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91] '역대 최악' 피하려면 '유종의 미' 거둬야

더불어민주당(사진 위)과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가 지난 달 30일과 1일 국회에서 각각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사진 위)과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가 지난 달 30일과 1일 국회에서 각각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충남 서천 출신 나태주 시인은 ‘풀꽃’이란 시(詩)로 유명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세 줄이라 외우기 쉽고, 깊은 울림도 있어 국민 대표 시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만큼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아야 할 ‘꽃보다 정치’가 가시덤불에 잡초만 무성하다면 어떨까요. 정기 국회의 ‘꽃’이라고 불리는 국정감사가 이번 주(2일) 막을 올렸습니다. 국회는 입법기관으로 우리에게 익숙한데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일을 감사하는 권한도 있습니다. 국정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예산낭비부터 국민 생활과 안전에 불편부당한 각종 관행과 폐단이 해마다 감사장 문턱을 넘어옵니다.

언론도 물론이지만, 국정감사 역시 정책의 잘못만 지적하고 비난한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올바른 해법과 대안을 마련해 국정이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합니다. ‘배지’의 힘만 믿고, 장관이나 지자체장 망신주기나 대기업 총수와 유명인을 증인석에 앉혀놓고 호통 치고, 막말하는 자리가 아니란 말입니다.

사실 이번 20대 국회는 파행은 밥 먹듯 하면서도 정작 ‘밥값’은 안했습니다. 법안 처리율 29.4%. ‘식물국회’라고 비난받던 19대 국회(34%)보다 못합니다. 58%를 기록한 16대와는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계류 중인 법안은 무려 1만 건이 넘습니다. ‘역대 최악의 국회’, ‘빈털터리 국회’라는 오명이 굳어져가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유종의 미’라도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이마저도 여야가 ‘조국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면서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번에도 ‘기-승-전-조국’일 것 같습니다. 어느새 정치의 영역 깊숙이 들어온 ‘검찰개혁’도 정기국회의 ‘꽃밭’을 어지럽히는 요주의 이슈입니다.

그 사이 외교‧안보, 민생‧경제는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여야 싸움판에 ‘변명의 명분’으로 존재를 확인할 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외쳐도, 김정은은 미사일을 쏘고, 트럼프는 방위비 증액을 궁리하고, 아베는 경제도발에 호시탐탐 독도도발까지 획책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고집스러울 만큼 밀어붙이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은 성공일지, 실패일지 불확실합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기대한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오늘도 폐업의 기로에서 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서민 경제와 저녁이 있는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들에게 “일 안하는 국회”라는 말은 매우 부끄럽고 창피한 소리입니다. 그 부끄럽고 창피한 소리를 겸허히 듣기 바랍니다. 배지를 달고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국정감사가 감사(監査)와 더불어 국민들로부터 감사(感謝)받는 장(場)이 되길 기대합니다.

어느 목사님 설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봄에 농사를 시작하려면 두 가지를 우선해야 합니다. 먼저 묵은 땅을 갈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합니다. 또 가시덤불이 무성한 밭에는 씨를 뿌리지 말아야 합니다. 갈아엎지 않은 땅은 씨가 심길 수 없고, 가시덤불 속에서 틔운 싹은 계속 자랄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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