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계룡산 자락 대전 학하동에 자광사 지어
자광사, 오는 8일 개산재 마련...대전방문의 해 맞아 관심 고조

탄허스님 영정.
탄허스님 영정.

“일본 침몰 예언했던 탄허(呑虛) 스님이 대전과 깊은 인연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대전 유성구 학하동 계룡산 자락에 자광사(慈光寺)는 탄허 스님(1913~1983)이 창건한 절이다. 50년 전인 1969년 이 절을 창건했다. 전북 김제에서 항일 운동가 김홍규의 장남으로 태어나 22세에 당대의 고승 오대산의 한암 선사를 은사로 모시고 출가했다. 

탄허는 유불선에 두루 통달하였는데 그의 장자(莊子) 강의는 자칭 국보 양주동이 “장자가 돌아와 자신의 책을 설명해도 탄허를 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탄허는 불교 경전 번역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 난해하고 방대해 엄두도 못 내던 화엄경 한글 번역을 해냈다. 30여년의 각고 끝에 화엄경 80권과 관련 주해서 280여 권을 처음으로 번역해 집대성했다.

주역(周易)에도 능했던 탄허는 일본 침몰 등 미래 세계의 변화를 예측해 세간에까지 회자됐다. 미래는 '세계의 간방(艮方)'인 우리나라가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한국에서도 계룡산을 ‘정신적 간방’ 보면서 계룡산 인근에 교육시설을 짓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광사가 학하동에 자리 잡게 된 연유다.

자광사 터는 우암 송시열이 서당으로 쓰던 곳이기도 하다. 우암이 후학 양성을 위해 지었다고 하며 이런 사실을 말해주는 비석도 남아있다. 탄허도 이곳을 제자 양성의 길지로 여겨 수도원에 뜻을 두고 자광사를 지었다고 한다. 탄허는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장경과 스님의 소지품 등을 자광사로 옮겨 ‘장경각(藏經閣)’이라 이름하고 이곳에서 불경 번역에 몰두했다. 자광사 1층 조사전에는 탄허의 육필원고와 유품이 보관중이며 탄허불교문화재단(이사장 혜거스님)에서 공동 관리하고 있다.

자광사는 오는 8일(음력 9월 10일) 개산재(開山齋)를 거행한다. 절을 처음 세운 날을 기념해 올리는 제사다. 50년 만에 처음 여는 개산제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탄허의 상좌스님 등 전국에서 많은 스님과 500여 명의 불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탄허의 맞상좌로 한국 불교계의 큰 스님인 혜거 스님(금강선원장)의 특별 법어가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는 정부가 정한 ‘대전방문의 해’다. 대전시는 정부로부터 올해를 대전방문의 해로 지정받아 관광객 유치에 힘을 쓰고 있다. 탄허 스님 유적은 대전의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광사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자광사에 탄허 스님의 유품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고, 경상도에서도 탄허 스님을 찾아 이 곳까지 오는 분도 있다"면서도 "탄허의 자취가 대전 자광사에 있다는 사실을 대전시민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탄허의 유적과 유품을 지역 문화와 관광산업 자원으로 만드는 데 대전시와 자광사가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고 했다.

탄허스님이 창건한 자광사. 유성구 학하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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