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승률 4할 회복과 9월 경기력, 외국인 선수들의 거취

2019 시즌 막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있는 한화이글스가 내년 시즌을 위해 외국인 선수 3명의 재계약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9 시즌 막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있는 한화이글스가 내년 시즌을 위해 외국인 선수 3명의 재계약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9 시즌 페넌트레이스가 마지막까지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무서운 상승세의 두산이 선두를 달리던 SK를 기어이 따라잡으면서 마지막 경기의 결과까지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한 경기씩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두산과 SK가 모두 승리를 거두면 상대 전적에서 앞선 두산이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된다. 역대급 시즌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선두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다른 팀들까지도 마지막까지 최선의 경기를 벌여야 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편, 마지막까지 창단 첫 가을야구의 끈을 놓지 않았던 KT가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NC에게 가을야구행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시즌 승률을 정확하게 5할(71승 71패 2무)에 맞추면서 성공적인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크게 했다.

9월의 반전을 계기로 최하위 탈출과 함께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한층 끌어 올린 한화이글스는 마지막까지 선두 경쟁의 “캐스팅 보트”를 잡으며 최상의 전력으로 경기를 해야 했다. 마지막 한 경기(9월 30일 SK전)를 남기고 있는 상황에서 4할 승률의 회복과 9위를 확정지었다. 

2019 시즌 승률 4할 회복과 9월의 경기력

한화이글스는 9월 20경기에서 12승 8패를 기록했다. 12승 중에는 무려(?) 6연승의 기록도 포함되었다. 시즌 팀 최다 연승 기록이자 9월 상승세의 원동력이었다. 강한 팀은 “연승은 길게, 연패는 짧게”가 잘 이루어진다. 하지만 한화이글스의 올시즌 최다 연승은 “3”에 불과했다. 즉, 좋은 분위기에서 치고 나가야 하는 연승을 불과 3연승 밖에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화가 하위권에 처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혹자는 9월의 성적은 상대 팀들의 경기력이 시즌 막판 팀 상황에 따라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한화이글스에게 9월의 성적은 그 어떤 승리보다도 치열한 승부에서 얻은 귀한 것들이었다. 

팀의 상황도 롯데와의 최하위 경쟁에서 이겨내야 했고 내년 시즌을 위해서 마지막 정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치열한 5위 경쟁과 더불어 마지막 경기까지 지켜봐야 하는 역대급 선두 경쟁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를 섣부르게 치를 수 없었다. 더욱 한화이글스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야 했던 이유는 소위 고춧가루 부대의 역할로 순위 경쟁에 열쇠를 쥐고 상대 팀들의 눈총을 한 몸에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9월에 치른 경기들의 면면을 세부적으로 보면 한화이글스에게는 상당한 의미가 부여될 수 있었다. SK(1패), 두산(1패), 키움(1승)과의 경기는 선두 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었고 NC(3승 1패), KT(1승)와의 경기들 역시 5위 경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에 최선의 경기력으로 임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 팀들도 마찬가지였다. 

삼성(3승)과의 경기는 시즌 내내 한화이글스 상승세에 발목을 잡았던 삼성이기에 이겨내야 하는 경기들이었고 다행히 3연승을 달리며 시즌 성적을 6승 10패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또한, 롯데(2승 2패)와의 경기는 최하위 탈출 경쟁이었기 때문에 최선의 승부를 가져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화가 9월에 거둔 승리들을 굳이 폄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한용덕 감독이 뒤늦게 선수단 운영을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내년 시즌을 위한 로드맵을 작동한 것이 주요한 이유였지만 한화의 9월 경기력은 충분히 칭찬 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한화이글스 구단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들로 평가할 수 있는 서폴드와 채드벨. 이 두 외국인 투수의 활약과 최강 마무리 정우람을 중심으로 재편된 최강 불펜(안영명, 신정락, 이태양, 박상원)의 귀환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한 신, 구 조화의 야수 활약이 뒷받침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한용덕 감독은 9월의 엔트리를 내년 시즌에 그대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즉, 올시즌의 실패를 거울삼아 계약 기간 3년의 마지막 시즌인 내년에 최고의 조합을 찾아 다시 한화이글스의 도약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2020 시즌을 맞이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서폴드와 채드벨. 두 선수 모두 한화이글스 역대 외국인 투수 중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서폴드는 KBO리그 데뷔 첫 시즌을 31경기(192⅓이닝) 12승 11패 평균자책점 3.51로 마무리했다. 한화이글스가 샘슨(13승, 탈삼진 1위)을 포기하면서 서폴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닝 소화 능력이었다.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서폴드는 무려 192⅓이닝을 소화하면서 두산의 린드블럼에 이어서 리그 이닝 2위를 기록했다. 또한, 평균자책점 13위, 퀄리티스타트(20회) 6위로 선발투수로서 최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사실 팀이 9위 머무르면서 승리가 부족했지만 한화 외국인투수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활약이라고 봐도 무방한 성적을 이뤄냈다. 

채드벨은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 두고 있는 상황에서 28경기(171⅓이닝) 11승 9패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하고 있다. 퀄리티 스타트는 15회로 서폴드에 약간 뒤지지만 평균자책점은 오히려 앞서고 있다. 부상으로 인해 3-4회 등판을 건너뛴 것을 감안하면 채드벨도 서폴드 못지않은 이닝 소화 능력을 발휘해줬다. 여기에 채드벨은 60만 달러의 두 번째 옵션 선수였기 때문에 가성비는 더욱 좋았다고 볼 수 있겠다. 

충분히 차고 넘치는 활약으로 내년 시즌 이글스 유니폼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서폴드와 채드벨이다. 특히 주목해야 점은 전반기 보다 후반기의 활약이 더욱 좋았고 가면 갈수록 피칭의 안정성이나 위력이 배가 되었다는 것이다. 리그 적응이 끝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고 투고타저의 기류가 계속 이어진다면 내년 시즌의 활약은 더욱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답지 않게 코칭스태프(투수 파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배울 자세를 갖추고 있고 포수 최재훈의 리드와 분석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면서 함께 한 것이 좋은 성적의 지름길이 되었다. 이는 내년 시즌 이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겠다. 

막바지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끝낸 2년차 야수 호잉도 내년 시즌 한화에게는 꼭 필요한 선수이다. 비록 지난 시즌에 비해 전반적인 기록은 떨어졌지만 투고타저의 시즌에서 호잉은 준수한 활약을 해줬다고 볼 수 있겠다. 오히려 막바지 부상으로 인한 강제 휴식은 2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호잉에게 내년 시즌을 위해 약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지난 시즌 호잉을 영입하면서 한화이글스가 기대했던 것은 공격에서 타율 0.280에 홈런 20개, 타점 80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고 올시즌에는 애초의 기대치만큼의 활약은 해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2년 연속 20개 이상의 도루는 덤이었고 드러나지 않은 수비와 주루에서의 활약은 한화에서는 가치 있는 거의 유일한 선수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세 외국인 선수의 역대급 대활약에도 불구하고 한화이글스는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 세 선수들을 중심으로 국내 선수들의 운영만 잘 이루어진다면 내년 시즌 한화이글스에게는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 물론 계약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선수들은 인성 또한 검증되었기 때문에 재계약에 집중할 필요성이 있겠다. 

2018년 무려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한화이글스가 팀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우승을 거머쥔 1999 시즌. 정확히 20년 전의 일이다. 겨우내 흘린 땀방울로 대망의 V2 사냥을 기대했지만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를 하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 마지막까지 부상 없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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