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상처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상처가 없다면 상처가 없다고 믿고 싶을 뿐
[박경은의 힐링에세이]상처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상처가 없다면 상처가 없다고 믿고 싶을 뿐
  • 박길수 기자
  • 승인 2019.10.08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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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매일같이 싸우는 부모가 싫어서 고등학교 때 집을 나온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겨우 생활을 버터야 했습니다. 21살 때 술집에서 남자를 만났습니다. ‘사랑 한다’는 말에 속아서 결혼을 했습니다. 일 년도 채 되지 않아서 남편이 외도를 하였고 모아놓은 2천 만 원을 몽땅 가지고 나가버렸습니다. 지금은 네 번째 만난 남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않지만 마음은 참 편하게 해주는 남편입니다. 이렇게 50대가 되어보니 엄마를 싫어했던 마음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 때 엄마는 왜 도망가지 않았을까? ‘엄마처럼, 아빠처럼 그렇게 살진 않을 거야.’ 말을 한 번도 잊어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상처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상처가 없다면 상처가 없다고 믿고 싶을 뿐입니다. 우리가 상처받는 대상은 다양합니다. 부모, 가족, 친구, 지인, 동료 등 사람이나 사회·문화적인 요소들도 포함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상처로 인하여 자신이 자신을 더 힘들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렸을 때 상처와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결핍으로 인해 부모와 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던 것들이 결국 자신을 과거에 머물게 했다는 것입니다. ‘과거’라는 장소에 발목이 잡혀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조금만 감정을 상하게 하면 욱하게 됩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구덩이에 자신이 빠지게 된 셈입니다.

상처받은 아이는 스스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부모 또한 자녀를 선택할 수 없듯이 말입니다. 상처도 내가 선택해서 받은 것이 있다면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날아오는 상처를 피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을 후려파지 마십시오. 늘 자신을 성찰할 때는 ‘나로부터’의 문제를 찾아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됨’을 인정하는 것은 억지스런 일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소화가능한 부분만을 인정하면서 성찰하면 됩니다.

우리는 어느 누구 하나 쉽게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엄마의 배 속에서 10개월을 살다가 세상에 태어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설렘과 기대감이 아닌 불안과 두려움으로 삶을 시작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맞이한 세상이 마냥 따뜻하거나 친절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엄마 배 속의 체온 36.5℃에서 살았던 아이가 배 속을 탈출하자마자 맞이하는 세상의 온도는 26.5℃입니다. 그것도 수술실에서는 그렇습니다. 만약 추운 겨울에 아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더라면 아이는 어떠할까요? 혹은 더운 여름에 태어났더라면 어떠할까요? 아이가 맞이하는 세상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옆에서 축하해 주는 ‘엄마’라는 사람, ‘아빠’라는 사람 그리고 함께 기뻐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축복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착각일지라도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집을 나와서 열심히 살아보려는 그 마음을 보셔야 합니다. 힘든 상황이지만 ‘엄마처럼, 아빠처럼 그렇게 살진 않을 거야.’란 자신만의 의지가 삶을 살아냈던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자신의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아픔 때문에 자신에게 있는 귀한 보석을 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삶의 열정이 있었고, 부모처럼 살지 않으리라는 마음으로 꿋꿋하게 잘 살았음을 증명해 주는 것은 현재 자신의 모습에서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좋은 장점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능력입니다. 그 능력을 키워보세요. 지금부터는 자신의 결핍을 독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 결핍 때문에 원망하고 외롭고 공허함도 컸겠지만 그 결핍으로 인하여 분명하게 단단해진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처럼 되지 않을 거야" 라는 생각은 강물에 흘려 보내 주는 것은 어떨까요? 이것은 선택의 차원이니 강요는 아닙니다. 그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면 ‘지금 나는 참 잘하고 있어’, ‘점점 나는 나아지고 있어’ 라는 말로 바꿔보시면 훨씬 도움이 될 듯합니다. 누구에게나 가슴에 피우지 못한 아름다운 마음이 있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꽃 피워보세요. 처음에는 어색하고 쑥스럽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하다보면 지금보다 훨씬 건강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것 또한 자신에게 귀한 자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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