 '사실'에 접근하지 못하고, 정파적 이해관계에 휘둘려 질 낮은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이 핵심이다. 

그러나 일선 취재현장에서 사실에 접근하기 위한 언론의 노력 자체가 '그들만의 리그'에 의해 봉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명언이 언론의 취재현장에서조차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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