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25일까지 중구문화원에서 100점 모아 전시

서병채 근역서법연구원장.
서병채 근역서법연구원장.

추녀 끝에 덮는 기와를 와당(瓦當)이라고 한다. 둥근 마개 같은 모양이다. 이 와당에는 무늬가 있는데 자세히 보면 그냥 무늬가 아니고 글씨다. 와당에 새겨 넣은 글씨를 ‘와당문(瓦當文)’이라고 하는데 병풍을 만들면 ‘와당병풍’이 된다. 이 병풍에 여러 종류의 붓글씨들이 어울리면서 하나의 작품으로 태어난다.

와당문은 한(漢)나라 때 무너진 궁궐에서 나온 와당문이 효시다. 와당문에는 ‘우리 서로 오래 잊지 말자(長無相忘)’ ‘해가 거듭될수록 장수할지어다(年年益壽)’처럼 우정 장수 평안 등을 기원하는 내용이 담긴다. 

서병채 근역서법연구원장(대전 서구 괴정동 ‘묵경처’대표)은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중구문화원에서 와당병풍 30점과 그림 글씨 등 작품 100점을 모아 회갑전을 갖는다. 백헌(白軒) 서병채(徐炳彩) 원장은 독립운동가 위창(葦滄) 오세창과 정향(靜香) 조병호 선생의 뒤를 이어 와당병풍의 맥을 잇고 있다. 서 원장은 서구 정림동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지난 2005년 작고한 정향의 수제자다. 

서예 계보는 추사(秋史) 김정희까지 올라간다. 중진 서예가 석헌 임재우 작가는 “추사(秋史 김정희)의 법과 금석문(金石文)을 소당(小棠 김석준)이 우하(又荷 민형식)에게 전수하고 이 비법은 위창을 거쳐, 정향에게 전수되었다”며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서 원장의 와당병풍.
서 원장의 와당병풍.

서 원장의 이번 작품전은 2006년 하얼빈 안중근 기념관 초대 서법전과 같은 해 대덕문예회관 초대개인전 이후 13년 만이다. 오랜만에 열리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와당병풍은 일반 서예전에 비하면 작품을 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와당병풍 작업을 하려면 예서(隸書) 해서(楷書) 행서(行書) 초서(草書) 상형고문(象形古文) 등 여러 글씨체를 섭렵해야 하고 사군자 등 그림도 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다양한 글씨체와 그림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작품이 되는 장르다.

그래서인지 와당병풍은 박물관에서조차 보기 어려울 만큼 귀하다. 우리나라에선 고려대 박물관에 오세창 선생 작품이 전시돼 있고 일부 대기업에서 보유하고 있는 정도라고 서 원장은 말한다. 와당문 자체가 ‘귀하신 몸’이라는 점이 작품을 해온 서 원장의 자긍심이다. 

서 원장은 “와당문은 중국에서조차 보기 드물다”며 “2006년 중국에 작품을 가져갔을 때 중국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후 계속해온 작품들을 모아 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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