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문재인 대통령이 수사받는 조국 장관의 변호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오늘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는 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했다. 

“검찰에 수사를 조용히 하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그런데도 검찰이 말을 안 듣지 않았다”고 한 청와대 정무수석의 공개적 발언에 이어 나온 대통령의 작심 메시지다. 정무수석의 말이 대통령의 뜻이라는 것을 검찰도 국민들도 모르지 않았으나, 그래도 대통령의 이름으로 확실하게 못을 박아야겠다는 뜻 같다.

조국 장관을 임명하면서, 검찰은 검찰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 일을 하면 된다던 대통령이 드디어 조국 편을 확실히 들고 나선 것이다.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대통령은 검찰이 맘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장관으로 지명해서 인사청문회가 진행중인 후보자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것 자체를 검찰의 도전으로 봤을 것이다. 성군 세종이나 링컨도 문 대통령 자리에 앉아 그런 일을 당했다면 참아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참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확실한 조국 편들기’

문 대통령은 참지 못했다.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하는 데는 다른 뜻이 있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조국 사태’로 양분돼 있다. 조국편이거나 그 반대편이다. 처음에 어느 편도 아니었던 사람들조차 갈등이 격화되면서 어느 한 편에 서는 경향도 보이는 것 같다. 조국 사태로 대통령 지지율이 잠깐 하락했다가 반등세를 보인 것도 갈등의 심화를 보여주는 현상일 수 있다.

나라가 둘로 쪼개진 상황에서 대통령의 ‘확실한 편들기’는 ‘조국편의 세(勢)’를 결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것이 가장 목적일지 모른다. 조국 사건에 대한 최고 권력자의 입장을 보다 명백히 함으로써 검찰의 기를 꺾겠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검찰 내부가 양분되거나 분위가 달라지면 대통령의 특별 메시지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검찰이 대통령의 뜻을 받들려면 이제부터라도 조국 수사는 ‘조용하게’ ‘살살’ 해야 한다. 문제는 ‘조용하고 살살’ 하는 게 어떻게 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은 조국 장관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시간이 너무 길었다는 점에 큰 불만을 나타냈다. 보다 짧게 했을 수도 있는데 검찰이 일부러 그렇게 했다면 질책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법을 벗어나지 않았다면 대통령까지 나서 검찰에 압력을 넣을 일은 아니다. 

조국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의 최측근을 대상으로 한 수사다. 그 권력이 아끼는 사람에 대한 수사고, 권력이 아주 못마땅해 하는 수사다. 그러나 수사는 시작됐고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이상 최선을 다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압수수색 시간도 피의자가 장삼이사일 때 길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게 진짜 평등이다. 그렇지 않으면 힘있고 돈 많은 사람은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조용히 살살’하는 수사인가?

수사를 받는 조 장관은, 검사에게 전화하면 상대가 관등성명을 대며 깍듯하게 받아야 하는 현직 법무장관이다. 조 장관은 실제 그렇게 했다. 그렇게 힘이 막강한 데도 압수수색 받을 땐 보통 시민 수준의 대우를 바란다면 검찰에 전화할 엄두도 못 내는 보통 사람들의 평등권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대통령이 말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수사’란 무엇인가? 말 자체는 아무 하자가 없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말은 언제 어디서에서 하느냐에 그 뜻이 완전히 달라진다. 지금 ‘절제된 수사’ 운운하는 건 절제가 아니라 수사 중지 요구나 다름없다. ‘절제’라는 말뜻을 100% 받아들인다고 해도 도대체 얼마나 절제하는 게 대통령의 뜻이 맞는 절제인가?

어느 정도가 적절한 절제인지는 누구도 말할 수 없다. 굳이 따지자면 무리하게 수사하면서 법을 어긴 부분이 있는 경우에만 ‘절제’하지 못한 수사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그런 사례가 드러난 것도 아닌데 청와대에서 절제된 수사 운운하는 건 검찰에 대한 공개적 압박이다. 국민들로선 권력이 검찰을 압박하는 이런 적폐부터 고치는 게 검찰 개혁인데 대통령이 말하는 개혁은 도대체 어떤 개혁인가?

내편은 봐주고 상대만 때려잡는 게 개혁인가? 조국 장관 사태는 이 사건이 정말 수사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중요하고, 수사가 필요한 사건임이 분명하다면 검찰은 대통령 측근이라도 마땅히 수사해야 하며, 이런 사건은 여느 사건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야 정상이다. 검찰은 그렇게 하고 있는데 뭔 시비가 그리 많나?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한 이상, 수사의 권한 검찰의 수사권은 검찰총장이 통할한다. 대통령이 특정 사건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불가한 일이다. 검찰이 검찰권을 남용했다는 중대하고 명백한 불법이 없는 데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검찰에 간섭하는 것은 대통령의 불법적 권한의 남용이다. 

대통령으로서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통치자의 발언으로도 적절하지 못하다. 내 사람, 내 편을 수사하는 데 대한 노골적 불만일 뿐이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검찰 권력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다. 이 나라에 어쩌다 특정인의 변호사 역할을 하는 대통령까지 탄생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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