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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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카파도키아(Cappadocia)는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서 동남쪽으로 약 320km 떨어진 내륙의 고원지대이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거리가 326㎞이니, 대강 짐작이 될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지중해가 세계의 중심이었고, 지중해 건너 아나톨리아(Anatolia) 지방을 '해가 뜨는 동쪽'이라고 하여 소아시아(Asia Minor)라고 했는데, 카파도키아는 아나톨리아 지방의 중앙 고원에 있다.

터키어로 ‘좋은 말이 있는 곳’ 혹은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땅'이라는 의미인 카파도키아는 끝없이 겹쳐지고 포개진 기암괴석들로 세계적인 관광지인데, 카파도키아는 하나의 도시 이름이 아니라 괴레메, 네브세히르, 위르귑, 아바노스 등의 마을을 포함한 지역 이름이다.

이곳은 300만 년 전 에르시예스 산(MT. Erciyes: 3917m)에서 대규모 화산이 폭발할 때, 화산재를 뒤집어쓰고 굳어진 땅 위에 모래와 용암이 쌓이고 또, 몇 차례 지각 변동으로 지금과 같은 기암괴석이 생겼다고 한다.

도저히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다고 생각되지 않는 불가사의한 바위들이 적갈색, 흰색, 주황색의 지층이 겹겹이 쌓여 있다. 게다가 이곳은 일찍부터 동서 대륙의 수많은 이민족이 이동하던 교차로여서 BC 12세기에 세계 최초로 철기문화를 이루었던 히타이트(Hittite) 왕국에 이어 프리지어, 리키아, 페르시아, 알렉산더, 로마, 비잔틴, 셀주크튀르크, 오스만튀르크가 차례로 카파도키아의 주인이 되었다.

1. 카파도키아
1. 카파도키아

 앙카라에서 출발하여 소금호수에서 잠시 머문 뒤, 다시 4시간을 달린 끝에 카파도키아의 괴뢰메(Goereme)에 도착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과 터키 항공이 이스탄불까지 직항노선이 있고, 이스탄불에서 터키 국내항공으로 갈아타면 카파도키아의 중심지에 있는 네브세히르 공항까지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

1-1. 시내 이정표
1-1. 시내 이정표
1-2. 시내 전경
1-2. 시내 전경

카파도키아 지역 중 여행객들은 대부분 괴레메와 위르귑을 찾는데, 괴뢰메는 '보이지 않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것은 로마제국 시대에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도망쳐 온 기독교도들이 숨어 살던 터전이었기 때문이고, 또 7세기 중반 이슬람의 침공을 받은 기독교 신자들은 파샤바 계곡의 동굴이나 바위에 지하도시를 건설하여 신앙을 지키며 살았던 삶의 터전이었다.

괴뢰메에서는 약 300여 개의 석굴 교회가 있는 파샤바 계곡(Pasabag), 비둘기 집(pigeon hole)이라고 하는 바위산에 동굴집이 밀집한 우치히사르(Uçhisar) 지역,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서 숨어 살았던 지하도시 데린쿠유(Derinkuyu)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카파도키아는 도시 전체가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2. 괴뢰메
2. 괴뢰메
2-1. 괴뢰메
2-1. 괴뢰메

카파도키아의 기묘한 기암괴석 중에도 버섯 모양의 뾰족한 괴석들이 즐비한 파샤바 계곡이 가장 인기코스인데, 버섯바위들은 남성의 성기에 자주 비유되고 있다.

특히 벨기에의 작가 피에르 클리퍼드(Pierre Culliford)가 이곳을 여행한 뒤 커다란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 개구쟁이 스머프(Les Schtroumpf)라고 하며, 마치 동화에서 본듯한 버섯 모양의 돌기둥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파샤바 지역에는 현재까지 300여 개의 석굴 교회가 있다.

2-2. 버섯바위들
2-2. 버섯바위들

 석굴 교회는 지상에 있는 교회와 마찬가지로 십자 형태의 구조와 둥근 천장 모양이고, 프레스코화로 장식한 내부의 보존상태가 아주 좋다. 오랫동안 바위 속 동굴에서 살아오다가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지만, 최근에는 이곳을 고쳐서 민박이나 호텔처럼 관광객을 맞는 것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초행이어서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했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자유여행을 하면서 좀 더 자세히 구경하고 싶다.

 둘째,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우치히사르 성이 있는데, 우치히사르란 터키어로 ‘3개의 요새’라는 뜻이라고 한다. 15~6세기에 비잔틴 제국의 지배 시기에 세웠다고 하는 우치히사르 성에서는 괴레메 골짜기의 전경은 물론 피죤 밸리가 한눈에 펼쳐질 뿐 아니라 멀리 에르지예스 화산까지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다.

 피죤 밸리는 당시 수도사들이 비둘기를 기르며 살아서 피죤 밸리(pigeon valley)라고도 부르는데, 기묘한 풍경의 우치히사르는 영화 스타워즈(Star Wars)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카파도키아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은 이곳에 음료수를 판매하고 잠시 주변을 조망할 수 있도록 비치 파라솔도 세워두었지만, 그 시설이나 서비스는 가히 가소롭기 그지없었다.

3. 우치히사르 전망대에서 본 비들기집
3. 우치히사르 전망대에서 본 비들기집
3-1. 비둘기집 동굴
3-1. 비둘기집 동굴

셋째, 괴뢰메가 땅 위로 솟은 카파도키아의 절경을 보여준다면 데린쿠유는 땅굴도시이다. ‘깊은 우물’이란 의미라고 하는 데린쿠유는 로마 시대에 기독교 박해를 피하여 카파도키아의 험준한 파샤바 계곡으로 숨어든 기독교인들이 동굴을 파고 살았던 땅굴도시로서 약 2만여 명이 살았다고 한다.

지하 동굴은 20층 정도까지 좁은 통로를 따라 내려가야 하지만, 관광객에게는 8층 깊이인 지하 55m까지만 공개하고 있다.

지하 동굴 입구 한쪽에는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렸듯이 동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물건을 올려주고 내려보냈던 우물처럼 생긴 공간도 있는데, 지금은 추락방지 등을 위하여 철망으로 보완 조치를 해두었다.

데린쿠유에는 지금도 당시 예배를 보았던 교회장소가 남아있지만, 동유럽 폴란드의 크라쿠프 소금광산을 둘러본 눈으로는 그저 하찮은 작은 모습을 너무 확대해서 관광객들에게 선전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의구심조차 들기도 했다.

4. 데린구유 매표소
4. 데린구유 매표소
5. 지하동굴
5. 지하동굴
5-1. 지하동굴 하수구
5-1. 지하동굴 하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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