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뉴스 칼럼니스트, 출판사 직원들 먼저 울리기도 한 작품

가기천 칼럼니스트.
가기천 칼럼니스트.

수필가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가기천 전 서산시부시장이 수필집 『사탕의 용도』를 펴냈다. 대전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대전 지역 출판사인 ‘이든북’을 통해 출간했다. 저자는 수필 전문지 ‘에세이 포레’에서 등단해 여기서 ‘작품상’을 받기도 했으며, 2013년부터 디트뉴스24에서 시사칼럼 ‘가기천의 확대경’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수필은 그가 틈틈이 써온 글의 일부를 모은 것이다.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겪고 느낀 것들을 소재로 풀어냈다. 제목 ‘사탕의 용도’는 연로한 어머니가 자꾸 입안이 말라 침을 돌게 하려고 사탕을 곁에 두고 지내시는 모습에서 따왔다. 올해 일흔 하나인 저자 자신도 벌써 사탕을 찾기 시작한 처지임을 고백하고 있다.

저자의 모친은 올해 아흔 하나다. 저자와는 딱 스물 살 차다. 서른일곱에 홀로되어 풍파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내색조차 없이 자식들을 반듯하게 키워냈다. 연약하되 비굴하지 않았고 강인하되 모나지 않은 어머니였다. 그러나 숨어서 흘리는 어머니의 눈물을 아들도 알고 있었다. “네 엄마 무슨 속상한 일이 있어서 또 굴뚝 뒤에서 울었다니?” 하는 이웃 아주머니의 말에 자식의 가슴은 먹먹했었다.

자식은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내 수필집에 담았다. 책을 만들면서 원고를 먼저 본 출판사 직원들이 이 부분을 읽다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수필 한 편의 힘이다. 세태가 삭막하고 메말라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글이 우리 지역에서도 나온다니 놀랍고도 즐거운 일이다.

가 전 부시장이 펴낸 수필집.
가 전 부시장이 펴낸 수필집.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고등학생으로 항일운동에 참여했다가 1년6개월 형을 받고 복역하다 학생 신분이 감안되어 몇 달 뒤 풀려났다. 그 때 일이 화근이 되어 건강을 잃은 탓에 공무원 생활도 오래하지 못했지만 업자가 돈 봉투라도 놓고 가면 돌려주지 않고는 못 배기는 꼿꼿한 공직자였다. 

충남도청의 아버지 동료분들한테 “아버지를 꼭 빼 닮았어”는 말을 들을 때 저자는 자랑스럽기도 했고 조심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거나하게 취하면 ‘번지 없는 주막’을 흥얼거리며 대문 밖에서 어머니 이름을 큰 소리로 불러대시던 아버지였다. 저자는 지금도 집에 아버지 사진을 걸어놓고 들고날 때마다 ‘출필고 반필면(出必告 反必面)’의 예를 한다.

수필집엔 감성적인 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오랜 공직경험과 뛰어난 관찰력으로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는 장면들을 잡아내 요리한다. 수필집에는 가슴보다 머리로 쓴 글도 많다. 우리 사회에 약이 되는 글들이다.

저자는 수필을 ‘밭’으로 본다. 마음을 가꾸는 텃밭이면서 때론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나무밭이다. 그는 “공직생활을 하면서 많이 썼지만 정작 내 글은 없었다”며 “퇴직 후에 비로소 잠들어 있던 사연과 묻어둔 이야기를 꺼내 정성을 다해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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