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의 정치’가 가져올 손익계산서
‘닥공의 정치’가 가져올 손익계산서
  • 류재민 기자
  • 승인 2019.09.13 08: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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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의 정치레이더 88] 국민들이 열광할 ‘리더십’을 바라며

최강희 감독은 K리그에서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로 전북의 전성시대를 열었습니다. 팬들은 그가 창시한 ‘닥공 축구’에 열광했습니다. 최 감독은 지도력을 인정받아 올 시즌 중국 무대에 진출했는데요. 수비에 치중하다 역습을 노리는 것도 하나의 전술이지만, 화끈한 공격으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게 팬들의 기본 심리입니다.

정치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공세’만 한다고 해서 국민들의 호응을 얻는 건 아니니까요. 국민이 열광하는 정치를 하려면 지도부가 전략과 전술을 잘 짜야 합니다. 정치가 국민들 의식과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 나라의 국력도 후퇴하기 마련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논쟁이 한 달 넘게 ‘진행 중’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조 장관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선택은 반대 여론보다 ‘사법개혁’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 임명식 수여 직후 국민들에게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조국 선택’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현 정부 들어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모두 22명. 박근혜 정부 4년 9개월간 10명, 이명박 정부 17명, 노무현 정부 3명과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문 대통령은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 청문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닥공 인사’ 배경도 설명했는데요. 대통령께 묻고 싶습니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하는 역대 급 인사는 ‘나쁜 선례’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지. 문 대통령이 장고 끝 조 장관과 나눈 악수(握手)가 악수(惡手)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꼼수’ 진행자로 유명한 언론인 김어준. 그는 2011년 펴낸 <닥치고 정치>에서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전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가진 자산 때문에 대중 일반에게 야기할 수밖에 없는 모종의 박탈감, 그것까지 감지하고 배려할 정도의 섬세한 대중 감수성, 그게 부족하다.”

대통령이 되기 전인 문 대통령에는 “결정의 프로세스 자체가 달라. 어떤 결정이 내게 어떤 이익을 줄 것인가, 이런 건 아예 고려 대상 자체가 안 되는 사람이야.(중략) 고결한 인간의 정신. 바로 그런 게 사람들이 원하는 정치의 본질이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혼신을 다하되, 그 안에 정작 자기는 없는 사람”이라고 썼습니다.

문 대통령 닥공 인사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도 ‘닥공’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국회’라는 경기장을 나와 대국민 여론전을 통해 지지층 결집과 확장에 나선 겁니다. 조 장관 해임 건의안과 국회 국정조사, 특별검사까지 내달릴 태세입니다.

한국당은 지난 4월에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지정에 반발하며 장외로 나갔습니다.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었지만, 외연 확장 효과는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번 장외투쟁도 낙관적이진 않아 보입니다. 전반적인 지지율로 볼 때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한 중도층이 한국당을 향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명장 최강희 감독도 중국에서는 아직 ‘닥공 축구’에 재미는 못보고 있습니다. 많은 주목을 받고 맡은 팀은 구단 운영난에 3개월 만에 떠나야 했고, 다음 팀은 성적 부진으로 5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습니다. 지금은 세 번째 팀으로 옮겨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전략 전술이 뛰어난 감독이라도 선수들이 작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수행하지 못하면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이는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당 지도부가 ‘전원 공격’을 지시했지만, 전략과 전술이 허술하고, 선수들이 ‘헛발질’만 하다간 역습을 당할 수 있습니다. 검찰 조사에서 조 장관 가족의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낭패’이겠지요. 또 검찰의 패스트트랙 국회법 위반 수사를 본격화하면 어떻게 할까요? ‘정치검찰’ 프레임을 다시 꺼낼 건가요?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한다면, 문 대통령의 ‘조국 승부수’는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골’로 연결될 겁니다. 하지만 검찰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벗지 못한다면 야당의 반발보다 국민들의 분노를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김어준은 앞서 언급한 책에서 검찰개혁 필요성도 이야기했는데요. “검찰의 작동 원리가 조폭과 같아. 검찰은 기소권이란 절대 권력을 가진 채, 고3 수준의 인정 욕구에, 검사는 모두 검찰총장 아래 하나라는 검사동일체 원칙까지. 마치 면허 가진 조폭처럼 행동한다고.”

문 대통령과 야당이 벌이는 ‘닥공의 정치’. 그리고 정치의 공간으로 들어온 검찰. 관전하는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다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소모적인 ‘정치게임’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곧 내년 총선에서 ‘표(票)의 심판’으로 귀결될 겁니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입니다. 칼로리 없는 정치이야길랑 잠시 접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과 즐겁고 건강한 시간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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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선례 2019-09-17 13:37:50
조 장관과 나눈 악수(握手)가 악수(惡手)라면 나쁜 선례가 되는 것이긋제 나쁜선례