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가기천 전 서산시부시장, 수필가
가기천 전 서산시부시장, 수필가

추석에 고향에 다녀왔다. 태풍 링링이 스쳐간 흔적이 언뜻언뜻 보였지만, 어느새 가을의 모습이 곳곳에 박여있었다. 그러나 가을의 분위기를 헤치며 다니는 성묫길이 마냥 편치만은 않았다. 종중 산소가 여러 곳에 산재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오래 전부터 종중에서는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는 묘지를 한 곳에 모아 조성하고 싶어도 몇 년 째 미루고 있다고 한다. 일부 임야와 토지를 매각하여 조성재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데 소유자 명의가 달라서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래 전에 종중묘역이 있는 임야를 편의상 또는 무심코 집안의 장손이나 당시 관리자 개인 이름으로 등기를 하였는데, 지금에 와서 종중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등기부상 명의자가 사망하여 그 후손들에게 상속되었는데, 피 상속인이 수 십 명에 이르는 관계로 인감증명서 등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가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즉, 후손 중에는 외국에 나가있거나 심지어 사는 곳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하니 명의자 또는 후손들이 종중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하는데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니 주위에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에 10 여 년 전에 시행했던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특조법)을 한시적으로라도 다시 시행하여 등기부상 명의자와 실소유자를 일치시켜 국민 불편을 덜어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당시 특조법은 ‘등기부의 기재가 실제 권리 관계와 일치하지 아니하는 부동산을 용이한 절차에 따라 등기할 수 있게 함을 목적’으로 했다. 

‘시·구·읍·면장이 해당 부동산소재지 동·리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사람 중에서 보증인으로 위촉하는 3인 이상의 보증서를 첨부하여 대장소관청에 서면으로 신청’하면 되도록 하였다. 명실상부한 재산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간편하고 획기적인 국민편의시책이었다. 
       
이러한 특별 조치를 다시 한 번 시행하면 불편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고, 나아가 국토를 잠식하고 있는 분묘를 정리하여 효율적인 산지관리도 가능할 것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