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전지법 국감에서 주광덕 의원 등 집중 추궁 "판결 자체 모순"

국회 법사위의 대전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스쿨미투 교사의 솜방망이 처벌이 도마위에 올랐다. 사진은 국감장 모습.
국회 법사위의 대전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스쿨미투 교사의 솜방망이 처벌이 도마위에 올랐다. 사진은 국감장 모습.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야기했던 대전 모 사립여고의 스쿨미투 사건이 결국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위에 올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8일 오전 10시부터 대전고법과 광주고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주광덕 의원(자유한국당, 경기 남양주병)은 "소위 스쿨미투 사건에 대한 판사들의 판결 처벌이 가볍다"면서 "엄정함 보다는 관대함이, 철저한 기준 준수보다는 온정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이 언급한 스쿨미투 사건이란 지난해 전국적으로 떠들썩하게 했던 사립여고에서 발생한 교사들의 제자 성희롱 사건으로, 해당 사건과 관련한 1심 판결이 지난달 있었다.

대전지법 형사8단독 이태영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립여고 교사 A씨(56)씨에 대해 벌금 8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프로그램 이수를 명하면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발생했다.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A씨의 범행을 보면 과연 벌금형이 적당한지에 의문이 남는다. 공소사실에 담겨진 A씨의 성희롱 범행은 지난 2017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제자들의 증언으로 드러난 범행만 13회에 달한다. 그만큼 수시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얘기다.

제자들의 증언을 통해 유죄로 인정된 A씨의 범행은 가히 충격적이다. A씨는 수업 도중 수시로 "나는 둔산동에 가면 젊은 여자들을 볼 때 성폭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생각만 할 뿐 행동으로 옮기지 않기 때문에 나쁜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또 칠판에 산 모양을 그려놓고 "이게 어린 여자의 가슴이다"며 성희롱 발언을 서슴치 않았고 심지어 특정 학생을 상대로 "내가 지금 너한테 화장실 가서 옷 벗고 기다리면 수행평가 만점을 준다고 하면 기다릴거냐"라며 교사로서 하지 말아야 할 언행을 공개적으로 했다.

하지만 교육청이 A씨에게 내린 징계 수위는 정직 1개월에 그쳤고, 법원의 형사처벌 수위로 벌금형에 불과했다. 비록 신체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대부분 수업 도중 학생들이 보는 상황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은 누가봐도 너무 낮은 처벌 수위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해현 대전고법원장 등 대전고법과 광주고법 고위 법관들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조해현 대전고법원장 등 대전고법과 광주고법 고위 법관들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특히 A씨는 이미 징계가 끝났고 형사처벌도 항소와 상고 등 향후 절차가 더 남아 있어 교사로서 교단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더 있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거셌다. 더구나 A씨는 법원 공판에서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서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충격을 줬다.

주 의원은 법원이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부분을 문제 삼으며 "재판부가 A씨의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한 것은 판결 자체의 모순"이라며 "성희롱이나 성적 수치심에 대한 국민적 기준을 정작 법관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성범죄에 대한 처벌 요구나 국민의 법적 정서는 과거보다 엄중해 졌다"며 "그럼에도 좁은 지역사회에서 교사라는 사회적 지위와 인맥을 생각하다보니 집행유예를 선고하면 교사직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서 온정주의적 사고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의 성적 수치심이나 성적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데 법원이 나서야 한다"면서 "법원이 성범죄에 대해 시대적 흐름과 정서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 강원원주을)도 "광주지법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혐의로 기소된 양형기준이 다른 법원보다 낮다"면서 "이는 법원과 지역의 유대관계가 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대전 사립여고 스쿨미투 사건과 관련해 A씨를 비롯해 8명이 입건됐지만 형사처벌된 교사는 A씨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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