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얇은 선수층 확인과 젊은 선수들의 부재, 신, 구 조화의 세대교체 필요

한용덕 감독에게나, 한화이글스에게나 2020 시즌은 무척 중요한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용덕 감독에게나, 한화이글스에게나 2020 시즌은 무척 중요한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9 시즌 페넌트레이스가 마무리 되었다. 역대급 페넌트레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즌 내내 선두를 달리던 SK가 시즌 막바지 슬럼프에 빠지면서 급기야 2위 두산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그것도 시즌 마지막 144번째 경기에서 말이다.

선두 추격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두산은 시즌 막바지에 무서운 상승세를 타면서 선두 SK 추격에 나섰고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승리로 선두를 탈환하며 2019 시즌 페넌트레이스 우승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막내 구단 KT의 첫 번째 가을야구 진출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강철 감독의 지휘 아래 KT는 더 단단해져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시즌 마지막까지 펼쳤던 NC와의 5위 경쟁은 KT가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되는 큰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전통의 강호 삼성과 기아의 하위권 추락, 지난 시즌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한화, 총체적 난국에 빠지며 최하위를 기록한 롯데까지 하위권에 처진 팀들은 시즌 내내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면서 성적 양극화의 원인이 되었다. 삼성이 신임 감독으로 허삼영 감독을 선임한 가운데 기아와 롯데가 신임 감독 선임 작업에 들어간 상태고 한화는 한용덕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한화이글스는 144경기에서 58승 86패 승률 0.403으로 최종 9위를 기록했다. 시즌 60승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90패는 당하지 않았고 승률 4할은 유지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1위 두산과는 30.5경기 차이, 10위 롯데와는 8.5경기 앞선 성적이었다.

한편, 4위를 차지한 LG는 5위 NC를 가볍게 제치며 3위 키움을 상대로 가을야구를 이어가게 되었다. 

젊은 선수들의 부재에서 온 얇디 얇은 선수층 재확인

지난 시즌 깜짝 성적을 올리며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한화이글스는 약체다. 지난 시즌 가을야구 진출은 무려 11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올시즌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며 9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 시즌의 상승세를 잇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얇은 선수층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한화이글스는 주전 야수 라인업의 평균 연령이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즉, 베테랑들이 팀의 주요 전력이라는 것이다. 김태균, 정근우는 38세, 송광민은 37세, 이성열은 36세이다. 올시즌 출장을 하지 못했던 이용규, 시즌 내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최진행, 1, 2군을 오가며 분투해준 김회성은 35세이다.

이런 베테랑들을 제외하고 젊은 선수들 중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는 오선진과 최재훈 그리고 정은원 정도였다. 오선진은 주전 유격수 차지를 지켰던 하주석의 부상으로 인해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고 최재훈은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주전으로의 자리매김을 했다. 2년차 정은원은 한용덕 감독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자신의 기량을 뽐내며 주전 자리를 굳혔다. 

이외에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인 젊은 선수는 없었다. 후반기에 장진혁이 가능성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런 결과는 프리미어 12 최종 엔트리를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화이글스는 이번 대표팀에 단 한 명의 선수도 선발되지 않은 유일한 구단이다. 바로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 육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프리미어 12 대표팀”의 주축은 2006년에 프로 무대에 데뷔한 선수들이다. 야수에 양의지를 필두로 김현수, 황재균, 민병헌이, 투수에는 차우찬과 원종현이 그 주인공들이다. 바로 LA다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의 동기들이다. 최고참은 이들보다 한 해 먼저 프로에 입단한 박병호와 최정이다. 그리고 막내는 2018년 입단한 KT의 강백호다.

이는 2005년부터 2018년 사이에 입단한 한화이글스 선수 중 대표급으로 성장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대표 선수로 활약했던 선수들을 보면 김태균(2001년 입단), 정근우(2005년 입단이지만 대졸), 이용규, 정우람(2004년 입단) 등이 전부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류현진이 유일하다(2006년 입단).

즉, 최재훈, 정은원(대표팀 후보 엔트리에 포함)을 제외하고 대표급은 고사하고 팀 내에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들은 찾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과연 그동안 한화이글스의 육성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다시 살펴봐야 된다는 판단이 든다. 스카우팅의 문제인지, 육성 시스템의 문제인지 명확하게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제라도 착오들을 수정해 나가야 할 시점임이 분명한 이유이다.

베테랑의 품격과 신, 구 조화의 유연한 세대교체 필요

앞서 언급한 대로 한화이글스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 부재로 인해 선수층이 매우 얇은 전형적인 약팀의 모습이다. 이에 박종훈 단장을 영입하고 레전드 코칭스태프들을 복귀시키면서 강팀으로의 도약을 꿈꿨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시즌 3위를 기록하며 세대교체가 성공한 듯 보였지만 이는 신기루와 같았다. 여전히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더뎠고 코칭스태프가 예상했던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팀에 아픔만이 가득했을 뿐이다. 신, 구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베테랑들은 세대교체의 기조 속에 다소 아쉬운 대접을 받았고 시간이 필요했던 젊은 선수들은 냉정한 시험대에 내몰려야 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 시즌 9위의 성적표였다.

앞서 언급한 많은 베테랑들이 내년 시즌에는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다만, 기회를 부여 받은 젊은 선수들이 베테랑들을 실력으로 이겨낸다면 그만큼 한화이글스의 선수층은 두터워지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에는 여전히 베테랑들이 중심인 팀이 될 수밖에 없다.

한용덕 감독의 내년 시즌은 매우 중요하다. 감독 계약의 마지막 해이기도 하고 한화이글스가 세대교체의 흐름이 정점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경쟁력이 있는 베테랑들이 버티고 있을 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도모하고 시즌 성적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 시점이 바로 2020시즌이 되어야 한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올시즌 9월에 보여준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한 경기력을 내년 시즌 초반에 이어갈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폴드와 채드벨 그리고 호잉의 외국인 3인방과의 재계약이 이루어지고 시즌 내내 이어졌던 선발 투수의 옥석만 가려진다면 말이다.

올시즌 조금은 홀대를 받았던 베테랑들이 배수의 진을 치고 한용덕 감독도 계약 마지막 시즌에 현실적인 면들을 직시하면서 최고의 조합을 찾는 과정들을 경험했으니 내년 시즌에는 이에 대한 학습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2018년 무려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한화이글스가 팀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우승을 거머쥔 1999 시즌. 정확히 20년 전의 일이다. 겨우내 흘린 땀방울로 대망의 V2 사냥을 기대했지만 9위의 성적으로 시즌을 아쉽게 마무리 한 한화이글스 선수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년 시즌을 향해 다시 달릴 준비를 할 한화이글스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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