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대전효문화뿌리축제 발전을 위한 제언 ①

대전효문화뿌리축제 한 장면. 자료사진.
대전효문화뿌리축제 한 장면. 자료사진.

며칠 전 대전 중구가 주최한 ‘대전효문화뿌리축제’(이하 뿌리축제)가 끝났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11회까지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유지해온 동력은 다섯 가지다. 

▲‘효’라는 주제의 독특성 ▲3선 중구청장의 열성과 리더십 ▲중구청 공무원들의 헌신 ▲중구 자원봉사단체 등 자생단체 회원들의 결집 및 희생적 봉사, 그리고 ▲중구민 및 대전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다. 

대전의 대표적 축제가 된 뿌리축제는 주민들의 결집을 확인하며 일체감 및 자부심을 대변하게 되었고, 중구청장의 뚜렷한 치적이 되었다. 필자도 뿌리축제에 매번 참가하면서, 또한 축제 관련자들과 대화하면서, 이 축제의 가치, 지속가능성, 그리고 발전 가능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도약을 위한 대안도 이제 논의해 볼 시점이 되었다. 활발한 토론 촉발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짚어본다. 

지속 및 발전 가능성의 문제들

남충희 바른미래당 중구위원장

첫째, ‘축제의 고객’ 문제다. 축제 현장에서 외지 관광객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연로한 각지 문중 참가자들은 문중퍼레이드가 끝나자마자 단체 버스로 귀향해 버린다. 현장의 대다수는 중구민과 약간의 대전시민이다. ‘우리끼리’ 모여 사흘간 먹고 마시고 즐기는 데 8억3000만 원을 세금을 쏟는 셈이다. 가장 큰 문제다. 

둘째, ‘축제의 목적과 가치’ 문제다. 만약 목적이 단순히 ‘중구민들이 모여 지역 문화의 정체성과 대전 중구민의 자긍심을 높인다’라는 추상적 차원에 그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그러나 투입하는 혈세만큼 어느 정도 경제적 가치 창출은 필수적 아닌가? 이 축제가 지역의 관광산업 활성화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할까? 의구심이 든다. 정확히 무엇을 중구청장의 치적으로 볼 수 있을까? 개최 목적이 뭘까? 

셋째, 축제에 근로 동원되는 ‘중구청 공무원들의 심한 피로도’ 문제다. 휴일에 엄마 공무원이 왜 자신의 아기를 남에게 맡긴 채 하루 종일 땀을 흘리며 파전 부치기와 막걸리 서빙을 도와야 하는가? 공무원이 이동 화장실 청소 모습을 왜 자신의 배우자와 어린 딸에게 보여야만 하는가? ‘뿌리축제 증후군’이 심하다는 공무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온다. 중구 공무원 노조는 이러한 반 강제적 근로 동원이 부당하다고 항의한다. 노조의 대화 요청에 구청장이 급기야 노조와 소통을 단절했다고 공무원들 불만이 팽배하다. 이런 상태로 이 축제가 과연 지속 가능할까?

넷째, ‘축제 주제의 혼란’ 문제다. 효? 조상? 전통문화? 행사 내용을 살펴보면 ‘효’ 관련(효 대상 시상식 등)이 약28%, ‘조상’ 관련(문중퍼레이드 등)이 18%, ‘전통문화’ 관련(주민전승놀이 등)이 10%로 구성되었다. 행사 프로그램에 세 가지 주제가 무질서하게 섞여 있는 상태다. 명확한 주제가 내뿜는 차별성 없이 과연 이 축제가 발전 가능할지 의문이다.  

다섯째, ‘효’와 ‘조상’을 주제로 내건 뿌리축제의 ‘방문객 유인 한계’ 문제다. 필자가 제자들에게 동행을 권했더니, “젊은이들에게는 노잼”이란다. 당연히 50대와 60대 이상의 장년·노년층이 주된 참여자다. 가치관이 다른 요즘 젊은이들에게 ‘효’와 ‘조상’은 관심과 흥미를 끌 주제는 결코 아니다. 중장기적 지속 가능성에 의구심이 생긴다.

여섯째, ‘축제 주제와 프로그램의 불일치’ 문제다. 주제와 관련 없는 행사들이 약 45%로 프로그램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7080 콘서트, 독립만세, 거리 노래방, DJ페스티발, 스피닝 공연, 팬션쇼, 등이 과연 여타 축제와 차별성은 고사하고, 우리의 효심을 높이는가? 우리의 조상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백제문화 환타지아 창작극’ 공연 외에는 이 모든 것들이 ‘효,’ ‘조상,’ 그리고 ‘뿌리문화’와는 거리가 심하게 멀다. 이런 기획력으로 축제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까?

일곱째, ‘행사 내용 자체의 무분별’ 문제다. 심하다. 몸에 달라붙은 자극적인 옷차림의 여성 가수 및 흘러간 가수들이 부르는 철 지난 유행가, 팝핀 댄스 등 현대판 춤, 걸그룹 커버 댄스 등 나이트 클럽 류의 행사가 너무 많다. 물론 일어나 흥겹게 몸을 흔드는 장년 및 노년층 관객도 많다. 급기야 거명된 중구청장도 가수와 함께 신명나게 춤을 춘다. 박수가 터진다. 자고로 민중에게 제공하는 오락거리는 로마시대 이래 훌륭한 정치 수단이었다. 

물론 지역 주민들을 위한 오락 제공이 뭐가 나쁘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축제 기획 자체를 보면, 국제화는 고사하고 국내 일류로 성장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외지 관광객 유치 및 경제적 가치 창출은 완전히 불가능한 상태다. 정녕, 대전의 대표적인 축제를 이대로 놔둬도 될까? 

뿌리축제 자체를 ‘효자’ 만들기

좀더 생각해 보자. 뿌리축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더 나아가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효’문화뿌리축제 자체를 중구 및 대전의 ‘효자’로 만들 수는 없을까? 

그렇다면 젊은 고객과, 덧붙여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며 가처분 소득도 높은 수도권 고객을 끌어 올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은 이미 세계여행을 많이 한 사람들이다. 국제적 안목을 갖췄다. 결국 뿌리축제는, ‘효자’가 되려면, 세계적 수준의 축제로 도약한다는 과감한 목표를 잡을 수 밖에 없다. 만약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경제적 가치를 높이자고 마음 먹는다면, 유일한 답은 ‘국제화’다. 

엉뚱한 발상일까? 전국에서 1,000여개의 축제가 경쟁하는 상태에서, 과연 수도권 및 해외 관광객 유인이 가능할까? 어렵지만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 우리가 아는 세계적인 축제는 모두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되었다. 단지 과감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뿐이다. 

뿌리축제는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는 우리 대전이 외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엄청난 ‘효자’가 될 잠재력을 갖췄다. ‘규모가 큰 동네 축제’ 라는 기존 틀을 뛰어넘으면 된다. 독일의 옥토페스트 축제, 일본의 삿포로 눈 축제, 영국의 에딘버러 축제 등과 같이 지역의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경제적 효과를 높이는 차원으로 뿌리축제 개최 목적을 끌어올려야 한다. 

*남충희 바른미래당 중구위원장의 기고문은 2회로 나눠 연재한다. 다음 연재는 뿌리축제 세계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담길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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